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성이가 서둘러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여봇! 빨리 와~ 봐 이~ 거 보라고 정말 감동적이야.”

아내는 규성이가 옷도 벗기 전에 서둘러 텔레비전 앞에 앉혔다.

“연습생 출신도 아니고, 비선수 출신들 얘긴데, 정말 볼 만 해 한선태 선수 알지 당신?”

“응, 2018년 9월에 LG 트윈스팀에 신인 드래프트 되었었잖아, 그 직전에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 브레이브스’팀에서 뛰었었고, 고등학교를 아마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부천 공고에 다녔었어, 군대도 철원에 있는 육군 수색대에서 근무했고, 제대하고 파주 챌린저스 팀에서 매달 100만 원인가… 아냐 90만 원일 거야 그 돈을 내고 투수로 뛰었어, 가장 빨랐을 때가 144km까지 나왔었어.”

6월 25일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비선수 출신 LG 한선태가 교체돼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사진= 연합뉴스).
6월 25일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비선수 출신 LG 한선태가 교체돼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사진= 연합뉴스).

자칭 ‘스포츠 박사’인 규성이 아내에게 한 선태 선수에 대해서 줄줄이 읊었다.

“여보 바로 그 한선태 선수가 6월 며칠이더라”

“6.25 아냐… 난 그날이 6월 25일이라 잊히지도 않아”

“맞아!, 6월 25일 날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처음 마운드에 올라서 1이닝 무실점을 했잖아. 그 당시 프로야구계에 큰 화제가 되었었지?”

“올해 6경기에 나와서 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고, 방어율이 4.68이었어”

“아냐! 여보~ 내가 방금 봤는데, 방어율이 3점대였어”

“아~ 맞다! 맞아! 3.68이었어, 가능성을 충분히 보인 거지”

“그리고 농구에서도 일반인 출신 프로농구 선수가 나왔잖아?”

“원주 DB의 김훈… 연세대학교 전성 시절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이상민과 함께 ‘베스트 5’로 94년 농구대잔치를 석권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김훈은 특히 수비가 좋았었어, 지금 유소년 농구 교실을 하는 거로 아는데, 그 김 훈과 이름이 똑같은 선수야?”

규성이 농구 얘기가 나오자 역시 프로야구처럼 막힘없이 설명했다.

“그런데 원주 DB 김훈은 연세대학교 2학년 때까지 농구 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한선태 선수처럼 비선수 출신은 아니잖아요, 단지 신인 드래프트를 할 때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했을 뿐이에요, 키도 1m 93cm나 되구요”

규성이 때문에 이제는 자칭 ‘스포츠 박사’가 된 부인이 반박했다.

“하지만 농구를 그만둔 다음에 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공사판에서 노동도 하고 그리고 또 뭐냐 모델을 한다고 체중을 30kg 가까이 줄여서 65kg(현재 93kg)까지 살을 뺐어. 김훈이도 절반은 일반인 출신이야. 훈이는 지난 11월 23일 서울 삼성과 홈경기에서 한 경기 3점슛 5개를 포함해서 17점이나 올리면서 팀이 3연승을 이끄는 등 팀에서 윤호영 선수 백업 멤버로 잘해 주고 있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송영준 군(사진=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송영준 군(사진= 연합뉴스).

규성과 아내가 스포츠 커플답게 한선태, 김훈 선수에 대해서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TV 화면은 김해외고 송영준 군의 감동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보 송영준 군도 비선수 출신…”

“굳이 따지자면 틀린 것도 아니지, 김해외고에 꼴찌로 들어갔다가, 학원 수업을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 수능 만점을 받았으니까…”

“그러니까 학원 수업이 공부선수를 육성하는…”

아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규성이 재빨리 받았다.

“응~ 그래 거의 모든 수험생이 학교 수업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고액을 주고 학원에 다니지… 송영준 군은 홀어머니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해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해서 학원비를 충당할 수가 없어서 독학한 거야”

“그런데 김해외고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들어갔다면서요”

“아무튼, 영준 군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 굳이 스포츠와 비교를 하자면 ‘비 공부선수 출신’이 지난 11월 14일 치러진 수능에서 국어, 수학(나형), 사회탐구 2과목(한국 지리, 사회문화)에서 만점을,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1등급(만점)을 받은 거야,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 아니~ 학생이지”

규성이 송영준 군에 관한 신문 기사를 되뇌며 또다시 감탄했다.

“여보, 저~ 봐요. 영준이가 1학년 때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학을 희망했었는데, 서향미, 정해령 담임교사가 응원해주면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줬다고 하잖아요. 그들의 추천으로 삼성장학재단과 조현정 재단 등에서 고등학교 3년 동안 장학금 1,000만 원을 받아 많은 도움이 됐다는 거예요”

“그래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는 거잖아, 비빌 언덕이 있었던 거지, 저런 장학금은 영준 군에게는 그야말로 천금 같은… 돈이었어”

며칠이 지나서 규성이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밝은 표정이 돼서 말했다.

“우리 지난번 영준 군 얘기했었잖아요?”“응~ 우리가 비 공부 선수 출신이라고 했었지 아마”

“영준이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일반전형…보고 읽기도 힘드네…거기에 지원했었는데, 수시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데요. 자유전공학부라죠”

“뭐 당연한 거 아냐, 수시 만점이 20명도 안 되는데, 거기 끼었으니까”

“그런데,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정산장학재단, OK 배정 장학재단, KT 같은 데서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데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일반인들도 장학금을 많이 보내 줄 걸 나도 그럴 맘이 생기니까”

규성이 샤워기가 달린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영준이가 나중에 뭐가 되고 싶데요?”

규성이 샤워를 하면서 송영준 군이 마치 자신의 친동생이나 되는 것처럼 큰 소리로 물었다.

“이 세상이 아직 부정의 한 일들이 많다. 사회가 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데요”

“여보~ 그런데 영준이가 앞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이 돼서 검사의 위상이 약화 되더라도 검사를 하려고 할까요?”

“그렇다고 경찰이 되려고 하지는 않겠지 아마도”

P.S 한국프로야구 KBO 규약에는 원래 중, 고등학교 때 선수등록을 하지 않은 비선수 출신은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는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한선태 씨가 인권위원회에는 찾아가서 청원을 넣었다. 당시 인권위원회에서는 조사관을 배정하고 내용 파악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고 말해줬고, 그래서 한선태 선수는 안 될 것 같아서 일본으로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그동안에 규정이 바뀌었고, 본인이 가장 먼저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