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티끌은 보면서, 자신의 들보는 보지않는 정치쇼 되선 안될 것

2019년 가을의 초입, 한국정치사에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의석 110석과 막강한 정치권력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줄을 지어 삭발식을 하고 있다. 국회도 멈추며 행정부도 가로막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들이 보기 드문 집단 삭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필자는 34년전 입대할 때 결연한 표정의 청년 수백명이 삭발하던 기억을 되살려보지만, 내용은 완전히 판이하다. 배경음악은 애국가이고, 분위기는 내내 침통하고 엄숙하다. 이들의 삭발식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고, 삭발을 감행한 황교안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첫 삭발자인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황교안 대표, 이주영 심재철 강효상 의원에 이어 19일에는 김석기, 최교일, 송석준, 장석춘, 이만희 의원이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런 식으로 매일 10명씩 삭발한다면, 앞으로 열흘 정도면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이 삭발할 것이다.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면 삭발한 100여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가득할 것이기에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황교안 문 대통령에 경고, 조국은 스스로 내려와라

황교안 대표의 삭발은 추석명절이 끝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삭발과 함께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라고 밝혔고, 삭발 후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삭발행렬이 이어졌고,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특검 추진을 제시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과 함께 조 장관의 직무정지를 추진하는 한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일 연속으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LED 촛불과 조국 파면피켓을 들고 '조국을 구속하라', '내로남불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삭발한 모습의 황 대표는 "63대 법무부 장관인 제 앞에 62명의 장관이 있었는데 (조 장관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라며 "장관 자리에서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조국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석 110석과 막강한 정치권력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연일 줄을 지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삭발은 우리 역사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야당의 지적대로 정치적 무능력을 면피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일까? 일하며 협상하고 타협하는 정상정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은 수용할 것인가?
의석 110석과 막강한 정치권력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연일 줄을 지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삭발은 우리 역사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야당의 지적대로 정치적 무능력을 면피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일까? 일하며 협상하고 타협하는 정상정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은 수용할 것인가?

 

사회적 약자 최후 선택했던 삭발’, 왜 정치권이?

과연 이들의 삭발은 우리 역사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사회적 약자나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단식과 삭발, 대중집회였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과 학생들의 목숨을 건 단식이라는 투쟁 수단을 선택하곤 했다. 과거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나선 이들은 모두 단식을 통해 저항하곤 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 옥중에서 목숨을 건 투쟁도 단식이었고, 정치인들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진행됐다. 대구 천성산 도롱뇽 단식을 전개한 지율스님의 단식 등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마지막 투쟁수단으로 단식이 선택되곤 했다.

이와 달리 삭발은 속세와 결별하며 종교적 헌신을 다짐하는 의식이었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이 자신들의 뜻과 입장을 알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카드였다. 과연 헌법기관으로서 국정도 가로막고 입법도 중단시키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야당 대표가 하는 삭발이 얼마나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다른 야당들은 정치쇼라고 비난하고 나선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수석 대변인이 낸 논평에서 "삭발 투쟁은 조국 청문회를 맹탕 청문회로 이끈 정치적 무능력을 면피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 국회의 역할, 1야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황 대표는 성찰하기 바란다"고 질타했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역시 김정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철 지난 구시대적 패션이고 국민 호응도 없을 것이다. 느닷없는 삭발로 정치를 희화화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삭발식과 같은 정치쇼를 통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음오로써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고, 곳곳으로 흩어진 보수유권자를 결집시켜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 다른 야당들의 대체적인 해석인 셈이다.

 

특혜 의혹 받는 황교안-나경원 등 한국당의 도덕성은?

조국 장관이 인정했던 것처럼 그는 개혁을 목놓아 외쳤지만, 불철저했고 안이했으며, 사회의 불공정을 간과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이 조국 장관을 질타할 정도로 도덕적이고 개혁적인가? 황교안 대표는 검사직을 그만둔 뒤 매달 1억원을 받는 전관예우인 특혜를 누린데다, 세금탈루 등으로 비판받아온 인물이다. 두드러기 담마진 증세로 군대를 가지않은 것도 국민들을 의아하게했고, 지속적으로 자녀들의 장관상 수상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며, 극단적인 흑백논리 편가르기 정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떤가? 시민단체에 의해 아들의 국제학회 포스터 저자 등재와 관련된 청탁과 특혜 의혹, 딸의 부정입학 의혹문제가 고발되어 검찰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에는 각종 위법과 탈법은 물론 특혜 등으로 비판받아온 의원들이 가득한 상태여서, 과연 조국 장관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마저 의아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이 온 국민이 방송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의장과 동료의원을 감금해 회의를 방해하고 서류와 집기를 파손하는 불법을 저지른 패스트트랙 수사를 거부하면서 조국은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외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황 대표는 국정농단의 박근혜 정권 당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며 사법농단’ ‘권력형 비리’ ‘헌정유린을 방치하며, 대한민국의 국정 붕괴 과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하지 않았던가. 반성과 참회는 없고, 남에 대한 비난과 정권욕만 가득한 모습이라는 비판이 함께 삭발 약발이 떨어져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것이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국회 입법 팽개치고, 총선용 정치쇼 골몰한다면 심판받을 것

시민들은 황 대표와 의원들의 삭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삭발이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함께 총선과 공천을 겨냥한 정치적 셈법이 크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는 황대표가 19일 열린 당 후원회 행사에서 내년 4월 총선과 관련, "이 다음 총선, 7개월 정도 남았다""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2년 반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런 총선 압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삭발식이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를 위한 정치쇼이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행사라는 점에서 극렬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국민들은 도리어 그 시간에 국회에 복귀해 16천건에 달하는 계류법안을 심사하고 빨리 통과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가 본격 개막하기 전 여론을 한국당 중심의 보수진영으로 바꾸고, 최근 리더십 위기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 당권을 확고히 장악한 뒤 내년 총선의 공천권 행사와 총선 승리 계획을 실행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훤히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잘못된 행태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하거나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부림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마천 사기(史記) 진이세본기(秦二世本紀)〉》에 출전하는 이 고사는 진나라의 권력을 장악한 환관 조고가 신하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했다는 말에서 유래한다. 요즘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자칫 지록위마와 같은 거짓된 행태로 국민을 오도하며, 국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형국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성경 잠언의 말씀, “자신을 책망하기는 두텁게 하고, 남 책망하기를 가볍게 하라”(躬自厚而 薄責於人)논어 위령공(衛靈公) 14는 성현 공자의 말씀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여당은 정치력 발휘, 야당은 국회에서 일하며 경쟁해야

국민이 바라고 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민생과 국정의 성공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직언과 고언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야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해 국정의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 집권여당의 무한책임을 살펴보고, 국정운영에서 실패한 부분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유능하고 실력있는 정치를 해야할 것이다.

한국당은 국회로 복귀해 입법 책임을 다하는 한편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야당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 심각한 경제와 민생에 대해 비판과 협력을 보내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정책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정략적 행태를 버리고, 과거 집권 경험과 다양한 정치적 자원을 활용해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입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정상적인 정치, 국민의 편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민주주의의 삼권분립과 입법부의 정상작동, 국민을 위한 정치가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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