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반이 조금 넘었지만, 불꺼진 장수목장은 `암흑` 그 자체였다.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 전기세 아낀다며 밤 되면 전체 소등…안전사고에 무방비
- 시설 보수조차 제때 안 하는 등 예산 낭비 지적도


장수군(군수 장재영)은 제5경마공원 유치를 위해 전북도와 함께 말산업 클러스터 및 관광 문화 특구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인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리고 장수군이 말산업의 메카가 되는데 가장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장수목장이다. 2003년 장수목장을 유치한 장수군은 이를 계기로 말산업을 동력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경주마의 후기 육성 및 말 유통지원의 기능에 주안을 두고 지난 2007월에 개장한 KRA 장수경주마목장(목장장 홍순욱). 이곳은 말 육성 훈련에 주안을 두고 말 조련사를 대거 모집하고 과학적 훈련 시스템과 초현대식 시설을 갖추었지만, 지리적 여건 문제로 여러 문제에 봉착해있다.

전(前) U 서울경마장장은 비공식석상에서 “장수목장은 대표적으로 잘못 설계되고 지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이라는 지적을 했다. 본지에서도 장수목장의 계단식 설계 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목장의 활성화를 위해 말의 휴양 기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었다. 또 일부 경북도 지역 인사들은 전라도 지역이 장수목장 등 인프라는 갖췄지만 지역민들이 승마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종종 언급하기도 한다.

장수군이 말산업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에 역행하는 일이 최근 장수목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수익 사업’을 핑계로 장수목장은 지난해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전체 소등을 한다. 조련사들이 한창 마방을 관리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해야 할 시간이지만 가로등 하나 켜 놓지 않아 말 그대로 암흑세계가 된다. 특히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 험준한 산악에 자리잡고 있기에 더 어두운 곳인데도 ‘제도’와 ‘지침’에 따라 소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 조련사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숙소로 이동을 하다가 암흑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지역과 지형 문제가 아니라 ‘인재’가 만든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선진 기술을 도입한다며 외국인 말 육성 조련사를 수억 대 연봉을 주며 데려와 국내 조련사들과 시험 비교를 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인 조련사들 십여 명은 수억 대 연봉을 받으며 겨우 40여 두의 말을 ‘관리’한다. 하지만 오전 늦게 말들을 워킹머신에 돌리기만 하는 등 선진 기술은커녕 예산 낭비에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교배 시즌을 앞두고 씨수말을 관리해야 하고 경주마 육성을 위해 주로와 마장도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겨울철 장수목장에서는 주로조차 이용할 수 없다. 환경 단체에서 주로에 소금 살포하는 문제를 제기해 11월부터 2월까지는 주로를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외부 마장은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 말들에게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실내마장도 겨우 한 동 뿐이라서 이를 이용하려면 조련사들은 서로 눈치 경쟁을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또 마방과 마장 일부 펜스가 낡거나 말 발이 끼는 사고가 나서 폐마시키는 사건도 발생했지만, 목장측은 시설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관련 예산이 안 잡혀 있다며 한참이 지나서야 이를 수리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조련사들은 장수목장을 찾는 마주들에게 보험부터 들라고 충고한다. 불안해서 훈련도 제대로 못 시키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또 개장 초기 목적 사업에서 휴양마 관리를 빼놓아 휴양마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이제는 휴양마 관리 사업 변경 기간(5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아 마방이 텅텅 비는 문제도 지적됐다. 장수목장 100동 라인은 휴양마 시설로도 허가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의 수익 사업이 근본적으로, 밑바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말산업의 가장 핵심이자 기본인 ‘육성’ 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장수목장의 인프라가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방치 가운데 예산 낭비만 되는 현실인 것.

이에 대해 장수목장의 B 조련사는 “전기세를 아낀다고 가로등 하나 안 남기고 불을 끄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마사회장님도 이런 상황은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또 “선진 기술을 배운다며 조련사를 수억을 들여 국외에서 영입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다. 경마하시는 분들의 돈을 왜 이렇게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꼭 필요한 일에 제대로 예산을 집행해야 수익 사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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