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열정적이고 소탈하며 배려와 소통을 중시하는 파파리더십

박항서 매직열풍이 뜨겁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전(前)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통칭되는 박항서 감독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자 새롭게 부상하는 스포츠 한류의 대표주자이다.
박항서 매직열풍이 뜨겁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전(前)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통칭되는 박항서 감독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자 새롭게 부상하는 스포츠 한류의 대표주자이다.

 

박항서 매직열풍이 뜨겁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통칭되는 박항서 감독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자 새롭게 부상하는 스포츠 한류의 대표주자이다.

필자가 베트남을 방문했던 지난 10월 베트남 하노이 거리 곳곳에는 박항서 감독의 전신을 담은 초대형 사진이 건물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이 얼마나 큰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만나는 베트남인 누구나 박항서 감독 이름만 대도 환한 미소로 엄지척을 해보였다. 베트남과 동남아 한류의 상징적 존재인 셈이다.

 

1m70 단신 약점을 극복한 악바리 근성의 선수시절

1959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박항서 감독은 1978년 제20회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짧으면서도 빠른 패스를 중요시하는 미드필더였으며, 1m70에 불과한 작은 키의 약점을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극복하며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평범한 축구선수였다.

박감독의 선수생활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1981년 실업 축구단이었던 제일은행 축구단에서 자신의 성인 축구 경력을 시작했고, 같은 해 입대해 육군 축구단 충의에서 활동하며 군 복무를 마쳤다. 1984년 럭키금성 황소 (FC 서울)에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1984422일 유공 코끼리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골을 기록했다. 1985K리그 우승과 1986K리그 준우승에 공헌했다. 1988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한 그는 모두 99경기에 출전해 15골을 기록했다.

물론 모든 선수의 꿈인 국가대표 선수도 지냈다. 그는 1977년 제19회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으며, 1979년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B팀인 충무에 선발되었다. 1981년에는 1진인 화랑팀에 선발되어 정식 국가대표로 자부심을 갖는 축구인생을 보냈다.

 

취임-경질-취임-사임...파란만장했던 지도자로서의 영욕들

그의 지도자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그는 1988년 은퇴한 직후 1996년까지 LG 치타스에서 코치로 지내다가 1997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옮겨 20002월까지 활동했다. 1994FIFA 월드컵에는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활약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200010월 허정무 감독이 사퇴한 뒤 200011월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발탁되었고, 12월 한·일 정기전에는 임시 감독을 맡았다. 허정무 감독의 후임으로 거스 히딩크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되자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선수단의 융화를 일궈내는 등 2002FIFA 월드컵 4강을 이룩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난 뒤 20028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고 논란 끝에 정식계약을 맺었지만, 2002년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쳐 10월 아시안 게임 폐막 후 경질됐다. 아쉬운 퇴진이었다. 이후 2003년 포항 스틸러스에 코치로 입단하여 2004년까지 활동했고, 이후 전남 드래곤즈 기술 고문을 맡았다.

20058월 새롭게 창단된 경남 FC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2007년 정규 리그 4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구단 내부 갈등으로 인해 11월 경남 FC에서 물러났다. 200712월 전남 드래곤즈의 감독에 취임해 2008년 삼성 하우젠 컵 준우승 등을 거뒀으나, 이후 성적 부진으로 201011월 자진 사임했다. 이후 상주 상무 감독, 창원시청 축구단 감독을 역임하는 등 축구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베트남을 놀라게한 기적의 승리행진, 박항서 가치를 알리다

그의 삶은 20179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서 대변환을 겪게 된다. 20171011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과 베트남 U-23 축구 국가대표팀의 겸임 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그는 2018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베트남 U-23 대표팀을 결승에 진출시키는 파란을 일으켰고, 우즈베키스탄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과 함께 축구우상으로 떠올랐다. 2018년 아시안 게임 축구에서도 베트남을 56년만에 아시안 게임 축구 4강에 올려놓으며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고, 2018AFF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을 2008년 대회 이후 10년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베트남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9AFC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을 12년만에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끌었으며, 2019년 킹스컵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하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20191173년 재계약을 맺으며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이어갔고, 118일에는 아세안축구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상'에 올랐다. 2019년 동남아시아 경기 대회에서도 베트남에 1959년 대회 이후 60년만에 통산 2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는 이같은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정부로부터 3급 노동 훈장을 받았다. 아울러 '쌀딩크'(베트남의 대표적 음식인 '쌀국수''히딩크'를 결합한 말)라는 별명과 함께 베트남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유명인사로 각광받고 있다.

 

박항서 매직, 단결력, 실용전술, 인간미, 집중력의 힘

우리가 박항서 매직열풍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그의 열정적이고 소탈하며 배려와 소통을 중시하는 파파리더십을 이야기하지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 실패한 지도자로 폄훼했던 그의 화려한 부활을 베트남 최대 스포츠 매체인 봉다는 베트남의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 후 세 가지 리더십요소로 분석했다.

첫째, 탄탄한 단결력과 팀웍이다. 현역 시절부터 열정과 오기가 넘치는 선수로 유명했던 박 감독은 자신이 추구해온 불같은 투지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통해 느슨했던 베트남 축구의 체질을 바꿔놨다. 둘째,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실용 전술이다. 자신들만의 기술 축구에 집착하며 국제무대에서 개성과 경쟁력을 갖지못하던 베트남 대표팀은 스리백을 기반으로 경기 중 수시로 변화하는 박 감독의 실용축구를 만나 성공의 길을 만났다. 부임 초기 박 감독의 스리백 구사에 반감을 보였던 베트남 축구는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유린하는 변칙 전술과 예측 불가능한 라인업을 보여준다. 셋째, 따뜻한 인간미와 배려의 소통력이다. 박감독은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과 사랑을 받은 스킨십과 배려를 통해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 팀 내부에서는 아버지 같은 존재고, 외부로는 팀을 확실히 지켜주는 지도자로서의 온화하면서도 강력한 파파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의 치료를 직접 돕고 발목을 주무르는 그의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은 선수들을 감동시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박 감독의 탁월한 집중력과 헌신성이다. 온갖 잡음과 질투 투성이인 국내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그는 감독직에 헌신했다. 그는 베트남에 오니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축구에만 전념했고, 이같은 감독의 집중력은 선수들에게도 플레이와 경기운영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베트남 축구신화의 배경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박항서 리더십, 미래를 키워가자

국내에서 평범한 선수와 지도자라는 폄훼를 떨치며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박항서 매직과 파파리더십은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원칙을 지키면서도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에게 베트남 국민들은 진정으로 감동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의 성공스토리는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서 내리막길을 걷거나 편협하고 독단적인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진다. 특히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정치지도자들이 돌아보며 성찰해야 할 리더십 요소들을 박항서 매직은 전하고 있다. 진정으로 선수들을 대하듯 국민들을 섬김에 최선을 다하며, 단결력과 집중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가치와 철학을 담은 노력을 기울일 때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밝아질 것이다. 베트남의 축구영웅 박항서 매직의 승승장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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