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우리군 “민병대 수준 전락” 폄하, 인권역사 의식도 저열

장군은 모든 군인뿐 아니라 남자들의 꿈이고 로망이다. 긴 칼 차고 늠름한 모습으로 수많은 병사를 호령하며 전쟁을 이끄는 장군의 모습은 멋진 역사영화 장면처럼 당당하게 다가온다.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여진족을 몰아내며 6진을 개척한 윤관 장군,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물리친 권율 장군, 조선을 침탈한 일본군을 물리친 김좌진-홍범도 장군의 모습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며 찬사를 받는 장군들이다.

장군(將軍)은 사전적으로는 군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우두머리를 가리킨다. 장군은 대개 연대나 연대 크기의 부대보다 더 큰 부대 또는 육군의 한 병과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부대를 지휘하는 고위 장교로, 원수, 대장, 중장, 소장, 준장이 장군으로 불린다. 미국의 육군·공군, 해병대에는 준장(brigadier general)이라는 4번째 장성 계급이 있으며, 미국 육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원수인 5성장군은 1944년에 만들어져서 H. 아널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더글러스 맥아더, 조지 C. 마셜에게 수여됐다. 미국의 4성 육군원수 계급은 율리시스 S. 그랜트를 위해 1866년에 제정되었으며, 후에 윌리엄 T.셔먼과 필립 셰리던에게 주어졌다.

우리 한국군에는 준장·소장·중장·대장의 4계급이 있다. 1948년 창군 이래 이응준·채병덕 등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과 원용덕·정일권·백선엽 등 만주군 출신의 장교들이 초기의 장군으로 활약했으나, 친일행적 논란과 군사정권 쿠데타 관련 논란도 잇따르곤 했다. 원수는 국가에 대한 공적이 뚜렷한 대장 중에서, 국방부 장관의 추천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원수에 임명된 군인은 없다. 존경받는 군인이 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장군 442명 강군 불구, 정치군인-비리장성 국민불신 심화

한국에서 장군은 모두 몇 명이나 될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육··공군 장성은 모두 442명으로, 전체 장교의 수는 6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장 9, 중장 33, 소장 125, 준장 275명으로, 군인 1만명 대비 6.4명의 장군이 복무중이다. 엄청난 수다.

헌법이 규정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청춘을 헌신하는 수많은 사병을 지휘하는 장군은 그만큼 도덕성과 책임감, 실력과 윤리의식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군과 만주군에 입대해 독립군을 탄압하고, 해방 이후에는 권력에 기생해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는 등 정치군인들의 존재가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국어사전에 정치군인’(政治軍人, 군인 본연의 일보다 정치적 활동에 치중하는 군인)이란 단어가 등재되어 있을 것인가?

하나회와 알자회 등 정치군인뿐 아니라 무수한 군납비리와 방산비리를 저지른 장성들이 재판을 받는 장면은 또 어떠한가? 특히 국정농단 사태 당시 드러난 것처럼 민간인을 사찰하고 댓글부대를 운용해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등 정치군인들이 보여준 현실정치 개입 행태는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불신을 부추겨왔다.

 

신군부 불법 삼청교육대 운운하는 저급한 역사의식 충격

대표적인 사례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의혹사건과 최근 정치권 영입 논란이다. 박 전 대장은 4일 서울 63빌딩에서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공관병 갑질 사건을 불순세력의 작품이라고 공격하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격적이며, 상식 밖의 인권의식에 놀람을 금할 수 없다. 그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임 소장이) 극기훈련을 통해 단련을 받으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지 않겠냐 하는 분노의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그의 편협하고 왜곡된 군인상과 인권의식에 대한 충격과 실망은 더욱 커질뿐이다.

삼청교육대가 과연 어떤 곳인가. 삼청교육은 5공 신군부가 1980불량배 소탕’(삼청계획 5)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간 전국 군부대에 39742명을 영장도 없이 강제 입소시켜 집체·순화 교육을 시킨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건이다. 국방부도 삼청교육대 현장에서 52명이 숨지고 후유증 사망자만 397명에 달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던 비극적 사건이다.

그는 삼청교육대 발언에 대해서도 5일 방송에서 사과할 의사가 없다. 사과할 일이 아니고 해명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의 역사와 현실을 보는 인식이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편협함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현안에 대한 인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박 전 대장은 지금 군에는 행동의 자유가 없다. 군은 만약을 대비하는 조직이라며 최근 거론되는 (옛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 문건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엄청난 범죄를 사실상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의 안보태세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는 “2년 반 전만 해도 우리 군은 세계가 인정하던 강군이었는데 이 정부 출범 이후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무기나 병력 면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인 대한민국의 군을 폄훼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선진 군의 모습을 희화화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에 대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4성 장군이 규정도 모르고 병사들을 노예마냥 취급한 셈이다. 군 기강 문란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갑질을) 자행할 수 있었는지 이해했다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어 “4성 장군을 지내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군부독재 시절에 운영되던 탈법조직을 운운하다니 충격적이다. 우리 국민들이 2019년에 삼청교육대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들어야 하느냐라며 본인으로 인해 주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후배 장군들이 똥별로 싸잡혀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갑질 행태를 자랑스레 떠벌리는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침개 등 갑질 논란에 반성은커녕 침소봉대 주장해서야

그는 이날 회견에서 2년 전 폭로된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반성은커녕 침소봉대됐다고 일축했다. 그는 공관병에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감은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고 반박했다.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부당한 갑질과 지휘체계에 따른 지시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인권 불감증을 드러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공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공관병들이 돕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권위주의에 물든 오만한 태도를 그대로 노출했다. 그는 육군 병영생활규정에서 부대활동과 무관한 과목·수석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을 심부름꾼처럼 부리고도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장은 아내에게 적용된 혐의는 (썩은 과일을 던졌다는) 폭행과 (공관병을 잠긴 베란다에 두고 외출했다는) 감금 두 가지라며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공관병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병을 사적인 용도로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했던 가족의 과거 행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군 규정도 숙지하지 않은 채 갑질 논란을 음모론과 부적응 공관병책임으로 돌리는 모습도 안타깝기 그지 없다.

정치군인의 면모도 충격적이다. 박 전 대장은 당이 원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하겠다며 자유한국당 천안 공천을 희망하면서, 황교안 대표로부터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또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나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와 그동안 소통하는 등 스스로 정치군인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출마까지 희망한다는 점에서 정치군인의 길을 가려는 그의 야망을 읽게 한다.

 

이번 박찬주 전 대장 사태를 계기로 군은 정치군인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본격적인 국방개혁에 나서야 한다. 권력에 기생하며 군인정신을 왜곡해온 정치군인과 군내 적폐를 정리하고, 국민의 편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군과 안보를 지키는 참군인들이 국방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진정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이번 박찬주 전 대장 사태를 계기로 군은 정치군인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본격적인 국방개혁에 나서야 한다. 권력에 기생하며 군인정신을 왜곡해온 정치군인과 군내 적폐를 정리하고, 국민의 편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군과 안보를 지키는 참군인들이 국방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진정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국방개혁 통해 참군인이 국민과 안보 지키는 강군 일궈야

한국사회에서 정치군인은 사라져야 한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전격적으로 하나회를 손봤다. 권영해 국방장관을 불러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예편시키도록 했다. 폐쇄적인 사적모임으로서 12·12 하극상 쿠데타나 5·18 당시 강경진압 같은 비극을 낳았던 하나회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어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하나회가 차지했던 군 요직을 비하나회로 채웠다.

이 시기를 전후해 육사 34기에서 43100여명으로 이뤄진 알자회도 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회는 1976년 육군사관학교 3410여명이 모임을 만들어 43기까지 10개 기수 총 120여명이 활동했다. 1992년 해체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알자회 가담 인물들은 모두 1차 진급에서 떨어지고 보직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당시 알자회독사파’(獨士派) 등 군부 내 사조직이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당시 알자회는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 부활한 것으로 알려진 군내 대표적 최대 사조직을, 독사파란 독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연수·유학을 마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진급에 성공한 일부 알자회 출신 인사들이 국방부 정책기획관, 특전사령관, 12사단장 등 요직을 대물림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부활했고, 아직도 군의 요직을 장악하면서 국방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박찬주 전 대장 사태를 계기로 군은 정치군인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본격적인 국방개혁에 나서야 한다. 권력에 기생하며 군인정신을 왜곡해온 정치군인과 군내 적폐를 정리하고, 국민의 편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군과 안보를 지키는 참군인들이 국방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진정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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