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마사회 본관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경마 제도 요구안에 ‘외국인 기수 도입 재검토’·‘작전 지시 공개’ 담겨
“경마 본질 외면한 처사” 경마계 반발 기류도 보여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민주노총이 2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 과천시 소재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문중원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및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 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마사회와 협상 과정에서 요구한 경마 제도 개선 요구안이 주목된다.

(사진= 연합뉴스).
유족을 비롯한 시민대책위가 지난달 17일 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한국마사회 정문 앞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오체투지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국마사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11일부터 문중원 기수 죽음과 관련해 전격 집중 교섭에 돌입해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르렀으나, 책임자 처벌·유족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의견 간극은 좁히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마사회가 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정경마 의혹 해소를 위해 마사회가 기수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요구안, ‘경쟁’ 배제하는 항목 다수 포함
경마계, “경마 본질 훼손 도 지나쳐” 크게 반발
경마 관계 단체들, 성명서 및 호소문 발표···경마팬 대상 서명운동 전개도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최준식)는 지난달 11일 한국마사회와의 협상에 나서면서 △고인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 방지 및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자녀 등 유가족 위로 보상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과거 이미 합의됐던 말관리사의 처우 개선 등도 재차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재발 방지를 위해 공운노가 제시한 요구에는 기수들의 ‘경쟁’을 배제하는 내용이 여럿 포함됐다. 경쟁성 상금 비율을 축소하고, 비경쟁 상금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외국인 조교사·기수·말관리사의 도입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경마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경쟁’을 무조건으로 배제하라는 민주노총의 경마 제도 개선 요구는 경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공정 경마를 부정한다며 개악으로 규정했다. 더불어, “민주노총의 일방적인 경마 훼손 행위를 막아달라”는 호소문 발표와 경마팬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하는 말관리사2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공운노가 주장하는 조교사 선발 순번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조교사 선발 시험에 통과했다고 해서 조교사로서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가지 합리적인 검증 절차를 통해 능력을 평가받고 입증을 받아야만 말관리사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 수 있다”고 현행 조교사 선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경쟁’을 무조건으로 배제하라는 민주노총의 경마 제도 개선 요구는 경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공정 경마를 부정한다며 개악으로 규정했다. 2월 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경마팬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마 제도 개악 반대' 서명운동 모습. ⓒ미디어피아 안치호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경쟁’을 무조건으로 배제하라는 민주노총의 경마 제도 개선 요구는 경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공정 경마를 부정한다며 개악으로 규정했다. 2월 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경마팬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마 제도 개악 반대' 서명운동 모습. ⓒ미디어피아 안치호

‘부당지시 조교사 처벌’ 요구, 경마시행규정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
외국인 기수 전면 재검토, 경마산업 전반 고려 없이 기수 복지만 요구
경마시행체 권한 넘는 월권이란 의견도

민주노총이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한 경마 제도 개선 요구안을 살펴보면, 경마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항목들이 다수 담겼다. 마사회가 추진해온 ‘선진경마’의 폐기를 비롯해 기수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 개선을 위해 ‘경쟁’ 자체를 절감하라는 요구 등이다.

구체적으로 선진경마 폐기라는 명목으로 △출전 장려금 확대 및 부가 순위상금 신설 △외국인 조교사·기수·말관리사 도입 전면 재검토 △재해위로기금 증액 등을 제시했으며, 불평등한 계약관계 개선 등을 위해서는 △표준기승계약서 작성 △부당지시 조교사 처벌 조항 마련 △조교사 작전지시 공개 △기수 면허갱신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요구 항목 중에는 공정경마를 위해 반드시 반영해야 할 내용들도 있지만, 이미 실효성 있게 정상 시행되고 있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아울러, 스포츠의 공정한 경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구도 있었다.

‘부당지시 조교사 처벌’은 이미 한국마사회 경마시행규정(108조 13호)에 따라 실효성 있게 시행되고 있음에도 마치 관련 규정이 없는 것처럼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경쟁성 상금을 줄이고 비경쟁성 상금을 늘리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가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없다며 재조정을 주장했다.

국내 경마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요구들도 있었다. 외국인 기수 등 경마 관계자 도입 제도를 재검토하라는 요구는 글로벌 스포츠이자 축산 연계 산업인 경마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이라는 평가이다.

경마는 전 세계에서 즐기는 글로벌 스포츠로 각국이 질 좋은 경주마 생산과 경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 한국마사회는 국내 경마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경마 관계자들의 도입을 추진했으며,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외국인 조교사·기수·말관리사 도입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주장은 어렵사리 경마 중진국 수준까지 올라온 국내 경마산업을 퇴행시키라는 것과 같은 말이며, 경마산업을 단순 ‘도박’으로만 치부하고 기수와 조교사, 말관리사 등을 단순 노동자로만 여긴 채 경마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모양새이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외국인 기수 쿼터제를 통해 국내 경마 관계자들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외국인 경마 관계자들의 도입은 국내 경마인들의 수입 감소 및 도태로 이어질 수 있기에 국내 경마 관계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일정 부분 보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올해 경마시행계획 운영지표에 따르면, 서울은 7명 이내, 부경은 5명 이내로 외국인 기수의 국내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조교사 작전지시를 공개하라는 부분도 현직 조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교사는 “조교사 작전을 공개하라는 것은 축구 감독이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들이 전술·전략을 오픈하라는 것과 같다”며, “이미 조교사 작전 지시 등은 여러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고, 경주 당일 말 컨디션이나 상태에 따라 기수들에게 일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작전 지시 공개가 그날 상황에 따른 다른 형태로 전개할 수 있는데 이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공정 경마를 훼손할 수도 있다”며, “경마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집회로 인해 경마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한국마사회는 민주노총 집회 개최로 인한 8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서울경마공원 정문과 후문의 차량 통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 차량 운행 자제를 요청했으며, 삼포 1000m 인근 주차장 주차도 금지한다. 불가피 개인 차량 이용 시 남쪽(대공원 방향) 임시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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