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거리적성을 예측함에 있어 가장 명쾌하고 정확한 방법으로는, 실제 그 말이 장거리를 뛰거나 혹은 단거리를 뛰었을 때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거리에서만 뛰던 말이 처음 장거리를 뛰었을 때 또는 그 반대의 경우, 경마팬들은 그러한 거리적성을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우승마 예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러한 경우 말의 거리적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혈통에 따른 거리적성을 고려해야 할테이지만 그보다 더욱 정확한 거리적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바로 말의 외모 즉, 생김새를 보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체장(가슴에서 엉덩이까지의 길이)에 비해 신장(목에서 발굽까지의 길이)이 긴 형태를 가지는 말을 단거리마로, 반대로 신장이 짧은 형태를 장거리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거리마는 가슴과 허리가 크고 근육이 잘 발달된 씩씩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장거리마는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매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러한 특징들이 말의 거리적성 즉, 단거리마 혹은 장거리마를 구분 짓는데 있어 결정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리적성을 나누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어깨의 각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전체의 밸런스” 강의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말의 어깨 각도는 견갑골의 각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견갑골의 경사상태는 X레이 사진을 찍어보지 않더라도, 외관상 말의 등성마루에서 가슴까지 가상의 일직선을 그려보면 판별할 수 있다. 이 때 그 각도가 45°내외의 경우를 기준으로, 대체로 50°이상이면 “서있는 어깨”, 40°이하의 완만한 경우라면 “누워있는 어깨”라고 칭한다.

왜 어깨의 각도가 말의 거리적성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것은 경주마의 주행의 축은 어깨에 있기 때문이다. 말은 목, 앞다리, 뒷다리가 서로 일정한 균형 속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 이 때 뒷다리는 단지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추진역할을 하는 것에 반해, 보다 넓은 주폭을 향해 뻗는 것은 앞다리이며 목도 그 리듬에 맞추어 진자와 같이 움직여 경주력을 증폭시킨다. 결국 말의 경주력은 앞다리와 목의 움직임이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런 앞다리와 목의 축은 바로 어깨에 있기 때문이다.

는 어깨의 각도에 따른 주행 패턴을 나타낸 것이다. 원안에 있는 선은 바로 견갑골 즉, 어깨의 각도이다.

먼저 (b)어깨의 각도가 서있는 경우를 살펴보면, 앞다리의 뻗는 범위가 정상보다 좁아지고 그만큼 발의 회전주기의 리듬은 빨라지게 된다. 이러한 어깨를 가진 말은 보폭보다는 앞다리의 빠른 움직임을 통해 스피드를 내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저속기어를 넣고 가속하는 것처럼, 스타트에서는 효율적으로 스피드를 낼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되어 거리가 길어질수록 경주력은 급격히 감소되기 때문에 단거리에 적합한 형태다.

반대로 (a)어깨의 각도가 누워있는 경우에는, 어깨의 열림이 커지면서 앞다리가 뻗는 범위도 넓어지게 되고, 그만큼 완보의 리듬은 느려지게 된다. 이러한 어깨의 말은 앞다리의 회전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스타트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겠지만 넓은 보폭과 함께 긴 거리를 달려도 스테미너의 손실이 적어 장거리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a)와 (b)의 중간형태인 표준적인 어깨의 말은 그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비단, 단거리마와 장거리마의 구분기준이 어깨뿐 만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단거리마는 목의 길이가 비교적 짧고 몸통이나 가슴등이 크고 근육의 상태도 도드라져 보인다. 또한 투지가 높고 칼칼한 성격을 지니는 것이 보통이다. 상대적으로 장거리마는 차분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장거리를 뛰기 위해서는 거리적성 뿐 아니라 경주 중 페이스 조절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수의 유도에 순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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