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내리막길을 걸었었던 한국의 여자핸드볼 대표 팀이 연일 세계최강 팀을 격파하며 ‘도장 깨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12월 6일 밤 일본 구마모토에서 벌어진 제24회 세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독일과 27대27로 비겨 3승 2무로 예선을 마치고 12강 본선 라운드에 올랐다.

각 조 상위 3개 팀이 진출하는 본선 라운드는 8~11일 나흘간 2개 조(A·B조 6팀, C·D조 6팀)로 나뉘어 치러진다. 각자 같은 조 진출 팀과의 조별 예선 성적을 유지한 채(라운드 로빈 방식) 다른 조에서 올라온 3개 팀과 추가로 맞붙고, 각 조 상위 두 팀이 4강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은 B조 1위로 본선에 올랐지만, 함께 진출한 독일(예선성적 1승 1무), 덴마크(1무 1패)와 예선에서 비기는 바람에 2무로 본선을 시작한다. 한국은 8일 세르비아(예선성적 2패), 9일 노르웨이(1승 1패), 11일 네덜란드(2승)와 맞붙는다.

한국은 지난 11월 말에 한국에서 치러진 4개국 초청 ‘프리미어 4’ 대회에서 세르비아에 패했었고, 2017 독일 세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도 세르비아에 28대33으로 졌었다. 노르웨이는 현재 세계최강이고, 네덜란드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본선 라운드에 고전이 예상된다.

제24회 세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류은희 선수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사진 제공=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제24회 세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류은희 선수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사진 제공=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한국 여자핸드볼은 최근 내림세를 보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2012 런던 올림픽 4위, 그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 8강에도 오르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한국에서 치러진 ‘프리미어 4’ 국제대회에서 세계랭킹 2위(러시아), 3위(헝가리) 그리스 그리고 6위(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역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었다. 당시 강호 러시아에는 무려 7점 차(22대29)로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 구마모토 대회에 들어서 2017 독일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첫 경기에서 잡더니 이후 브라질 호주마저 물리치고, 덴마크 독일과 비기면서 무패(3승 2무)로 12강 본선 라운드에 오른 것이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김온아(센터 백)와 주희(골키퍼) 등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잘 싸우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지난 8월 한국 선수로는 10년 만에 유럽(프랑스)에 진출한 류은희의 기량이 절정에 오른 데다 이미경 박새영(골키퍼)이 류은희와 콤비네이션을 잘 이루는 데다 농구의 센터에 해당하는 피 봇(강은혜)이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잘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2018년 11월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맡은 강재원(부산시설공단 감독) 씨가 ‘전임 감독’으로 안정되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강재원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 여자 대표 감독을 지냈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맡아서 4위를 차지했고, 그 후 잠시 물러났다가 2017년 다시 맡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한국 남자핸드볼 은메달의 주역이었다.

세 번째는 2019~20 핸드볼 코리아리그 남자부는 이미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여자부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시작된다. 따라서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올라와 있고, 부상 선수도 별로 없다.

2012 런던 올림픽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을 맡아 4위를 차지한 강재원 감독이 2017년부터 다시 안정되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사진 제공= 대한핸드볼협회).
2012 런던 올림픽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을 맡아 4위를 차지한 강재원 감독이 2017년부터 다시 안정되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사진 제공= 대한핸드볼협회).

구마모토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강재원 감독에게 핸드볼 기자가 전화를 걸었다.

기자 ; 정말 대단하다, 프랑스를 넘고 독일 덴마크 등 핸드볼 강국들과 비기고 죽음의 조라는 B조에서 1위를 하다니.

강재원 ; 다~ 여러분들이 관심을 둔 덕분이다.

기자 ; 한국 여자핸드볼이 다시 전성기를 되찾는 것 같다.

강재원 ; 내일부터 본선이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전성기’ 운운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기자 ; 우리 국민들에게 찐 한 감동을 주었었던 ‘우생순’이 재현되는 것 같다.

강재원 ; 그건 아니다… 당시 내가 그 경기(2004년 아테네 올림픽 덴마크와 결승전) KBS 최승돈 아나운서와 해설을 했는데, 그 경기에 패해서 준우승에 그쳤었다… 준우승!

P.S 우생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한국 대 덴마크의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영화 ’우생순‘으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하며 제작사인 MK픽쳐스는 26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2008년 1월에 개봉되었다. 임순례 감독, 김정은 문소리가 주연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올림픽 역사에도 남는 명승부였었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덴마크와 2차 연장전까지 가는 80분 동안의 피 말리는 접전 끝에 34-34로 비긴 뒤 승부 던지기에서 2-4로 패한 뒤 눈물을 흘렸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기 때문에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이 된 것이다.

당시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여자핸드볼 결승전을 시청한 사람이 무려 61.3%나 되었다. 유승민 현 IOC 위원이 금메달을 딴 탁구(33%), 금메달 밭인 양궁(26.1%)보다 두 배나 높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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