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승마장 회원들은 마치 자마회원인 것처럼 직접 채비도 하고 제집 드나들 듯 승마장을 찾는다.

-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파이’ 나눠 먹어야 함께 성장
- 승마 산업 발전하려면 차등 지원 절실해

전국 승마장 유형은 단 두가지뿐이다. 허가 받은 곳과 허가 받지 않은 곳.

승마장을 방문하면 이곳이 허가를 받은 곳인지 아닌지 이제는 얼추 눈에 들어온다.

우선 환경부터가 다르다. 허가 승마장은 구석구석 깨끗하다. 오래되었든 아니든, 컨테이너 건물이든 아니든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모든 시설이 사람과 말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방도 넓고 톱밥이 많이 깔려 있으며, 각 마방마다 말 이름과 성격, 사료량을 적은 표도 대부분 달려있다.

허가 승마장 원장님과 교관은 또 대부분 ‘친절’하다. 친절하다 함은 기자에게 굽신거리거나 눈치를 본다는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 허가 승마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경력이 오래 되어 기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내용을 기사화하고 싶어하는지 잘 안다는 뜻이다. 승마계가 돌아가는 상황도 잘 알고 있어서 이야기도 잘 통한다. 게다가 허가 승마장에서는 여러 사업을 함께하기에 기사화할 내용도 많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회원들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항상 대기 중이다. 안전모와 장갑, 조끼 등도 깨끗하게 비치하고 정해진 시간에 따라 레슨을 진행한다.

반면, 무허가 승마장은 아주 ‘프리’하다. 우선 말 두수도 적을뿐더러 온갖 잡동사니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회원들도 제집 드나들 듯 혹은 마실이라도 나온 듯 들락거린다. 자마 회원도 아니면서 직접 안장을 얹히고 채비를 한다. 그러니 심지어 누가 승마장 원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대낮인데도 막걸리 파티가 열리는 등 동네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한다.

무허가 승마장 원장님은 대부분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굳이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저 왜 승마장을 하게 됐는지, 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같은 회원들의 동정이 어떤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리고는 꼭 한마디 덧붙인다. “언제든 말 타러 와요.”

허가 승마장 원장님 대부분은 현재 승마장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다양한 진단을 하면서, 무허가 승마장만큼은 정리되어야 한다고 꼭 강조한다. 서로 제 살 깎아 먹기 식이며, 보험 문제,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이유다. 행여 사고라도 나면 이미지가 나빠져 승마장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무허가 승마장에 전국민 말타기 운동 사업을 배정하는 건 천부당만부당하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허가 승마장만 ‘승마장’인 걸까. 허가 승마장에서는 낙마 사고도 없고 안전하기만 한 걸까? 무허가 승마장이라고 전부 질이 떨어지며 금기시해야 하는 것일까? 대안은 무엇일까.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세금도 안 내는 무허가는 전부 무지막지하게 철거해야만 하는 걸까.

기자가 방문한 대부분의 허가 승마장도 초기에는 전부 ‘무허가’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허가냐 아니냐의 문제는 재력의 문제도, 승마장 원장의 인식 문제도 아니다. 그저 ‘경력’ 차원의 문제다. 똑같이 말이 좋아 시작했다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승마장 영업에 올인하게 되고 허가를 낸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전이 보여서 보험도 들고 자격 있는 교관도 영입하고 세금까지 내면서 당당하게 허가 승마장으로 운영하게 된 것.

무허가로 승마장을 운영하는 분들의 상황은 허가 승마장의 경영 악화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홍보도 하고 싶지만 여건도 안 되고 무허가다 보니, 기사화하자는 말도 못 꺼낸다.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들을 하고 주민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며 나름 승마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고, 레슨 수준 떨어진다는 소리 안 들으려 직접 1:1 지도도 하고, 시청 등지를 뛰어다니며 허가를 받으려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재는 무허가니 말도 못 하는 것.

승마장 운영의 묘와 경험, 노하우를 나눌 장이 필요해 생활 승마인들이 모여 승마연합회를 만들었지만, 허가 승마장 원장님들도 항상 불만을 표하듯 승마연합회의 기능은 현재 상실됐다. 승마장에 대한 현실적 지원, 승마인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기는커녕 몸집만 공룡처럼 커져 자체 운영조차 어려울 정도인데다가 내부인의 나눠먹기 식 행정만 눈에 보인다. 또하나의 그저 그런 `단체`로 전락했다.

음성적일 수밖에 없고 도움을 요청할 곳 없어 발 동동 구르는 무허가, 비인가 승마장을 양성화하고 규제 완화를 해 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돈 있어서 허가 받았다는 편견 때문에 지원도 없어 경영에 애를 먹는 허가 승마장의 실질적 필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말산업 육성 전담 기관인 한국마사회가 아닐까. 승마 산업이 발전하려면 무허가든 허가든 승마장 곳곳에 대한 밑바닥 실태 파악을 통해 차등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승마 원장님들의 한 목소리고 중지(衆志)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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