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자체는 ‘어떤’ 인간 혹은 ‘특정’ 행위·사건을 ‘심판’하지 않나

코로나19(COVID-19)가 지난 주말부터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5일 오전 8시 현재 국내 확진자는 893명, 사망자는 8명, 완치는 22명, 의심 환자는 무려 3만5천 명에 달한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수로 정부는 24일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했다. 칼럼을 쓰는 지금도 사무실이 있는 안양시는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확진자 및 이동 경로를 안내 중.

발발 초기부터 중국 미디어 산업에 정통한 윤교원 한류TV서울 대표를 통해 매일 실시간으로 중국 현지 상황을 알린 본지 <말산업저널>도 코로나19가 말산업계에 끼칠 영향, 피해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획 기사를 준비 중이다.

우선 올해 첫 경매인 3월 3일 제주 경매가 25일 전격 연기했다. 매년 불황이 지속하면서 생산 농가들이 크나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집회, 모임 등 단체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고 식당, 공연장 등 사람 있는 곳이면 발길부터 끊는 상황은 말산업계로서도 정말 최악이 아닐까 싶다.

매해 1,250만여 명이 방문(본장 및 장외 포함, 누적 수치)하는 경마산업계도 상황이 심각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주말인 2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마 시행 중단을 결정했다. 필자 기억으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이다. 2015년 메르스 때는 한일승마대회를 연기한 바 있다.

2월 2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마 시행 중단을 결정했다. 필자 기억으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 당시에도 19일 토요일까지 경마를 시행했는데 갑자기 20일 일요일 경마를 중단했고 그 다음 주도 시행하지 않았다. ⓒ미디어피아 이용준
2월 2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마 시행 중단을 결정했다. 필자 기억으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 당시에도 19일 토요일까지 경마를 시행했는데 갑자기 20일 일요일 경마를 중단했고 그 다음 주도 시행하지 않았다. ⓒ미디어피아 이용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한국마사회 임직원은 이날 전국 36개 사업장과 인근 지역에 특별 방역 활동을 펼쳤다고. 코로나19가 집중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 인접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도 PA 직원이 확진자로 밝혀졌고, 접촉자 26명 모두 자가 격리 조치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취재원들도 “부산, 대구는 가지 말라”고 종종 연락이 온다.

열흘 전만 해도 추가 확진자 없이 잠잠하던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한 건 알려졌다시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과 연관 있다. 확진자의 59.8%가 신천지 성도 또는 접촉자고, 청도대남병원에는 전체의 14.8% 확진자가 있다고 집계됐다.

신천지 측은 20일 코로나 확산은 “마귀의 짓”이라 주장하며 신천지야말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니 모든 시험과 미혹에서 이기자고 했다.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코로나 업무를 총괄하는 한 공무원은 격리 통보되기 전까지 대구신천지교회 교인임을 밝히지 않았는데 전문가들은 신천지 교인들이 “포교 없인 구원 없다”를 목숨처럼 지키기 때문에 전수 조사가 쉽지 않을 거라 지적했다.

‘골든타임’을 놓칠까 정부가 나섰고, 경남도는 25일 신천지 시설 폐쇄·집회 금지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같은 날 경기도도 경찰력을 동원, 신천지과천교회에 강제 진입해 역학 조사를 하는 조처를 했다. 중대본도 21만 명에 달하는 신천지 전체 신도 명단을 받아 코로나19 조사를 시작했다.

10년 전 교계 기자 할 때 지인이 신천지에 빠진 걸 알고 그를 구하기 위해 매 주말 쉬는 날도 마다하고 신천지 소굴로 들어가 ‘성경 공부’를 했던 필자에게 신천지를 욕하고 관련 정치인을 혐오하고 싸돌아다닌 확진자를 저주하는 댓글은 사실 심심하다. 그러다 조금 발전한 내용이 눈에 들었다. “중국이 기독교를 핍박하고 선교사를 내쫓아 심판받아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분노의 영이 삼킬 자를 찾고 있다”는 종교인들 발언에 “전능하고 사랑 그 자체인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든지 “문자적 해석을 현재에 적용하면 문제가 있다”든지 “질병과 재해를 심판으로 보는 해석은 기독교 정신과 다르다”는 댓글 또는 칼럼들이다. 사실 이도 오래된 논쟁 가운데 하나.

문득 아니 예전부터 이런 생각이 있었다. 전 인류의 CEO인 신이 섭리와 경륜으로 고난을 주든 인간의 타락을 심판하든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진다는 뜻 아닌가. 인간이 자초한 질병과 재해마저 결국 신의 섭리고 경륜이며 그리고 심판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주어진 삶의 과정에서 선택하는 일은 의지를 선물 받은 우리 인간 몫이기에 탐욕하든 방관하든 결정하면 된다. 물론 바이러스와 재해 그리고 죽음은 ‘나’란 개인이 정의롭게 살았는지와는 상관없는 불청객이다.

정통 개신교 주장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천국에 갔는지 아닌지는 ‘신비’ 영역이라고, 말장난 같아서 철학도 신학도 그만했는데 역병보다 더한 의심과 비판 의식은 깰 수가 없다. 결론 하나는 명확한 듯싶다. 숨기는 모든 건 결국 드러난다, 해야 할 걸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걸 뭐든 한다면 그 위대한 힘에 ‘강제된다’라는 평범한 진리다. 그리고 그 뒤에는 책임 추궁까지 따른다는 역설까지. 결론이 시 같고, 싱겁다. 아무쪼록 불청객을 예방하려면 불편해도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고 외출을 삼가는 등 개인 청결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니 독자들은 개정된 예방 수칙을 잘 지키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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