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글로벌-한국경제에 대한 '설상가상' 위기, 슬기롭게 극복해야

고사성어 설상가상’(雪上加霜)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불행한 일이 거듭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승려 도원이 역대 부처와 조사들의 어록과 행적을 모아 엮은 불교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나오는 이야기로, 고승 대양화상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지난 14일 예멘 반군의 무인기인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국제경제가 큰 출렁거림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바로 설상가상이다. 예멘 반군의 유전시설에 대한 무인기 테러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원유시장 및 국제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취약한 글로벌 경제전망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 테러공격은 우리 경제에 대해 설상가상의 위기 국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유시장 최고수준 급등세, 공급차질 이어지면 혼란 지속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6(현지시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 초반부터 배럴당 19.5%(11.73달러)나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일간 상승률로는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ICE 유럽 선물거래소(ICE Futures Europe)에서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71.9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런던 시간으로 오후 46분 기준 12% 오른 배럴당 67.25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개장과 동시에 약 2분간 가격이 7% 이상 급등해 서킷브레이커(매매정지)가 발동됐으며, 전장보다 15.5% 가까이 뛰며 배럴당 63.34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상승폭으로, 이날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날 12.9%, 난방유 선물은 10.8%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원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상한폭이 8%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드론 공격에 따른 즉각적인 공급 차질 원유량은 아람코가 감산에 들어간 하루 570만 배럴, 세계 하루 원유 수요량 1억 배럴의 6%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함께 5년 평균 최저치인 글로벌 원유 재고량, 상장을 앞둔 아람코의 전략적 행보를 감안할 때 유가 불안이 더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사우디 원유 시설 공격으로 줄어든 산유량은 역대 원유시장에서 발생한 충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테러공격으로 감소한 산유량이 1978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하루 56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줄었던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국제원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현재 단계에서 이번 사건의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만약 공급차질이 6주 이상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 달러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차질이 1주일 이내 단기간에 그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35 달러 상승하고, 26주 지속되면 514달러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확실하게 국제원유시장이 급등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멘 반군의 유전시설에 대한 무인기 테러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원유시장 및 국제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 국내 유가 상승 부담 완화책 등 유가 대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기업 및 노동 현장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여론을 청취하는 한편 위기대책반을 적극 가동해 실효성 있는 단기와 중장기적 대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예멘 반군의 유전시설에 대한 무인기 테러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원유시장 및 국제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 국내 유가 상승 부담 완화책 등 유가 대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기업 및 노동 현장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여론을 청취하는 한편 위기대책반을 적극 가동해 실효성 있는 단기와 중장기적 대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 고용 및 소득주도성장 추진 불구 영향 여파 주시해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같은 국제 원유시장의 이상 상황은 우리 경제 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후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브렉시트' 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독일 등의 지표 악화로 유럽이 금리인하에 들어간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 경제보복 여파까지 겹쳐 수출과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전반이 위기에 놓인 우리경제는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면, 하반기에 정부가 기대하는 경기 반전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용지표와 가계소득 지표가 개선됐다며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가 고용·분배 지표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제까지 유지해 온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나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나온 갑작스러운 악재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주 발표된 8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45만명 이상 증가했고, 같은 달 기준 통계작성 후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상용직이 49만명 이상 증가하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청년 인구 감소에도 청년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늘며 청년 고용률 역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하며, 향후 고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가계소득 및 가처분소득 증가,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다.

 

적극 여론 청취하고 실효성 있는 위기대책 추진해야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역할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것은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실제 드론공격 이전에도 위기 징후에 대한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었던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는 고용지표 등 정부 발표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여러 가지 현상과 구조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그런데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듯해서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5월이후, 통계를 선별적으로 이용해서 대국민 홍보용으로 활용하곤 했다이것도 요즈음 흔히 활용되는 말대로 실정법상 범법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활용한 지능적 사기일 수는 있다. 정책 당국이 신뢰를 잃으면 정책효과가 약해질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왜들 이럴까?”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따갑더라도 꼭 귀담아들을 고언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 원유 수입량 약 111,400만배럴 중 30%를 사우디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사우디 변수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드론공격 이후 경제이상 현상이 더욱 파급될 경우 현지산 유가 불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가는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라 지난달 말 L1,400원대 후반에서 최근 1,525원까지 상승한 상태여서 운전자들의 추가 상승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고,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와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 국내 유가 상승 부담 완화책 등 유가 대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기업 및 노동 현장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여론을 청취하는 한편 위기대책반을 적극 가동해 실효성 있는 단기와 중장기적 대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겸손하고 진실한 태도로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대책을 적극 실천하는 것이다.

중국의 성현 공자는 하지않아야 할 네 가지를 가리켜 자절사’(子絶四)라고 칭했다. 자절사는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를 의미하며, 이는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았으며,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았고, 따라서 아집을 부리는 일이 없었다는 공자의 행실을 설명하는 고사성어다. 공자는 늘 겸손해야 한다며, 함부로 억측하지 말고, 자신만 옳다고 믿지말아야 하며, 끝까지 고집부리지 말고, 자신을 내세우지 말라고 세상사는 이치를 설파했다. 정부정책은 특히 그렇다. 올바른 철학과 정세판단, 현실 적용 가능한 정책을 추진력을 갖고 단호하게 추구하되, 늘 예단하지 말고 철저하게 현장파악에 나서는 한편 균형감각과 겸손함을 발휘해 정책의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 ‘설상가상위기의 시대에 정부 당국자들이 공자가 설파한 자절사의 미학을 실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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