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원, <아픈 말도 행복할 수 있다>, (대한미디어, 2012년, 15,000원)
- 저자 인터뷰, 한국마사회 박경원 차장을 만나다
- “말은 산업동물이자 반려동물”…말산업 관계자들의 윤리 의식 지적한 화제작


수의과대학 시절부터 말과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 있다. 졸업 후 한국마사회에 입사하면서 ‘말 귀신’에 씌워 말 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라는 책까지 썼다. 말은 어떻게 아플까. 아픈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말보다 사람이 먼저 아니던가. 한국마사회 승마활성화팀의 박경원 차장을 만나 책을 쓰게 된 동기부터 내용, 말의 복지와 말산업 관계자들의 윤리 의식에 대해 물었다.

(레이싱미디어, 이하 -) 말과 관련한 기존의 서적들, 번역서들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말 수의사의 입장에서 책을 쓰셨다.

(저자 박경원 차장, 이하 저자) “일반 독자들이 말과 관련한 상식을 넓히고 말과의 교감을 촉진하도록 ‘문턱’을 낮춘 책을 쓰고 싶었다. 관련 서적이 적은데 말산업 관계자들, 다음 사람들을 위해 지금의 제 입장과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면서 썼다. 단지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 말산업 대중화를 위한 시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는 마체와 마문화, 혈통부터 저자의 개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말 종합 백과사전’이자 ‘호스맨(horseman)의 아가서’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 “과찬이다. 대학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마사회에 입사한 뒤 그간의 경험을 이야기로 담았다. 제가 직접 만나고 치료한 말들을 생각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썼다. 말도 소처럼 집안의 ‘재산 목록’이라면 기본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초기에는 현장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의사로서 그런 불합리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쓴 글을 다듬었다.”

- 책에서 지적했듯이, 부상당한 경주마가 고깃값으로 처분되던 현실,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해 ‘코끼리 다리’가 된 말을 치료하던 경험, 마주가 받은 상금 가운데 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얼마나 재사용되는가 하는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국내의 이런 상황에서 말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 “말 관리 문제가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문화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미국 같은 경우 바바로(Barbaro)라는 경주마가 부상으로 투병 끝에 안락사된 적이 있다. 팬들이 바바로를 기리며 펀드를 조성해 난치병에 걸린 말들을 위한 치료 연구 기금으로 내놓는 등 말산업은 하나의 국민적 문화로 자리잡았다.
‘말은 우리의 친구’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감성이 풍부할 청소년기 때부터 말과 함께 생활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승마는 단지 좋은 운동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최고의 운동이다. 아이들에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해주는 운동이다. 사람이 행복할 때 말도 행복하지 않을까.”

- 말산업 진흥의 추진 동기와 당위성은 산업 이상의 것, 사상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셨다.

저자: “우리가 말산업을 왜, 무엇 때문에 하려는지 묻는 일이 필요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데이터나 수치를 제시하는 것 이상의 ‘뜻’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 최근 서울대 수의과에서 자넷 한 교수를 말 전문의 교수로 임용하고 건국대와 한국마사회가 국내 말 수의사 양성을 위한 MOU 협정을 맺는 등 말 수의사 관련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말 전문 병원이 없는 현실이다.

저자: “수의사의 90%는 개나 고양이 같은 소동물과로 간다. 10%만이 대동물과로 가는데 그중에도 10%, 즉 전체 수의사의 1% 정도가 말 수의사다. 현재 국내에 50여 명의 말 수의사가 있는 걸로 안다.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은 인력이나 시설 면에서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기반을 잘 조성하면 국내에도 말 전문 병원이 생기지 않을까.”

- 아픈 말이 행복하려면 말산업 종사자들의 철저한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 같다. ‘말은 산업동물이자 (인류의) 반려동물’이라고 주장한 테마가 무척 인상적이다.

저자: “책의 추천사를 써준 토마스 하트비히(Thomas Hartwig)씨의 말대로 우리는 말을 윤리적으로 대해야 말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에게 진심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말 관계자들은 자신의 말에게 성심(heart blood)을 다해야 한다.”

- 한국마사회 승마활성화팀의 차장으로서 그간 중요한 행사를 기획하시고 이끌어오셨다. 마지막으로 국내 말산업 관계자와 승마 대중화를 위해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저자: “아직 초창기인 국내 말산업은 금방 무언가를 이뤄낼 분야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당장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10년, 20년 꾸준히 지속하면서 그 안에서 긍정적 에너지가 나올 때 성장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의 의지, 특히 사고가 중요하다고 본다. 말과 함께하면서 그저 ‘말 타고 놀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배우고 깨달음을 통해 말산업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 저자 소개
박경원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1993), 미국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말병원 외과연수(2002), 한국마사회 근무(1996~현재), 대한승마협회 수의위원(2005~현재), 국제승마연맹 공인수의사(2007~현재)

★ 책 속으로...
는 말과 마문화 이야기, 말의 건강과 질병 이야기, 말의 행복과 복지 이야기 그리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주요 말 관련 서적과 서지에 대한 소개를 친절하게 적시했다. 부록에는 마필보건소와 업무 소개 및 세계적 말병원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있다.
독일 승마협회 홍보 담당가이자 승마 저널리스트 토마스 하트비히는 추천사에서 "이 책의 탁월한 가치는 말과 함께 살아가고 있거나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의 건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제공함을 물론, 세계 여러 지역과 문명에 말이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할 만큼 최근 국내 저자가 쓴 말 서적으로는 `터닝 포인트`가 될 중요한 책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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