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즉, 서러브레드는 “달리는 보석”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만큼 경주마는 잘 달리기 위해서 모양새 역시 아름답지 않으면 안된다. 명마로 불리는 말들은 예외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고, 그러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경마를 이해하고 정복하는 첫 걸음 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말의 밸런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말의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고 좋은 말인지 혹은 나쁜 말인지를 판단하였다면, 말의 각 부위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말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는 것이 밸런스의 판단이라면, 말의 각 부위를 좀더 세분화하여 판단할 수 있는 미시적인 안목도 함께 키워야 할 것이다.

말의 각 부위를 살펴보는 첫 번째 시간으로, 말에게 있어 경주를 달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인 “다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독자여러분은 “말은 중지(中指) 하나로 서있다”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말이 빠른 순발력과 스피드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면(地面)에 최소한의 부분만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로, 오직 빠른 스피드를 위해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이다.

말의 4개의 다리는 모두 이동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앞다리와 뒷다리는 각각 다른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

뒷다리는 말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 추진을 하는 수단이다. 말의 뒷다리를 살펴보면, 가랑이 관절로부터 비절까지 완만하게 굽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만약 굽어있지 않고 거의 직선에 가까운 다리를 한 말이 있다면, 경주마로서는 실격이다.

말의 뒷다리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비절에서 구절까지의 부분이다. 이 부분은 말의 추진력과 보폭을 결정한다. 간혹 이 부분이 마체 안쪽으로 굽어진 다리를 하고 있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미리 뒷다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말의 보폭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비절에서 구절까지의 부분이 마체 밖으로 나와있는 것도 좋지않은 경우다. 추진을 하는 과정에서 힘이 분산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명마의 뒷다리를 보면 대부분 에서와 같이 엉덩이 부분과 평행을 이루고 있고, 이것이 좋은 뒷다리의 형태인 것이다.

말의 앞다리는 달리는 말의 체중을 지탱하여 주는 기능을 한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앞다리가 동시에 착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개의 다리만이 먼저 착지가 되기 때문에 앞다리가 받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다리의 뼈의 굵기는 기껏해야 21-22센티미터이기 때문에 뒷다리 보다 앞다리의 질병 발생이 훨씬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다리의 생김새에 따라 질병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앞다리를 살펴볼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무릎으로부터 발굽까지 즉, “중수골”의 기울임이다.

의 말을 살펴보자. 앞다리의 무릎으로부터 발굽까지의 모양새가 조금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가장 좋은 형태는 그 모양새가 곧게 서있는 것이 가장 좋은 형태이지만, 이러한 형태도 결함은 아니다. 이렇게 안쪽으로 구부러진 다리는 오히려 질병발생의 빈도수가 많지 않으며, 경주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당세마 혹은 2세 이하 어린말의 앞다리를 보면 대체로 안쪽으로 약간 구부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말은 태어났을 때 이러한 곡선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성장해 가는 단계에서 다리가 곧게 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설사 곡선이 작게나마 남아있다 해도 극히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이해를 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앞다리의 중수골이 반대로 바깥쪽으로 휘어진 경우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다리를 가진 경주마는 “굴건염”에 걸리기 쉬운 단점을 지니고 있다. 굴건염이란, 앞다리 중수골의 뒷부분에 위치한 근육 즉, 굴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걸리면 치유가 어렵고 꽤 치명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이런 형태의 다리를 가진 말들이 씨수말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자마들 역시 그러한 같은 유전적 결함을 타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까지 과천벌을 호령하던 삼관마 ‘제이에스홀드’도 앞다리 근육에 문제로 인해 결국 은퇴를 결정한 것을 보면, 그 어떤 명마도 결코 다리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듯 하다.
비록 빠른 스피드를 위해 진화 발전해온 서러브레드이지만, 그만큼 점점 약해져만 가는 다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서러브레드의 “아름답지만 슬픈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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