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고 하는 경마는 뭔가 다르다

경마를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경마를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무슨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하지만 필자도 예전에 경마를 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기에 그런 팬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경마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경마는 누구도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안다고 남을 가르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경마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그 누구의 가르침도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경마에도 정립된 이론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바로 정석(定石)이라고 하며, 그 이론을 습득하여 그 것을 토대로 한단계한단계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바둑을 두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오랜 세월 바둑은 뒀으나 죽어라 바둑이 늘지 않는 만년하수들을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다. 바둑이 두뇌게임이다 보니 나이가 먹으면서 머리가 흐려진 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정석을 익히는 것에 소홀했기 때문에 어느 단계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석에는 원칙이 있고 기본기가 숨어있다. 무엇인가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정석이란 것이 필수다. 기초가 잘 다져져 있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강자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보다 경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경주 동영상이 일반화 되면서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 중에서는 경주를 분석하는데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새벽조교를 본다든지, 예시장에서 말의 컨디션을 관찰한다든지 그리고 경주전개를 예측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마권을 적중하기 까지는 경마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경마팬들은 너무나 실전적이고 결과론적인 쪽에만 치우치다 보니 정통한 이론의 습득 없이 잘못된 지식을 자신의 노하우로써 받아들이고 있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시장에서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이는 마필상태가 좋지 않아서 라고 여길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충분한 운동을 통해 경주의 준비가 잘 된 상태라고도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마필이 결과적으로 입상에 성공한다면, 땀을 많이 흘리는 마필은 상태가 좋은 것이라고 무작정 생각할 테이고, 이 것을 기억시켜 자신의 노하우라고 여기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까.

경주전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느린 흐름의 경주편성에서 “추입마가 유리할 것인가, 선행마가 유리할 것인가”와 같은 단순한(?) 질문에서도 필자의 경험상 명쾌하게 대답을 내놓는 이는 그리 흔치 않다.

위 물음들에 대한 정통화되고 객관화된 이론은 분명 존재한다. 비록 경주결과가 반드시 이론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마가 가지는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한 것이지, 결코 정석이론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결과에만 치중해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장기적으로 자신의 경마실력을 배양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석이론을 토대로 하여 경주에 대한 원인분석과 복기를 하고, 그렇게 쌓인 지식들이야 말로 진정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앞으로 60여회에 걸쳐 경마 이론에 대한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실제 경주적중률만 따진다면, 필자가 누구를 가르친다거나 할 만큼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본인 역시 지금도 배우는 입장이고, 앞으로도 습득해야 할 너무나 많은 지식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경마는 누구에게 가르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매우 심오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본 강좌는 외국의 수많은 자료들을 근거로 한 검증되고 객관적인 이론들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필자의 노하우를 일부 소개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객관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가 될 것임을 알려둔다.

연재하게 될 내용으로는, “좋은 말은 어떤 체형을 갖추고 있는가”, “예시장에서의 말의 컨디션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등의 마필 관찰 요령 등을 중심으로 “경주 전개와 분석의 올바른 요령은 무엇인가”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이번 강좌가 여러분이 알고 싶었던 물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사항이 있다면 과감히 고쳐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주길 당부 드린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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