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윙>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정치 드라마 또는 스릴러나 선이 굵은 사극을 좋아해서 이번 달에 새로 론칭한 JTBC의 보좌관 시즌 2를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와중에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자연스레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에 더 귀가 기울여졌다. 드라마에 삽입되는 드라마 음악은 매회 방영 횟수가 있어 영화음악보다 음악을 반복해 들을 수 있고 시청자가 영상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드라마 음악은 영상 안에 사건과 상황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때로는 그것들을 극대화하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좀 더 풍부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멜로디와 리듬이 어떻게 움직여 영상과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한 변수이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음악의 트렌드 인지 모르겠지만 오리지널 스코어보단 어디서 많은 들은 듯한 클래식 명곡들의 단편이나 선율을 살짝 바꾸거나 편곡하고 전체적으로 미니멀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났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 사진제공: JTBC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 사진제공: JTBC

일단 일정한 음형이 빠르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토카타(Toccata) 스타일을 현대적인 미니멀 기법을 결합시킨 스타일은 보좌관 말고도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서 긴장과 몰입을 해야 되는 장면에서 자주 쓰인다. 빠른 움직임(Movement)이라는 측면에서 건반악기 또는 현악기가 연주 할 시 효과가 뛰어나다. 예를 들어 아래의 19세기 프랑스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비도르(Widor)의 교향곡 중 한 악장인 토카타를 현악기로 편곡한 미디 음원을 들어보면 대번에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이 될 터이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음악이 18세기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를 위해 많이 작곡되었는데 바흐의 <평균율피아노곡집>의 1권 2번 전주곡을 들어보면 토카타와 프렐류드가 어떤 식으로 현대의 영화나 드라마, 광고 음악에 적용되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장태준(이정재 분)이 보좌관에서 국회의원이 되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여러 비극에 휘말리고 흑화화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비록 아직까지 4회뿐이 방영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전편에 비해 음악과 극이 한결 밝아졌다. 산뜻해졌다. 사극에서처럼 서사적인 현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사운드 보다 Minimal Funk 적인 요소가 더 가미되었고 가벼워졌다. 예를 들어 4회에서의 윤혜원 보좌관(이엘리야 분)과 한도경 비서(김동준 분)rk 주진화학의 오염물질 역학조사를 위해 같이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에 바흐의 칸타타 147번 <예수는 인류의 소망, 기쁨>의 선율 파편이 흘러나온다. 이건 의미심장하다. 이 BGM을 통해 왠지 둘 사이의 러브라인이 생성될 거 같은 느낌을 배가하고 곡의 제목만큼이나 결국엔 모든 이의 소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간접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율의 흔적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다. 현악기의 4개 줄 중 제일 낮은 G선 위에서만 연주하는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으로 붙여진 제목의 <G선상의 아리아>는 온화하고 성스럽다. 그건 앞의 칸타타와 같다. 바흐의 여러 곡 중 이 두 개를 선택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일단 두 곡 모두 제목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곡이며 곡 자체가 표방하는 따뜻한 기운이 비록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위안과 사랑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원곡들을 원형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현대적인 트렌드에 맞춰 전자음을 가미하고 가볍게 편곡해서 알려진 선율만 템프 트랙식의 편집(Edit)하는 방식으로 지극히 소비적인, 상업적인 방식으로 작곡이라는 창조의 영역보단 문자 그대로 에디터에 가까워 꼭 음악적 지식과 실력만 가지면 안되고 인문학적 소양과 현대적인 감각이 뛰어나야 함을 깨닫게 만든다. 오프닝과 엔딩에 가사가 있는 보컬로 오리지널 스코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기회에 정통 정치 드라마 속의 클래식 명곡, 바로크 스타일과 바흐의 음악이 주가 되긴 하지만 찾아서 들어보고 비교해 시청하면 새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불밝힌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갈무리: JTBC 드라마 보좌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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