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잘 달리는 경주마와 세계에서 가장 잘 달리는 경주마가 1800m 경주에 함께 출전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한국마사회가 세계경마와 한국경마의 현 수준을 비교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 ‘터프윈’(6세 거세)이 세계 랭킹 1위 ‘프랑켈(Frankel)(5세, 영국, 수)’과 1800m 가상 대결을 펼칠 경우, 103.2m의 차이로 패하게 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시간상으로는 ‘프랑켈’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약 7.2초 후에나 ‘터프윈’이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활약한 경주마들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경주마 능력평가’에서 세계 최강마에 대항할 한국 경주마 1위(국산·외산마 통합)로 137포인트를 얻은 서울경마공원의 ‘터프윈’이 선정됐다. 부경의 ‘프린스킹덤(5세, 미국, 거)’과 ‘당대불패(6세, 국, 수)’는 135포인트로 공동 랭킹 2위에 올랐다. ‘터프윈’은 ‘당대불패’에 연거푸 패배하는 등 지난 해 명성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현저히 높았던 부담중량과 출중한 기본기량을 인정받아 2011년에 이어 1위 자리를 힘겹게 수성했다.

경주마로 따진다면 ‘용병’이라 할 수 있는 외산마를 제외한 국산마 부문의 국제 수준과의 능력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국산마 부문 랭킹 1위에는 지난해 경마대회 3연승에 대통령배(GⅠ) 3연패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당대불패’가 선정되었다. 그러나 ‘당대불패’가 ‘프랑켈(Frankel)’과 동일 거리에서 맞대결을 펼칠 경우 약 108m(약 7.5초) 차로 크게 뒤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내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터프윈’과 ‘당대불패’지만 ‘프랑켈’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경마의 현실이다. 2년 연속 세계 최고마 자리에 등극한 ‘프랑켈’은 통산 14전 전승의 경이로운 기록으로 지난 해 현역에서 은퇴하며 20세기 가장 완벽한 경주마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전설적인 경주마다.

그나마 2012년 프랑스 개선문상 대회 2위에 빛나는 ‘일본 랭킹 1위’(세계 랭킹 6위) ‘오르페브르(Orfevre)’마저도 ‘프랑켈’과 1800m 대결 시 31m 가까이 뒤쳐질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프랑켈’은 정말 강한 말이다.

2012년 경주마능력평가 결과 아직은 세계 경마의 높은 벽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경주마 능`부터 한일 교류전을 비롯한 국제 경마대회 유치, 경주마 해외 수출 및 해외 원정마 선발 등 세계 경마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 중인 만큼 경주마계 ‘김연아’가 탄생할 날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경주마 능력평가는 한 해 경마가 펼쳐지는 모든 경주에 대해 ‘부담중량’ 차이와 ‘순위차이’를 기준으로 경주마 능력을 지수화하여 서열화한 일종의 경주마 능력 ‘성적표’이다. 경주마능력 평가 자료는 시대별·지역별·국가별로 상이한 경마시행조건 속에서 개별 경주마에 대한 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 마사회는 ‘경주마 능력평가’를 통해 경주마 국내랭킹 산정과 더불어 한국 최고 능력마와 세계 최상위권 말들의 성적을 간접적으로 비교 검증하는 작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산마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 이제 20년이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세계의 경주마 수준으로 보면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마는 파트1,2,3,4로 나눠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파트3국이다. 파트1까지 상승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전제 되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파트1에 속한 나라는 일본과 UAE(아랍에미레이트) 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