우리는 왜 낯선 세상으로 떠나려고 하는가?

 

 

아직 내 여행의 정의를 내릴 수 없다. 남아있는 삶의 여정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여행은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하기엔 지금까지 여행의 여정이 너무 부족하다. 아직 낯선 어딘가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많을 것이다. 굳이 이야기해야 한다면, 내게 있어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저 떠나는 것이 좋았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홀로 고속버를 타고 여주 시골집에 오갔고, 지하철을 타고 인천 고모집을 가곤 했다. 익숙치 않은 낯선 풍경이 좋았다. 특별할 것 없는 시골 정취가 정겨웠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역시 큰 도심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논밭과 햇살을 머금은 초록빛 자연을 눈에 담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한 번에 먼 여행을 떠나기는 힘들었다. 가까운 근교로 홀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좋았다. 그때는 그런 하나하나가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로 서울 근교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다. 서울 궁궐을 돌아다녔고, 천안에 머물던 시절 근처 현충사와 독립기념관을 다녀오고는 했다. 그때까지도 나 자신이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당일치기로 다녀온 잠깐의 외출이라 생각했을 뿐.

2018년 한 해는 내게 있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11개월을 목표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출발했지만 기간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다만 내게 있어 진정한 여행이 어떤 것인가,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개월간 동남아의 베트남과 태국, 3개월의 유럽 자동차 여행, 그리고 1주일의 대만과 23일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까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약할 수 없는 환상의 시간이었다.

장기간 여행을 떠나기 앞서 누구나 경험할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무슨 이유로 그리 길게 여행을 떠나느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를 포함해 직장 동료들까지 모두 한마디씩 던지곤 했다. 아마 스스로의 다짐이 없었다면 떠나기 앞서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왜 떠나고 싶었을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여행이라는 것보다 떠나고 싶은 소망이 간절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떠나고 싶은 마음,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를 구속하는 모든 익숙함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고 싶은 욕심, 그 마음이 여행이라는 단어의 가면을 훔쳐 내면에 존재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심정,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은 복잡한 심리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투쟁, 어쩌면 이것이 내게 있어 여행의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함으로부터의 자유, 나도 이것이 무엇이다 정의내려 말하지 못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떠나는 것이 설레었고, 생각의 익숙함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좋았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자유가 좋았다. 낯선 사람들, 도심, 자연환경과 음식들까지 무엇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도저히 넓혀질 수 없는 사고의 확장,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했다.

항상 생각하지만 여행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잠시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제목부터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직 여행의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아직 떠나야 하는 여행의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들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이유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 책을 읽기 전, 저자가 경험이 쓰여진 일반적인 여행기인가 생각했다. 허나 책장을 넘겨보니 내가 생각했던 여행에 대한 기억을 순차적으로 정리한 책이 아니었다. 그저 김영하 작가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행이 곧 저자의 삶이자 인생이었다. 지난 삶의 여로가 작가의 인생이자 삶이었다. 여행이 곧 자신이고, 자신이라는 존재가 여행을 통해 모습을 갖춰 나간다. 그렇기에 여행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한 여행기가 아닌, 여행을 통해 돌아본 인간의 모습과 삶의 의미에 대한 내용들이다. 그렇기에 더 흥미롭게 '여행의 이유'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여행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소수의 특권이 아닌, 인간 본성에 자리 잡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여행은 곧 저자가 인간이기에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본능이었고, 누구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계속해서 여행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볼 것이다. 대체 왜 여행을 떠나려는 것이냐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구체적인 답안을 내놓을 수 없다. 내게 있어 이미 정의가 내려진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다. 아무것도 정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답을 찾아가고 맞춰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떠나는 여행의 방식이자 정의를 찾는 방법일 것이다.

책에 대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생각만 늘어놓았다. 한마디로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는 '여행이 곧 나 자신이고, 자신의 인생이 곧 여행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바로 작가의 모습이고 곧 나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다. 나는 나 스스로의 모습이 어떠한지 아직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의 정의, 또는 정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간절하게 여행을 갈구한다. 내면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멀리 떠나는 행위가 곧 여행이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나 조차 모르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의 여정을 멈출 수가 없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떠난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정답은 지금 이 자리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떠난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면 그게 곧 정답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나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자화상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의 이유이자 의미인 것이다. 어떤 모습이 될지언정, 결국 여행을 통해 돌아오는 그 자리에는 나 자신이 서있을 것이다. 여행의 끝에서 어떤 모습의 자화상과 마주칠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삶이라는 여행의 끝에서 마주한 나 자신을 반갑게 안아주고 싶다. 너의 여행은 괜찮았다고. 그리고 너의 여행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의미있는 무언가가 남았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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