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맞서고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는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외침. 김문영 시인의 첫 시집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

2017년 3월, 대한민국의 촛불은 이 땅의 정의를 밝혔다. 민주주의의 불씨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작은 촛불이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린 아이의 촛불, 학생, 어른들 가릴 것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진심의 불꽃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환하게 물들였다.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 김문영, 다시 문학. ⓒ권용

시집을 읽고 리뷰를 쓰는 건 처음이다.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잘되지 않았다. 나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거니와, 단어와 문장을 통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인의 의도를 읽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전히 ‘시’라는 짧지만 강력한 의미가 담긴 문장의 호소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이번 시집 ‘촛불의 꿈’에서 이야기하는 촛불, 그리고 그 꿈에 담긴 세상을 향한 외침이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궁금하여 용감하게 시집의 첫 장을 넘겨본다.

 김문영 시인의 첫 시집, 정확한 제목은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이다. 어째서 ‘비시시첩’이라는 단어가 시집 서두에 붙었는지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촛불의 꿈’은 그저 정해진 틀과 운율 안에 움직이는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 아름답게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촛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바람이 담긴 촛불의 한, 나라와 민족을 향해 외치는 시인의 거침없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바로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이다.

 걱정을 하고 시집을 열었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시집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도 부담 없이 시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운율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시집이었다면 아마 도중에 책을 덮었을 것이다. 시인의 진솔함이 어우러진 문장에는 거침이 없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거침없는 문장의 향연 속에 심금을 울리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진다. 무질서한 시의 외형은 내게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듯하며 마치 시인이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다.

김문영 시인과 함께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을 들고 ⓒ권용

 

시집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서정 시첩’에서 시인은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마음, 묻혀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다시 문학’을 노래하는 이야기이다. 2부 ‘성찰 시첩’은 자연과 주변 사물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부 ‘귀촌 시첩’은 시골로 귀향한 후 세상을 바라본 시인의 시선을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 4부 ‘촛불 시첩’이야 말로 이 시집의 하이라이트이다. 많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눈물로 적셨지만, 촛불과 함께 민족의 번영, 진정으로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외롭고 고독한 시인의 외침은 내 머리 속에서 쉼 없이 울리고 있다.

 시인은 1980년 서울의 봄,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10 민주 항쟁, 노동자 대투쟁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현실에 부딪혔다. 1980년대 전반은 학생운동, 후반은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정의의 무대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민주화가 완성된 1990년 중반까지 기자 생활을 하며 마음 한구석에 키워왔던 촛불은, 2019년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으로 다시 태어났다.

 촛불이 노래하는 꿈은 내 마음에서 깊고 청량한 울림으로 남아있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아늑했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며 함께 눈물 흘렸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간절하게 바라는 시인의 마음에 애잔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모든 문장과 단어를 통해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시인의 몸부림에 눈물을 애써 삼키던 내 마음까지 무너져 버렸다. ‘촛불의 꿈’은 그저 시를 통해 원하는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불의에 맞서고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는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외침인 것이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촛불의 꿈, 김문영 시인은 1980년부터 2019년까지 수많은 민중의 촛불과 함께 했다. 추운 겨울바람 한가운데 대한민국을 밝히는 촛불은 위태롭게만 보인다. 하지만 시인의 꿈꾸는 정의가 살아있는 이 땅의 촛불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그가 꿈꾸던 통일 민족의 촛불을 모든 민족이 하나 되는 마음으로 밝혀나갔으면 한다. 나 역시 누구보다 평화통일을 간절하게 기원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시인이 밝히는 촛불을 마음에 품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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