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입은 마음 속에,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 안에" 국민 질타 명심해야

정치의 언어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과 대중을 대신해 발언하고, 여론을 반영해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서 정치인의 언어는 극도로 신중하게 절제되어 있어야 하며, 그 사회의 품격과 가치를 담는 사회적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되는 정치는 정치학자 D. 이스턴의 정의처럼 한 사회의 가치들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 탓에, 국가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해왔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사회를 철학과 가치를 이끄는 엘리트로서, 품격과 지성을 갖추고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천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자임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같이 타오르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를 발전한다와 같은 당당하고 멋진 표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민족보다 더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김종필 전 총리의 정치는 정치인 본인에겐 허업이다와 같은 시대적 통찰력과 서정미까지 깃든 표현은 늘 우리 정치사와 한국현대사를 빛내왔다. 과거 고사성어와 고담준론을 빗댄 통렬한 풍자와 비판의 미학이 있던 정치권이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퇴행한 끝에 이제는 설익고 훈련되지 않은 저급하고 졸렬한 정치인들에 의해 막말대잔치로 바뀐 세태가 참으로 한탄스럽다.

 

막말의 일상화, 저주와 비난, 저급하고 천박한 권력욕들

문제는 최근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막말이 이제는 일상화되었고, 또다른 저주와 비난의 언어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말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함부로 지껄이는 말, 속되게 마구잡이로 하는 말로 설명된다. 헌법기관으로 국민의 대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되는 수준낮고 저급한 이들이 권력욕과 공천 욕심, 지도부에 대한 충성맹약, 언론에 튀어보이고 주목받기를 목적으로 막말을 양산하고 있다. 자신들이 권력을 장악해 권력질서를 창출하겠다며, 권력 쟁탈을 둘러싼 투쟁에만 몰두함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공동선과 미래지향적인 발전에는 관심 없이 정략적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나쁜 전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극단적인 막말방식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등이 뒤를 잇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험담과 거친 말을 멈추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에 맞을 경우 어떤 극단적인 용어도 함부로 사용하곤 한다. 그는 과거 외교의 원칙을 고려할 때 동맹에 대해서는 일정한 격식과 의전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언어적 수사를 사용했던 원칙도 깨버렸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무역과 군사비용을 놓고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며, 무임승차론을 거침없이 제시하고 있다. 그가 과거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 내놓는 비하와 저속한 표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영국의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신자유주의 광풍과 양극화를 불러왔다는 평가와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마거렛 대처 전 총리는 "생각을 조심하라, 생각이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말이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행동이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습관이 품성이 된다. 품성을 조심하라, 품성이 운명이 된다."라는 글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만큼 거칠고 저급한 막말과 표현은 스스로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과 지도부 주목 끌려는 저급한 막말들, 심판해야

우리 한국정치에도 이같은 잘못된 유행병이 찾아들었다. 정치권에서 상대를 향해 '한센병, 싸이코패스, 독재자, 도둑놈, 달창등 막말이 난무하는 저급하고 조악한 정치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것도 극단적인 언어와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동원해 상대를 경원시하거나 악마화하고, 이를 통해 정략적 이득을 보거나 지도부에 충성을 맹세하고 어떻게든 언론에 이름을 내보겠다는 치졸한 정치적 행보다. 국민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못했던 의원들이나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대중과 정당 지도부의 주목을 끌기 위한 한방차원에서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고, 최근에는 선수, 직책,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저급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을 향해 외신 인용을 빌미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철지난 색깔론적 표현에서부터 시작해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은 찾아볼 수 없는 저급하고 추한 정치적 행보는 국민들의 자조어린 탄식을 끌어내고 있다.

최근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은 충격적인 수준이었고, 백브리핑을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 대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만이라고 말했던 한선교 사무총장의 발언도 최악이었다. ‘세월호 막말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빨갱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민경욱 의원의 ‘(헝가리 침몰사고) 골든타임은 3’,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 등 거친 막말이 쉼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우리공화당의 플래카드와 쏟아져나오는 막말 역시 우리 정치 수준을 한없이 나락끝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집권여당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레기 발언이나 중진 정치인들의 거친 발언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참으로 한탄스럽고 안타까운 풍경이다.

최근 이뤄진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광경은 내내 반복됐다. 조국 후보자는 인사 검증도 이뤄지지 않고 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범법자라며 사퇴할 것을 요구당했고, 극단적인 흠집내기와 도를 넘은 인신공격 발언은 인사청문회 전후 내내 기승을 부렸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최기영 과학정보기술통신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된 지난 3일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한국 사회가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출산율이다라며 조 후보자가 참 훌륭한 분인데 그것(출산)까지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또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아내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사람이 엄청난 R&D(연구개발) 예산이 있는 과기부장관으로 온다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가 성차별 망언이라는 지적과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우둔한 자의 입은 그를 파멸시키고, 입은 그를 옭아맬 것

이같은 막말문화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거세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과 (가칭) 국회기자단이 주최·주관,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기자협회, 문화교육컨텐츠사회적협동조합이 후원으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막말 및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고, 각계에서 의원들의 막말문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막말은 매일매일 정치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임재훈 사무총장은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 속에서 인격적 무시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다. 막말정치에 대해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막말과 혐오표현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결코 자신의 품위를 높여주지 않고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장 역시 이날 발제에서 "정치권의 막말의 결론은 언론과 정치인에 대해 대중과 유권자의 외면을 받게된다. 도넘은 막말정치 효과는 단기적으로 미디어 노출 빈도는 높아지고 관심과 인지도는 높아지지만 결과적으로는 언론과 정치인의 사회적 신뢰와 평판이 떨어진다정치인의 신뢰도 추락은 표심 이탈과 언어 환경 파괴에 대해 자발적 통제와 자체 징계 강화가 필요하다. 막말정치에 일부 프로그램에서 확대 재생산 역할을 해 언론의 위상은 하락하게 된다. 바른언어 문화 정착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언론의 기능인 감시와 적극적 참여를 통해 막말정치는 손해 본다는 인식문화를 심어줘야 하고 이를 통해 언론의 대중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둔한 자의 입은 그를 파멸시키고, 입은 그를 옭아맨다는 성경 잠언의 경구와 현명한 자는 긴 귀와 짧은 혀를 가지고 있다는 영국속담은 우리 정치권의 막말문화의 끝이 어디일지를 짐작케 한다. 영국 정치가 와이드빌은 현자의 입은 마음 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 안에 있다고 말했고, 고대 그리스도의 정치가 데모스테네스는 말하는 것보다 두 배는 남에게 들어야 한다고 거친 말과 가벼운 입을 경계했다. 한국정치가 막말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칫 정치혐오증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는 막장신세가 되지않을까 우려된다. 정치인들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

 

정치권의 언어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막말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커지고 있다.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오고, 욕설과 저속한 비속어로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과거 주옥같은 언어로 민주주의와 정치 현장을 누볐던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시대와 국내외 정치인들의 품격과 언어에 대한 배움과 성찰이 절실한 때다.
정치권의 언어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막말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커지고 있다.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오고, 욕설과 저속한 비속어로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과거 주옥같은 언어로 민주주의와 정치 현장을 누볐던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시대와 국내외 정치인들의 품격과 언어에 대한 배움과 성찰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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