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 평화의 길 닦아 한반도-아시아-세계 평화 상징 될 것

‘DMZ’라는 용어에는 전쟁, 분단, 대치와 같은 무시무시한 역사성이 숨어 있다. 우리말로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非武裝地帶)로 불리는 이곳은 그동안 1950년 발발해 1953년 휴전한 한국전쟁 이후 분단과 대결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어왔다. 외국인들이 지구상 남은 유일한 분단과 냉전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꼭 찾고 싶어하는 지구촌의 대표적인 관광코스가 되어있다. 이 곳을 배경으로 2000년 박찬욱 감독은 김훈 중위 사건을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으로 분단과 대결의 아픔을 다룬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동포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한민족의 아픔과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한반도 허리 갈랐던 DMZ, 국제평화 상징지대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4(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과 모든 회원국이 함께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빈곤퇴치·양질의 교육·기후행동·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북·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DMZ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평화유지(PKO)·군비통제·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 특히 DMZ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린다.'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DMZ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DMZ의 평화지대화는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담겨 있기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유엔총회라는 지구촌 문제를 다루는 최고 권위이자 최대의 국제기구에서 전 세계 정상과 지구촌에 공식적으로 밝힌 구상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은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방송·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며 그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반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는 큰 구상이 현실화됨으로써, 지구촌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대변환과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이끄는 길이 돼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반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는 큰 구상이 현실화됨으로써, 지구촌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대변환과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이끄는 길이 돼야 할 것이다.

 

 

66년간 출입 없는 온대 원시림, 세계 생태계의 보고

DMZ는 유엔군·조선인민군·중국인민지원군이 6·25전쟁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설치한 비무장·비전투 지역으로, 지역 내에서는 민간행사와 구제사업 외에 어떠한 적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민간인과 군인을 막론하고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66년의 역사를 통해 희귀동물들의 주요 서식지가 되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대 원시림으로 보존되어 있다. 35년 이상 사람의 출입이 없어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연구나 평화적 이용대상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르 받아왔다. 1971612일 당시 군사정전위원회 유엔측 수석대표 로저스는 이 점에 주목하며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북한측에 제의하기도 했다. 1987년 자연보호중앙협의회는 내무부와 공동으로 민간인 통제구역 전부에 걸친 자연조사를 실시했으며, 당시 조사에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에 대한 기본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세계환경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으로 통일이 될 경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공간으로 평가받으며 현황 실태 파악을 위해 남북한 학술조사단의 구성이 논의됐고, 주변 둘레길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통일을 기원하는 걷기와 달리기,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적대와 냉전의 장에서 평화와 공존공영의 장으로

동서길이 248이며,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 2지점을 남방한계선, 북쪽 2지점을 북방한계선으로 하는 DMZ1953727일 휴전협정 전문 제1조에 의거하여 설치됐고, 남방한계선은 관할권이 연합군 총사령관에게, 북방한계선은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에게 주어졌다. 이 지역 내에서는 민간행사와 구제사업을 제외한 어떠한 적대시설이나 적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고, 민간인과 군인을 막론하고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으며, 출입인원도 어느 한쪽에서 1,000명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지역은 '최후적인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되었으나, 실제 남북한 모두 감시초소(GP)·관측소(OP)·방송시설·철책선·군인막사, 군대까지 주둔시키고 있다.

비무장지대 안에는 한국 주민이 사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평화의 마을로 이름 붙여진 북한측 마을이 있다. ‘자유의 마을19538월 이후 사민의 비무장지대 출입에 관한 협의를 근거로 설치된 특수마을로 비무장지대 안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주민에게는 납세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되고 있다. 19887월 마을에는 43세대 217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으며, 2018년 기준 49세대 193명이 거주하고 있다. 북한측 주민이 살고 있는 평화의 마을은 선전촌으로서의 북측의 체제 선전을 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호흡과 삶의 터전이 유지되면서 비무장지대의 생명성과 생태성은 통일 이후 인간의 발길과 발자취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면서 더욱 강력한 상징성으로 세계에 호소력있고 매력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추억, 더 이상 아픔 없어야

많은 국민들에게 분단현실을 일깨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부근의 공동경비구역의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 정우진(신하균)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의 진상을 두고 대립하던 남북은 결국 중립국의 수사관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합의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된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이영애)는 남한군 병사인 이수혁(이병헌)과 북한군 오경필(송강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에 빠져든다. 소피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지뢰를 밟고 위험에 처했던 남한의 이수혁을 북한의 오경필과 정우진이 구해준 사건을 계기로 이들이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왔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남북 군인이 서로 왕래해 왔다는 것이 북한군 장교에게 탄로나면서 이들은 서로 총을 겨루는 파국적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결국 이수혁의 자살을 끝으로 사건은 종료되고 영화는 진하고 아쉬운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난다. 이 작품은 남북 군인의 우정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한국영화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하는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DMZ평화지대 시금석, 평화경제 선순환 구조 만들 것

문 대통령의 이날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반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담은 담대한 외교적 행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한반도 허리인 DMZ가 평화지대로 바뀌면 한반도는 대륙·해양을 아우르며 평화·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큰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대화·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권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 구역이 됐고 남북은 함께 DMZ 내 초소를 철거해 대결의 상징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한반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동력이 됐다.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북미는 비핵화·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역설하며 한반도의 변화와 평화를 향한 담대한 행보 및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도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평화·인권·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유엔 목표를 실현하는데 책임·역할을 다하고 유엔의 궁극적 이상인 국제 평화·안보가 한반도에서 구현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국제사회의 지지·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김정은 적극 화답해 성공하는 협상 만들어야

이제 그 평화를 만드는 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답해야 한다. 서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기싸움과 줄다리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국내정치적 입장과 독선적 태도에서 벗어난 본격적인 협상의 성사에 나서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 사회의 생존을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이때 적극 협상에 나서서 성공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있기에 미국은 아시아의 동맹가치를 만들 수 있고, 북한 역시 유일한 생존과 발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보수정치세력도 그동안 냉전과 정략적 시각으로 북한문제를 이용해온 것을 반성하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이끄는 개혁과 혁신, 협상과 성공의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반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는 큰 구상이 현실화됨으로써, 지구촌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대변환과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이끄는 길이 돼야 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적극적 동참, 중국 러시아 일본의 적극적 협력과지지, 국내 민주개혁진영의 적극적 호응, 냉전보수세력의 진정한 반성과 협력으로의 변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이룩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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