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연합회 정기대위원 총회는 시작부터 `빵빵` 터졌습니다.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 KCN 승마 아카데미 김충남 대표, 국내 승마 및 말산업 문제점 본질 진단
- 경주 퇴역마 뒷거래, 정통 승마 교본 부재, 축산 농가 교육 시설 부재 손꼽아


오늘(1월 30일)은 국내 승마계의 양대 단체인 대한승마협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연합회의 2013년도 정기대의원 총회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11시), 다른 장소에서 열려 어느 곳으로 취재를 가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승마연합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로 향했습니다.

승마연합회 정기대의원 총회는 시작부터 ‘빵빵’ 터졌습니다. 박남신 회장은 “일을 열심히 하라고 회장직을 시켜줬는데, 잘 못한 점이 많아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진심이 담긴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또 “한국마사회에 전국민말타기운동 이익금 10%는 달라고 요구해 이를 시도연합회를 지원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며, ‘전국민말타기운동’의 현실적 문제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발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의원들은 “공인과 개인으로서 입장을 모른다”, “퇴사한 직원 퇴직금도 못 주는 마당에 경조비, 포상금 등 수백만 원씩 쓰며 방만한 경영을 했다”, “회장 자리가 무슨 엿장사 자리냐”, “새만금 승마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가 일정에 잡혔는데 직원들이 다 나가는 마당에 무슨 대안이 있느냐” 하면서 항의를 했습니다. 박남신 회장이 약속한 임원 기부금을 개인적 사정으로 내지 못했고, 방만한 경영으로 승마연합회 재정이 어려워져 임금 축소를 하자 직원들이 사직을 한 문제들을 지적한 것입니다.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일부 대의원은 회의 진행 방식, 7년 전 ‘구두’상으로 오갔던 말들을 끄집어내 사실공방을 하며 언성을 높였고 욕설까지 등장하자 정회 선언이 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건설적인 논의도 물론 있었습니다. 평소 ‘한라마 전도사’로 승용마 전환 사업 등을 꾸준히 설파해 온 이종형 감독(지산 홀스랜드)은 생활체육 승마대회 장애물 경기에서 90cm 종목을 늘려 체육승마인들의 참여를 높이자고도 했습니다. 전국민말타기운동의 현실적 문제 등을 지적하며 건설적 아젠다를 주창한 김기천 원장(홀스메이트 승마클럽)은 전국민말타기운동 기승 시간을 늘리고 강습비를 현실화하고 시도연합회를 지원해 홍보를 하자고도 했습니다.

온갖 설전이 오가는 때, KCN 승마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충남 대표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승마협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10년 전에는 국내 최초 전문 승마지를 발간도 하고, 승마를 30여 년간 하시며 선수 양성을 하는 등 이 바닥을 훤히 꿰뚫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김 대표님은 국내 승마 산업이 발전은 해도 수익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경마와 승마 분야 종사자들이 잘 협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말’이 문제였습니다. 일부 말업자들과 감독들이 뒷거래를 통해 순치 안 된 퇴역 경주마를 비싸게 승마장에 파는 비리 문제, 정통 승마 교본의 부재, 축산 농가를 지원한다 하지만 말을 어떻게 기를지, 순치하는 기술 문제 등을 교육하는 매뉴얼과 단체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말고삐를 4, 5번씩 매는 것은 말을 학대하는 행위며 기승자가 많아져 말을 혹사시키면 낙마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최근 모 승마장에서 낙마 사고로 회원 한 명이 사망한 사실을 언급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사람들이 강습하는 ‘마구잡이’ 승마가 아니라 체계적 승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승마 및 말산업 전문지로서 의 기획 의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김 대표님은 우리나라 승마와 관련 단체들, 종사자들의 역사부터 기승술, 순치술 그리고 미국의 웨스턴 승마와 영국 정통 승마, 우리나라의 사회체육 승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기고를 해 주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일부 비리 문제들에 대해서는 함께 기획 취재를 해서 국민들에게 잘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식사 후 총회는 다시 재개됐지만, 2013년도 사업 계획 및 예산 심의를 두고도 여전히 ‘돈’ 문제 때문에 설전은 계속 오갔습니다. 기사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회의를 끝까지 지켜보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승마 및 말산업의 미래를 두고 김충남 대표님과의 유익한 대화가 없었다면, “자체 내규가 없어서 싸움만 한다”는 핵심 지적이 없었다면 오늘 취재를 마치고 가는 발걸음은 또 무거웠을 것입니다. 승마 및 말산업 분야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보고 싶은데, 우물 안 개구리에 안주하고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부 관계자들, 단체들의 모습을 너무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말을 학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김충남 대표님처럼 순수하게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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