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대 파리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정, 오페라와 함께 힐링을!

1막 다락방

낡은 아파트의 다락방 눈덮인 지붕이 공간을 메운 넓은 창문이 무대 정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왼쪽에 난로가 있고, 테이블, 찬장, 책장, 의자 네개, 화판, 침대 등이 적당히 놓여있다. 몇권의 책과 많은 원고 뭉치, 그리고 촛대 두개가 보인다. 중앙에는 출입문이 있으며 왼쪽에는 여러 가지 지저분한 살림도구가 보인다.

마르첼로: 홍해의 파도는 그리기 귀찮다. 그림만 봐도 더 추워지는군. 이 원수는 물 속으로!(다시 그리기를 계속한다. 그리고는 로돌포에게) 무얼하나?

로돌포: (약간 비켜서며) 연기가 나네수많은 굴뚝에서 잿빛 파리 하늘에(불꺼진 난로를 가리키며) 우리 난로엔 불도 없고 팔자좋은 녀석처럼 편안히점잖게 앉아만 계시군

 

비영리예술단체 ‘뉴뮤직컴퍼니'는 12월4일과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라 보엠’을 공연한다. 2019년을 돌아보며 스토리텔링 오페라 '라 보엠'의 사랑과 비극, 슬픔과 치유의 힘을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비영리예술단체 ‘뉴뮤직컴퍼니'는 12월4일과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라 보엠’을 공연한다. 2019년을 돌아보며 스토리텔링 오페라 '라 보엠'의 사랑과 비극, 슬픔과 치유의 힘을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시인, 화가, 철학가, 음악가 청년들의 가난과 추위로 시작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명품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의 첫 장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 주인공인 시인 로돌포와 친구인 화가 마르첼로가 나누고 있는 대화다.

이 오페라의 배경은 183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과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주로 살고 있는 파리 라탱 지역이다. 라탱 지역의 아파트 꼭대기 층에는 로돌포와 마르첼로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다.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추위에 떨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난로에 넣을 땔감이 떨어진다. 로돌포는 자신이 쓰던 시의 원고뭉치를 집어넣어 불을 태우지만 금세 타버리고 만다. 춥기만 하다. 이어 철학가인 콜리네가 들어오고 조금 후 음악가인 쇼나르가 일을 해 번 돈으로 장작과 음식, 포도주를 들고 들어온다. 모두 신이 나서 식탁을 차렸는데, 집 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들어온다. 이들은 베누아에게 술과 음식을 권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베누아가 외도를 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 다음 그의 부도덕성을 탓하며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모두 근처 모뮈스라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로돌포는 쓰던 원고를 마저 써야 한다며 우선 아파트에 남는다.

그 때 촛불이 꺼져 불을 빌려 붙이기 위해 미미가 들어온다. 불을 붙여 나가다가 로돌포 방에 떨어뜨린 자기 방 열쇠를 찾으러 다시 돌아온 미미의 초는 바람 때문에 다시 꺼지게 되고, 로돌포는 일부러 자신의 촛불을 꺼버리고 바람 탓을 한다. 둘은 함께 바닥을 더듬으며 열쇠를 찾는데, 로돌포는 열쇠를 찾지만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계속 찾는 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의 손은 겹치게 되고, 서로 자기의 소개를 하고 금세 사랑에 빠져버린다. 로돌포는 방 안에서 단둘이 머물고 싶어 하지만 미미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내려가자고 하며 첫 막이 내린다. 두 사람의 사랑 가득한 아리아가 울려퍼진다. 세기의 명장면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도 청년실업 등 고난의 삶 경험

오페라 속 청년들의 가난과 추위, 일거리에 대한 걱정이 깊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도 경제의 주축인 30·40대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당면한 구조적 실업 문제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19.10, KOSIS)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7.2%로 청년 실업자는 약 309천명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이 해당 계층의 인구수와 취업자 수를 비교해 산출한 고용률지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은 43.7%로 턱없이 낮고, 20(2029)의 경우에도 58.6%에 불과했다. 40(4049)의 고용률 78.3%, 50(5059)의 고용률 75.9%에 비교하면 너무 낮은 수치다.

청년 실업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학점관리, 봉사활동, 어학 점수 등 스펙쌓기에도 여념이 없고, 청년층의 일자리 고민은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의 중심이 되고 미래를 위해 육성해야 할 청년의 꿈과 소망을 어떻게 펼치도록 해야 할 것인가? 오페라 속 장면이지만, 다양한 성장과 발전을 꿈꾸는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더욱 많은 고민과 해법 모색, 창의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힘든 청년시절 보냈던 푸치니의 세기적 명품 오페라

190년전 오페라 라 보엠에 등장하는 청년들이 가난과 고통 속에 좌절하면서도 사랑과 운명의 힘을 키워가던 시절과 비교하면 어떨까? 오페라 속 시인, 화가, 음악가, 철학자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에도 예술과 꿈을 향해 열정을 불살랐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요 아리아들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내가 거리를 걸으면’(Quando me’n vo), ‘친애하는 나의 오랜 외투여!’(Vecchia Zimarra) 등은 이같은 예술미의 감동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한다.

작곡가인 푸치니는 중년 이후 오페라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해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렸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작곡가 자신의 자유롭지만 가난했던 생활의 경험은 라 보엠에서 그같은 상황을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했다. 영웅적인 인물도 정치적인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오페라는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랑, 아픔과 비극을 담고 있고 그래서 더욱더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는 평가를 받은 오페라다.

푸치니는 2세기에 걸쳐 루카에 있는 산타마르티노 성당의 음악감독을 배출했던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었다. 그래서 그는 개인적으로 음악인이나 작곡가라는 직업을 구한 것이 아니라, 가업을 잇기 위해 음악에 입문해야 했다. 특히 5세 때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 루카 행정 당국은 소액의 연금으로 푸치니의 가족을 부양했으며, 그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성당 오르간 연주자 자리를 비워둘 정도였다. 음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작곡과 오페라에 대한 꿈을 펼쳐야 했던 푸치니의 생활이 힘겹고 어려웠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치니는 사실주의 오페라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위대한 음악적 성취를 쌓았다. <라 보엠>(1896), <토스카>(1900), <나비부인>(1904), 미완성의 <투란도트>와 함께 <마농 레스코>, <서부의 아가씨> 등 명품오페라를 통해 베르디와 함께 오페라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오페라를 통해 치유와 소망, 성찰과 성장의 시간을 기약하길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오페라라는 점에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늘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이 이번 겨울에는 관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오페라로 찾아온다. 1830년대 파리의 성탄 전야에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정, 죽음과 비극을 라 보엠이 스토리텔링 형식의 ‘2019년 서울 라 보엠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비영리예술단체 뉴뮤직컴퍼니(N.M.C.)'124일과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라 보엠은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대중들도 클래식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편안하면서도 수준 높은 음악회에 초점을 맞췄다.

남자주인공 로돌포 역에는 테너 김은국·오상택, 여자주인공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이소연·박소은 등 정상의 성악가들이 열연하며, 로돌포와 미미의 비극적인 사랑을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이번 스토리텔링 오페라는 오페라의 본질과 푸치니가 의도했던 극적 요소를 재현하는 한편 3개월 동안 매주 4회 이상 강도 높은 연습과 리허설을 통해 구축한 음악적 기량과 수준 높은 곡 해석을 담고 있다. 특히 뛰어난 성악가들의 기량과 독특한 캐릭터 및 연주 포부, 연습장면과 회의모습, 공연장의 생생한 열기를 그대로 전할 제작노트를 매일 관객과 음악을 애호하는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공연 장면, 주요 등장 성악가들의 인터뷰, 현장 동영상 등을 통해 공연 당일로 끝나는 오페라가 아니라, 음악가와 대중이 함께 하는 소통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오페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음악팬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임한충 N.M.C. 단장은 스토리텔링 오페라 라 보엠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중요한 작품으로, 성악가들의 가창능력뿐 아니라 연기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하는 푸치니의 명작이다"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실험하고 완성시키는 이번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은 느낌의 '라 보엠'을 전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시민들이 스토리텔링 오페라 라 보엠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내며 낭만과 소망, 치유와 힐링을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특히 청년실업 등 사회적 풍파와 전 세계적인 사회적 양극화로 고통받아온 청년세대가 함께 오페라를 즐기며, 새로운 성찰과 각오, 발전과 성장을 다짐해보면 어떨까? 음악의 힘으로, 예술의 꿈으로 갈등과 대립을 딛고 대한민국이 더욱 행복하고 멋진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