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임자 해변 말(馬) 축제
- 제3회 임자 해변 말(馬) 축제, 성황리에 열려
- 지역민과 함께하며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말 축제의 현장

신안군 최북단에 있는 섬, 임자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서서울 나들목에서 무안공항 나들목까지 4시간여, 다시 점암 선착장까지 30여 분. 그리고 철부선을 타고 뱃길로 20여 분을 지나니 도착했다.

임자도는 민어와 황강달이, 새우젓과 천일염, 그리고 양파와 파의 산지로 유명하다. 실제 임자도 도로 옆 밭에는 파들이 잔뜩 심겨 있었고, 간간이 만나는 휴게소에는 양파와 밤고구마를 단골 메뉴처럼 팔았다. 뛰어난 경치와 더불어 온갖 해산물과 어종이 철마다 풍성하다. 그러니 4월에는 튤립 축제가 6월에는 병어 축제가, 7월에는 민어 축제가 이 외딴 섬(사실 여의도의 5배 크기다)에서 열린다. 임자도는 섬 전체가 깨끗한 모래로 덮인 ‘오아시스 섬’이기도 하다. 폭 400m, 전체 길이 12km에 이르는 ‘명사 삼십 리 모래밭 길’ 대광 해변이 대표적이다. 모래 덕분에 한겨울에도 파 농사가 잘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내어 주는 섬’이다.

매년 8월이면 임자도는 오로지 ‘말’만을 위해 내어 준다. 무안공항 나들목에도, 점암선착장 가는 길에도, 철부선에서도 관광객들을 맞은 건 “승마 가족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였다. 벌써 3년째, 8월 임자도에서는 ‘임자 해변 말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변 말(馬) 축제인 이 행사는 전라남도승마연합회 주관, 한국마사회 특별 적립금 사업으로 지원됐다. 총상금 일천만 원이 걸린 웨스턴크로스컨트리와 릴레이 단체경기 외에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노래자랑, 신안 양파 효소 체험, 타로점 및 캐리커처 서비스, 마장마술 시범,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던 덕분일까. 올해는 승마인과 지역민이 천여 명이나 참석했다. 승마 동호인 수도 증가했다. 웨스턴크로스컨트리 부분에는 총 43명의 선수가, 릴레이 단체경기 부분에는 13개 팀 총 39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8월 25일과 26일 양일간 개최됐기에 승마 가족이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며칠 계속되던 늦장맛비도 그쳤다. 그러다 보니 웨스턴크로스 컨트리 경기, 릴레이 경기 때는 사실 긴장감보다 가족끼리, 동호회끼리 서로 웃고 떠들고 즐기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역력했다. 꼴찌로 들어와도 박수소리는 우렁찼고, 상대가 실수로 장애물을 넘어뜨리면 서로 안타까워했다. 말이 제멋대로 진영을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웃기도 하고, 어린이 동호회원이 경주할 때면 마치 부모처럼, 할미처럼 “아이고, 말 잘 타네. 어른들보다 낫네” 하는 격려 소리가 넘쳤다. 아직 말을 탈 수 없는 영아들은 자신처럼 작은 포니와 인사하기도 했다.

- 어디 승마인뿐이랴, 지역민도 흥겨웠고 말도 신 났다
- 이승열 전남 승마회 회장,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 국민에게 사랑받고 싶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전라남도승마연합회의 이승열 회장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노래자랑, 신안 양파 효소 체험 프로그램 등을 특히 자랑했다. “천혜의 환경을 갖춘 전라남도 신안 임자도에서 치른 이번 대회가 대한민국 관광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럴 때 승마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이를 토대로 말산업도 발전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또 이 회장은 “경마와 승마 양대 축을 기반으로 하는 말산업의 기초는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때 발전한다. 이번 축제는 ‘그들만의 운동’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축제의 의의를 밝혔다.

행사 마지막 날, 주최 측은 15호 태풍 ‘볼라벤’의 북상 소식에 중식도 마다하고 서둘러 행사를 마감해야 했다. 그래도 시상대 앞에 선 참가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동호회마다 갖춰 입은 형형색색의 옷, 전국 각 지역에서 모였기에 다양한 사투리가 어우러진 한마당을 종식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웨스턴크로스컨트리와 릴레이 부분에서 대회 2관왕을 차지한 이종문 선수(전남 나주·골드레이크승마학교)는 “어제오늘 말을 신 나게 탔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왔는데 생각지 못하게 상을 받아 기쁘다. 생활 체육 부분 중 하나인 승마에 대해 사람들이 선입견을 버리고 가깝게 다가와 체험하면 좋겠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말을 타고 드넓은 해변을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아니, 사람을 태우고 해변을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말들도 해변에서 뛸 수 있는 오늘을 기다렸을 것이다. 해변을 한껏 달린 뒤, `한우 수송차`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가는 말들의 눈빛은 마냥 초롱초롱 빛났다. 철부선의 심한 진동과 거친 뱃고동 소리에도 민감하지 않고 그저 즐기는 티가 역력했다. 생전에는 사람에게 기쁨과 건강을 주고, 배설물은 천연 비료로 주고, 죽어서는 뼈와 기름, 가죽, 털, 태반, 고기를 아낌없이 내어 주는 말이야말로 승마인들의 ‘임자’는 아닐까.

올해 축제는 끝났다. 내년 8월, 제4회 임자 해변 말 축제를 기다려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해서 승마를 즐기고 함께 축제를 나누기를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저 드넓은 해변을 달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 이번 축제 마지막 행사인 ‘愛馬사진 콘테스트’는 8월 31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행사 당시 찍은 사진 1점당 만 원을 내고 작품명과 출품자 이름, 주소와 연락처를 명기한 후 webhard.is.ilgan.co.kr ‘애마사진콘테스트’ 폴더에 업로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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