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특히 경마는 서러브레드(Throughbred)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세계가 동시에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글로벌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라면 세계와의 경쟁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경마에 대한 세계의 경쟁은 어느 나라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많이 확보하느냐로 모아진다. 그러니까 한번 교배료가 수억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필의 몸값이 수백 억 원까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경마산업을 두고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모순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경마산업은 모든 원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경쟁의 원칙에 입각하여 발전하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키기도 한다. 그 경쟁의 속성상 자본이 없는 사람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또한 인생의 낙오자로 만들기도 한다. 철저한 경쟁의 원리에서 오는 많은 문제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경마산업은 세계 120여 국가가가 시행하는 글로벌산업으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경마를 아예 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이왕 시행하려면 모든 정책의 초점이 세계와의 경쟁을 겨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경마는 온갖 규제와 통제가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고 공정성도 훼손하고 있다. 경마시행 86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언감생심 세계와의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파트3국에 진입한 것이 우리 경마의 현실이다. 경마산업 종사자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우리끼리 베팅하는 경마로 안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데 경마는 말(馬)을 생산하는 1차산업을 거쳐 2-3-4차 산업으로 이어지는 복합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가뜩이나 사감위가 서슬퍼런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데 우리끼리의 경마 만을 주장하다가는 모두가 폭삭 망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어떤 마주 한 분이 필자에게 문의를 해왔다. 부산 마주가 현재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경주마를 구매하여 부산경마장에서 뛰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필자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마주 간의 경주마 매매는 자유로운 것이고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국마사회에 확인한 결과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서울의 마주 한 분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경주마를 장수육성목장 조련사에게 새롭게 훈련시켜 재입사 시키고 싶은 데 한국마사회에서 안된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수육성목장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이냐며 화를 냈다. 실제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제주목장이나 장수목장의 조련사들은 현역마들 중 재훈련을 필요로 하는 경주마를 받을 수 없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제도와 정책은 상식선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국경마는 곳곳에 비상식적인 통제와 규제가 난무하고 있다. 서울마주협회는 개별구매 제도에서 위임일괄구매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마사회 부경본부는 당초 2008년부터 개별구매 허용 계획을 세웠지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외국산마 도입 정책에 있어 현지가 2만불, 실전에 참여하지 않은 경주마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경주마를 구입하다보면 1-2천불 사이에 능력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만약 상한제를 시행하려면 일정한 금액으로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가령 1만8천불부터 2만2천불 사이 등으로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말을 고를 수 있는 폭도 넓어지는 것이다. 이러고서야 언제 세계와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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