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4
윤한로
그때
춘원의 <무정>을 읽고 울었다
춘원 이광수가 일제 앞잡이 매국노인지도 모르고
아아, 무정이
일제 앞잡이 매국노가 쓴
삼류 연애 짜가 소설인지도 모르고
그건
애국자 심훈 선생한테
애국자 심훈 선생 진짜 시, <그날이 오면>한테
오오, 그날이 오면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한테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한테
큰 빚을, 도저히 갚지 못할
크나큰 빚을 진 게다
이제 그 아픈 시 읊조리매
촛불, 더 밝히고
더 흔들어야 하리
더 외쳐야 하리
더 부르짖어야 하리
둥둥 둥둥 둥둥
저 심훈 선생 살갗 가죽 북 치는 심정
십분에 일, 백분에 일
만분에 일이라도 보답하려면
시작 메모
끓어오르는 진실과 정의 때문에, 뼈에 사무치는 분노 때문에, 간절한 염원 때문에 정말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 본 사람이 아니고선, 정말 제 살갗 가죽 벗겨서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 울려 본 사람이 아니고선 도저히 쓸 수 없는 시, 심훈 ‘그날이 오면’.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