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전망을 인터뷰했다. 국회의원들의 집합을 상징하는 여의도에선 내년 선거에 누가 어디에 나가고 누구가 누구랑 붙은다 아무 근거 없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언급했다.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뇌피셜을 미술의 추상회화며 화가 피카소에 비유해 여의도 피카소라고 명명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상호의 이 발언은 틀렸다.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사진 갈무리: Youtube 방송)

피카소는 입체파다! 단 하나의 시점으로 대상을 보고 그리던 전통적 관념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시점에서 본 부분을 하나하나 모아 결합시키는 형태, 즉 여러 시점이 하나로 모아져 있는 입체적인 그림이다. 형태를 극단적으로 쪼개 하나의 공간에 다닥다닥 붙인다. 예를 들어 사람 한 명이 길거리에 서 있다고 해도 그걸 그걸 모두 분해해서 얼굴, 목, 상체, 팔, 다리 등이 제각각이다. 어떤 시점에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한 공간에 여러 개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걸 음악으로 빗대면 독일의 작곡가 슈톡하우젠(Karl Heinz Stockhausen)의 그룹들<Gruppen>이라는 3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과 비슷하다. 정식 편성의 관현악단 3개가 제각기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도 오케스트라에 따라 3명이다. 각각의 오케스트라는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지휘자에 따라 곡을 연주하는데 3개의 그룹들을 개별적이고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상호 연관성은 희박하고 생긴다 하더라도 그건 우연에 불과하니 청자는 그중에 듣고 싶은 걸 하나 골라서 듣거나 3개를 한꺼번에 모아서 들어도 된다. 즉 다시점이 아닌 멀티채널(Multichannel)이다. 

추상화는 칸딘스키다. 추상(抽象)이란 구체성이 없이 사실이나 현실에서 멀어져 막연한 것을 일컫는 명사다. 그러니 우상호 의원이 언급한 제대로 된 근거나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떠드는 걸 그림으로 비유한 건 추상화가 맞긴 한데 추상회화의 창조자는 피카소가 아니라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다. 추상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자연적,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 선, 면, 색채 등의 표현을 주로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낸다. 그래서 표현주의와도 일맥 상통한다. 회화와 음악, 문학에서의 표현이 정제되어 있고 아름다웠다면 칸딘스키의 또는 표현주의 예술 사조는 거침이 없고 직설적이며 굉장히 내면적이다. 그래서 추하기도 하다. 추함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하나이자 사물을 보고 느끼는 사물이나 현상 중의 하나다. 그래서 20세기 초반 칸딘스키에게 강하게 영향을 받은 표현주의, 특히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굉장히 자아, 영혼의 주관적 표현이 극대화되어 있다.

음의 집합체로 되어 있는 음악, 그중에서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 중 소나타, 현악4중주 같은 것들이 추상예술의 결정체로 절대음악이라고 칭한다.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음미하고 온몸으로 느끼고 자신이 구체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외면받으며 1+1=2식이라는 정형화되고 획일적인 우리 사회에서 가장 냉대받는 예술 장르이기도 하다. 가장 문학적이면서 그 문학을 음악으로 추상화시켜 전달하는 슈만의 피아노곡 중 <8개의 노벨레텐 중 8번>을 들어보자. 제목부터가 노벨(Novel) 즉 소설집이다. 음악으로 듣는 단편소설집인데 당신은 이 곡을 듣고 어떤 이미지와 내용이 구체화되는가? 추상에서 콘셉으로 되어가는 과정이 듣는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당신의 소설 내용은 어떨지 슈만의 음악책을 들어보자. 끝으로 우상호는 이렇게 말해야지 정확하다. 여의도 피카소가 아닌 여의도 칸딘스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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