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깨비
     
윤 한 로

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
몇십 년 묵으면
사람 마음 배기고
욕심 배기고 때도 묻어
도깨비가 된다던데
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
방구들장 뽑아 던지고
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
동당이 치며 심술부린다던데

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
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
,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
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
즤 시가 저한테 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 밤새 쿵쾅거리며
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

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
난장판을 치는 데야
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

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 별 것도 아닌 주제가

 


시작 메모
인터넷 포털들에 시인, 작가로 등재하려면,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주요 출판사에서 출간하거나 아니면 대형 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거나 해야 한다. 아 참, 또 자비 출판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 번 등재하려고 덤볐다가 실패한 문학청년 하나가 그러는데, 그게 또 마치 회사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처럼 허탈하더라고. 옛날 썩어빠진 도깨비보다 못한 것들이려니.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