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아름다움도 서러브레드의 미(美)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말에 있어 피부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피부가 얇고 털의 상태가 가늘고 부드럽다는 의미다. 피부가 좋고 나쁨은 선천적으로 말의 체질에 따른 것도 있지만, 사양관리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마방 관계자들도 말의 청결함 즉, 피부와 털의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얇은 피부를 가진 말들이 잘 달릴 수 있는 이유에는 땀을 충분히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은 옛날 중국 한나라의 무제가 서역으로부터 얻은 ‘한혈마(汗血馬)’라는 이름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면서 하루 천리길을 달렸다고 하는 전설의 명마다. 여기서 ‘한’(汗) 즉, 땀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는데, 실제로 피를 땀같이 흘렸을 리 없었겠지만 그만큼 충분한 땀을 흘림으로써 상승한 체온을 조절하고, 능숙하게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이와는 반대로 피부가 좋지 않은 말들은 피부가 두껍고 털의 질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적절치 않게 땀을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말은 날씨가 더워지면 경주를 뛰지 않더라도 적당히 땀을 흘리게 되지만, 피부가 좋지 않은 말은 날씨가 더워져도 좀처럼 땀을 흘리지 않거나 막상 추운 날씨가 되면 난데없이 땀을 흘리기도 한다.

예시장을 살펴보다 보면 경주를 뛰기도 전에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특히 배밑이나 가랑이 사이에 땀을 흘리는 말이 있는데 이 것은 심리적으로 흥분된 상태이거나 컨디션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실전편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피부가 좋은 말을 쉽게 파악하려면, 털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털의 상태는 여름 보다는 겨울철에 좀더 명확해진다. 말은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을 나기위해 털갈이를 한다. 일반적으로 겨울에 나는 털은 여름보다 다소 거칠고 두껍다. 하지만 좋은 피부 즉, 얇은 피부를 가진 말은 겨울에 나는 털도 역시 가늘고 부드러우며, 좋은 털을 가진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예시장에서 비교해본다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전체의 밸런스” 강의를 통해 말의 허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경주마에 있어 허리의 골격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골격이 선천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후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의 완성도를 허리의 근육상태에 따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허리에 관해 재차 언급하겠다.

은 말의 배, 허리 그리고 엉덩이에 걸쳐 나타낸 부분이다.

말의 완성도를 살피기 위해 가장 먼저 ①의 부분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경주마가 성숙해가는 단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허리와 가랑이의 경계부분이 되는 ①의 부분이 발달하게 되면, 그 경계가 더욱 분명해지고 멀리서 보더라도 굉장히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①의 부분은 성숙한 말이라 하더라도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휴양을 다녀온 경주마라든가 혹은 은퇴한 씨수말과 같이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을때 이 곳의 근육이 눈에 띄게 무뎌지는 현상을 가져온다.

②의 부분 역시 완성도를 체크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소위 요각이라고 불리는 이 부분은 그 골이 깊어질수록 좋은 형태다. 언뜻 둥근 모양의 뼈가 있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되는데 이 곳이 잘 발달된 말과 완성도가 높지 않은 2세마의 그 곳을 비교해본다면 분위기가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③의 부분은 엉덩이와 가랑이의 경계선으로, 근육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그 경계가 뚜렷해지며, ④의 부분은 “복선”이라고 하는 배의 근육선으로 말의 스피드가 보강되면서 이 선이 뚜렷해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의 경주마의 사진을 유심히 보아주길 바란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위에서 언급한 부위의 근육들이 잘 발달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말의 모습으로 미루어 볼때 능력여부를 떠나 완성도 면에서는 지금이 바로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시점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근육의 완성도는 대체로 말이 4세 후반에 완전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스피드 위주의 말 즉, 스프린터형의 경주마라든가 혹은 조숙형의 마필의 경우 벌써 3세 때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근육이 완성된다는 의미는 그 말의 잠재력이 모두 발현되었다는 것으로 이러한 말들은 4,5세로 갈수록 기량이 점점 쇠퇴하게 된다.

반대로 좋은 골격을 지닌 말이 3세 후반 혹은 4세 초반이 되어도 완성도에서 미흡한 경우라면, 그 말이 본격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시점은 좀 더 후(後)의 일이 될 것이다.

마주들이 경매장에서 말을 구입할 때 골격이 좋은(잘 생긴) 말을 골라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항이겠지만, 만약 3세 더비의 제패를 목적으로 한다면 혈통을 통해 그 말이 과연 조숙형인지, 만성형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