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같은 애마(愛馬)···은퇴 후 어떻게 돌봐야 하나
아들딸 같은 애마(愛馬)···은퇴 후 어떻게 돌봐야 하나
  • 이용준
    이용준 cromlee21@horsebiz.com
  • 승인 2019.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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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홍콩·독일 경주마 복지·보호도 ‘산업화’로 총체적 노력
말산업 선진국과 비교 국내 경주퇴역마 복지 노력 현황은 ‘글쎄’
경주퇴역마 활용률 5% 그쳐···민관 공동 펀딩 조성·수익 창출해야

올해 대한민국 말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경주마 복지 논란이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지난 5월 경주마 학대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불거진 논란의 화살은 정부 당국과 한국마사회 심지어 승마하는 일반 국민에게까지 돌아갔다.

말 학대 논란과 관련해 한국마사회는 개인마주제 도입 이후 말의 소유권은 마주에게 있으며 경주마 활용과 처분 권한은 전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휴양을 보내든 도축을 하든 일절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주장. 맞는 말인데, 윤리적으로 옳은가? 말산업 전담 기관으로 주요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현재 구조에서 한국마사회의 책임은 정말 전무한가. 아들딸 같은 애마를 어쩔 수 없이 보내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는 마주들의 구구절절한 고백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해 쏟아져 나오는 경주퇴역마는 1,300여 두. 정부와 마사회는 경주퇴역마를 매입해 승용마로 전환하거나 개나 고양이 사료로 활용하고자 하나 전문 승용마 농가의 반대에 부딪히고 각종 비용 산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위험 및 비용 부담을 현장에 떠넘긴 경마시행체와 정부의 잘못된, 대표적인 근시안 정책이라고 꼬집는 상황. 전문가들은 경주마 복지, 경주 중 발생 사고 처리 등 모든 책임을 마주와 조교사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경영이 지속되고 있는데 경주 중 발생한 사고 치료, 휴양 그리고 은퇴 후 복지 문제에 한국마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경우는 어떨까.

홍콩자키클럽은 ‘Beas River Equestrian Centre(BREC)’를 운영하며 경주퇴역마를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경주에서 은퇴한 경주마 중 해외로 보내지 않은 모든 말은 홍콩자키클럽 수의사 팀에 의해 평가, 순치 과정을 거친다(사진= 홍콩자키클럽).
홍콩자키클럽은 ‘Beas River Equestrian Centre(BREC)’를 운영하며 경주퇴역마를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경주에서 은퇴한 경주마 중 해외로 보내지 않은 모든 말은 홍콩자키클럽 수의사 팀에 의해 평가, 순치 과정을 거친다(사진= 홍콩자키클럽).

홍콩, 말 구매시 보호 예치금 부과
생산은 하지 않지만 매출(2015년 기준 한화 16조 원), 국제 경주 개최, 수준 높은 경주마, 인력 등 각종 인프라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선보이는 홍콩에서 경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마주가 말을 구매할 때 ‘퇴역마 보호 예치금’을 부과하고 경주마가 은퇴한 뒤에는(매달 30~50두 퇴역) 마주들은 대개 권리를 포기하거나 데려온 곳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 외에는 신체·심리 상태를 검사해 순치 가능성을 확인한다. 순치가 불가하면 관상마로 보내거나 순치해 승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홍콩 경마 시행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홍콩에서는 경주퇴역마가 공격적이거나 위험하다는 편견이 없고, 적절한 보호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는 경주퇴역마를 위한 목장이 많다. 이들을 가리켜 ‘오랜 말 친구(Old Friends Equine)’라고 부른다. 경주마갱생연합이 인증한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목장 전경. 이곳은 경주퇴역마만 받고 있으며 150두 이상의 혈통 있는 경주퇴역마가 머물고 있다(사진= 위키피디아).
미국에는 경주퇴역마를 위한 목장이 많다. 이들을 가리켜 ‘오랜 말 친구(Old Friends Equine)’라고 부른다. 경주마갱생연합이 인증한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목장 전경. 이곳은 경주퇴역마만 받고 있으며 150두 이상의 혈통 있는 경주퇴역마가 머물고 있다(사진= 위키피디아).

미국, 경주퇴역마 활용·펀딩 프로그램 주목
산업적 측면에서 가장 잘 발달한 미국이지만, 경주퇴역마 복지와 관련해서는 유럽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경주퇴역마 복지 법안을 개정한 뉴욕주에서는 은퇴하는 말을 위한 펀딩을 조성하는데 경주 우승 상금의 일정 비율을 복지 기금으로 직접 내게 한다. 마주, 조교사, 생산자 및 퇴역 전문가들이 속한 경주마갱생연합(Thoroughbred Aftercare Alliance)이라는 비영리기관은 미국 내 말산업 전 부분에 걸쳐 펀딩을 조성, 경주마의 은퇴와 재훈련, 재입양을 전담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경주퇴역마 활용과 복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경주퇴역마를 활용해 참전 용사의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을 치료하는 ‘Man O’ War Project’라든지 2013년부터 마주와 조교사들이 직접 그들의 말이 은퇴할 곳을 찾아주는 ‘Tate The Lead’와 같은 캠페인이 경주퇴역마를 위한 펀딩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호주 소녀 한나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승마대회 이벤팅 경기에 나가기 위해 경주퇴역마 ‘리프리브(Reprieve)’와 14살 때부터 함께 오랜 시간 그와 호흡을 맞춰왔다. 비용은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으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한나의 끈기와 지속적인 노력은 ‘리프리브’를 국제승마연맹 주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했다고 현지는 평가하고 있다(사진=teamthoroughbred.com.au).
호주 소녀 한나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승마대회 이벤팅 경기에 나가기 위해 경주퇴역마 ‘리프리브(Reprieve)’와 14살 때부터 함께 오랜 시간 그와 호흡을 맞춰왔다. 비용은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으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한나의 끈기와 지속적인 노력은 ‘리프리브’를 국제승마연맹 주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했다고 현지는 평가하고 있다(사진=teamthoroughbred.com.au).

호주, 독지가·보호연합 등 전방위적 노력 돋보여
호주의 경우는 개인 독지가가 기금을 모아서 경주퇴역마 관리 사업을 하거나 경주마보호연합(The Coalition for the Protection of Racehorses) 등에서 경주퇴역마를 관리하는 등 경주퇴역마 복지 및 관리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돋보인다. 경주마보호연합은 매출의 1%를 기금으로 갹출하기 위해 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마주 상금 기금 부과, 경주마 등록 시 기금 부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말산업 관계자들에 말 복지 원칙을 의무로 부여하고, 교배에 투입하지 않는 이상 순치 또는 고향으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마주와 조교사가 경주마의 은퇴와 그 이유, 은퇴지를 호주 레이싱에 보고하는 규정까지 도입했다.

국내서는 경주마 은퇴 후 교배 가치 인정 시급
한국마사회는 한국경마 중장기 발전 전략으로 경마의 스포츠성 확립을 위해 경주마를 보호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 경주마 복지 강화와 퇴역마 관리 체계 확립, 약물이나 채찍 등 국제 기준을 선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행 경주퇴역마 활용률이 5%에 그친 상황에서 2030년까지는 50%에 다다를 수 있게 하고 경주마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피학대 방지 및 복지 실현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경주퇴역마 용도 다각화 연구 △경주마 투여 수액 제제에 대한 출전 금지 기간 완화 △마사 리모델링 및 물안개 분사 시스템 신설 등 인프라 개선 등에 나섰다. 또한 경주퇴역마를 위한 통합 거점 목장 설치 및 운영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이제야 전국 경주마 등록 현황 파악을 위해 전수 조사를 했고, 의무 사항이 아닌 말 등록제도 보완에 나서는 등 미흡한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경마 시행 국가라면 당연히 구비해야 할 질병 진단 촬영을 위한 최첨단 영상 장비는 한 대도 없어 진료 장비 향상과 경주마 복지 증진은 병행해야 하는 과제인 만큼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

정부 역시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및 성숙한 동물 문화 조성을 위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 복지 5개년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자 TF 논의와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마주 소유의 말이 은퇴 후 교배 투입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 부재에서 경주마 복지 후진성의 원인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경주마가 은퇴 후 교배 투입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 부재에서 국내 말 복지 후진성과 경주퇴역마 활용 난항 원인으로 손꼽는다. ‘인디밴드’ 등 한 시대를 호령한 경주마들의 자마가 점차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향후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경주마가 은퇴 후 교배 투입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 부재에서 국내 말 복지 후진성과 경주퇴역마 활용 난항 원인으로 손꼽는다. ‘인디밴드’ 등 한 시대를 호령한 경주마들의 자마가 점차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향후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부산경남마주협회 소식지, '오너스투데이' 10호(2019년 가을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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