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이계진 의원의 `배부른 돼지` 망언이 알려지자 마필산업 종사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사회 직원은 "돼지보다도 못한 수준의 발언"이라며 "아나운서 출신이 최소 예의의 용어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계진 의원은 지난 회기 국회에서도 각종 경마규제법안을 발의하는 등 마필산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특히 원주장외발매소 개설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경마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부정적인 편견에만 매몰돼 교양인으로서의 한계도 그대로 드러냈다. 이러한 질타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한국마사회 간부들은 왜 국정감사장에서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반박하지 못했는가.

필자는 경마는 말(馬)이라는 동물의 능력을 70%, 선수(기수)의 능력을 30%로 전제하여 우승예상마를 추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도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규제하려는 복권이며 카지노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와 비교할 때 경마는 질적으로 다르건만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복권이나 카지노는 순전히 요행이나 운에 의존하는 도박이 분명하다. 경륜이며 경정 스포츠토토도 사람의 능력만을 평가해 우승자 또는 우승팀을 선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마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마를 다른 도박들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우려했던 사항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한국경마는 중병(重病)에 걸린 응급 환자의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응급환자는 숨을 멈추기 직전이다.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소생(蘇生)할 수가 없다. 숨이 멈춘 후에 땅을 치고 통곡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응급처치도 숨이 붙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는 백약(百藥)이 무효인 것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사방에서 마필산업을 공격하고 있다. 세계가 이웃처럼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국만 자꾸만 딴 생각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를 창조하며 가꾸어 왔던 말(馬)들을 푸대접의 정도를 넘어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고구려가 어떻게 건국이 되었으며 삼한은 또 어떻게 통일이 되었던가. 말(馬)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던가.

따지고보면 우리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웅혼한 유목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결과가 아니겠는가. 만주벌판과 요동 땅을 넘어 중국대륙 깊숙이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우리 조상들의 패기와 지혜는 모두 말(馬)과 함께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馬)을 없애자고 아우성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우리 조상들이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경마를 포함시킨 국회의원이며 한국마사회법을 개악하기 위해 각종 규제 법률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민족의 반역자이며 역사의 죄인이다.

정치권의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의 마필산업은 아사직전의 위중한 병에 걸리고 말았다. 혹자는 아예 망하게 하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자조적이고 패배적인 생각들이 마필산업 종사자들에게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 일수록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마필산업에 대한 희망은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확실한 철학적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경마를 도박이라고 인정한다면 마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응논리를 마련할 수 없게 된다. 우선 마필산업 종사자들부터 철저하게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는 철학으로 무장해야 한다. 경마에는 요행이나 운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로 도박이 아니지않은가. 경마를 도박으로 인정한다면 세상에 도박 아닌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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