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칼이여, 그대
무지
막지를 아는 순간
그댄 이미
한없이 무디다
그러니

놓아라

 

 


시작 메모
때리면 맞고, 밟으면 밟히고, 또 때리면 또 맞고, 또 밟으면 또 밟히고, 나 또한 일어나고 일어나리, 늬들 다 자는 밤 나 늬들, 밟고 또 되밟으리.’ 2013년 겨울에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쓴 풀이다. 1, 2, 3, 풀잎, 잡풀 여러 차례 풀을 썼는데, 가장 맘에 든다. 나아가 김수영 시인의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풀보다,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라는 박성용 시인의 풀잎보다, 이 시가 훨씬 맘에 든다. 아무튼 풀은 그 누구한테도 결코 지지 않는다. 특히 무지막지한 것들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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