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요즘 마필생산자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경마에 대한 규제를 제외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조금 과장하여 풍전등화다. 2세 마필의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무슨 엄살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마필생산이 과잉된 현실에서 앞으로 생산자는 저급의 씨암말을 과감하게 도태한다 해도 과잉 생산의 물길을 잡는 데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RA가 2009년에도 신규 마필 생산자를 등록해 준다면 과잉을 줄일 수 있는 길이 더욱 힘들어 질것은 뻔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과 관계없이 또다른 현실이 생산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는 3세 이상의 신규 마필은 경마공원에 입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마방의 입사 T/O제를 적용하여 2세 마필의 입사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엎친데덮친격으로 2009년부터는 서울경마공원에도 3세 이상의 신규마필은 입사 불가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된 이유로는 3세 마필의 대다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체격과 균형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판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진다.

이것은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의미의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비교하면 지나친 표현일런지 모르겠다. 말의 개체에 따라 늦게 성장하는 마필이 있고 오히려 2세때 보다는 3세에 입사해야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마필도 여러 두 있다. 이러한 마필이 무조건 2세에 입사할 경우 경주마의 수명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 3세이상의 마필은 경마장에 입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겠는가? 선진국에 비해 생산환경과 육성여건이 떨어지는 한국으로서는 더욱 입사시기를 늦출 필요성도 있다. 물론 통계적으로 볼 때 2세때 입사한 마필들의 성적이 3세때 입사한 마필보다는 경주성적이 좋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은 가져본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 보면 3세때 입사한 마필의 경주수명이 더 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경마공원에 입사한 시기별 경주성적이나 경주퇴역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마주뿐만 아니라 시행체와 조교사까지도 “빨리빨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생년월일이 늦거나 발육이 늦게 진행되는 말까지도 무조건 2세때 입사해놓고 훈련의 진행을 늦추면서 마방만 지키는 말들도 많다. 또한 무리하게 빨리 경주에 출전하여 능력도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경주로를 떠나가는 마필이 얼마나 될런지 모를 일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의 경마장에서 정한 제도를 따르지 않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조교사 그리고 마주및 시행체의 뜻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생산자협회와 깊숙한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자협회에서 반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들을 배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필생산 없이 경마는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2세 마필만이 경마공원에 입사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