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취소하더니 홍콩필하모닉도 한국과 일본 공연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베네딕트 포어 홍콩필하모닉 대표는 18일 오케스트라 내부 회람용 공지를 통해 한국과 일본 투어 일정 전체 취소 결정을 알렸다. 100명이 넘는 멤버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해서 리허설과 공연을 하는 거 자체가 상호 감염의 위험이 높으며 요 몇 주간 홍콩과 한국 등에서의 바이러스 전파에 관한 불확실성을 언급해 해외 공연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콩필하모닉 아시아투어일정 중단을 알린 열람문, 사진갈무리: 홍콩필하모닉 페이스북

국내 공연계는 '코로나19공포'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 단체들의 취소와 함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는 공공 연주회는 모조리 중단되고 있다. 안 그래도 자생이 힘든 클래식 음악계에 기업의 후원이 끊기고 지차체의 예산이 방역과 보건 쪽으로 전환되어 쓰이는 바람에 울상이다. 정부와 시도군의 문화행사의 주목적은 예술이 아닌 일자리와 복지 관점이기 때문에 음악회나 대중 집회나 인식에선 별 차이가 없다. 정부 지원금 행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그야말로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문책을 당하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 때문에 굳이 할 이유가 하나 없다. 2월 23일 일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인 '심각'으로 올리면서 범정부적 국가재난사태로 규정하면서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학도 1주 미뤄지고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 사람이 모이는 자체가 금지되고 상호간의 경계만 높아지고 있다. 음악회를 앞두고 은 몇 달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쓰나미처럼 덮치는 바람에 오시는 관객도 걱정이요, 객석에 몇 분만 앉아있다고 할 손 공연해야 하고 그게 바로 음악인의 숙명이긴 하지만 속이 많이 상한다. 예술의 전당은 이번 주부터 일주일간 기획, 공연, 전시를 잠정 중단했고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 시내 문화시설도 휴업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민간 유력 공연장들도 공연 잠정 취소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천재지변 사태에 우리가 봉착해 있는 거다.

며칠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이보 포고렐리치 독주회 광경
지난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이보 포고렐리치 독주회 광경

반면 15년 만에 내한한 지난 주의 이보 포고렐리치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합창석까지 꽉 찼으며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역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들어찼으며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가족 음악회도 마스크를 쓴 관객들로 넘쳤다고 한다. 대신 아창제나 서울시향의 작곡가 박영희 연주회는 공연의 기획의도와 작품의 수준, 연주의 질적 여부를 떠나 다른 콘서트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관객이 입장했다고 하니 이게 꼭 코로나만의 문제일까 광범위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광화문 집회는 오지 말라고 그리 강조하고 집회도 금지 시켰음에도 꾸역꾸역 몰려들면서 오라고 오라고 목소리 높여도 오지 않는 사람들... 이게 꼭 코로나 탓일까?

이번 주야 정부의 조치로 인해 코로나 사태의 분수령이 될 시점이니 모두들 위생과 안전에 최선을 기울여야 할 때이지만 근 한 달간에 8개의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바이올리니스트의 푸념, 오페라 3개가 날아갔다는 지휘자의 탄식, 학교의 개강 연기로 더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대학강사 선생님들, 방과 후 활동의 전면적인 중단으로 한순간에 갈 곳이 없어져 버린 방과 후 문화예술과목 교사들, 조심하는 게 서로를 위해 당연하지만 지나친 경계와 위기, 공포와 불안도 위기라고 말하는 소프라노, 도서관 열람실, 체육시설, 운동장을 잠정 휴관하는 공공기관 시설....

세종문화회관 공연장 방역 작업. 사진제공: 세종문화회관

대형 공연장에서의 공연 취소 시 대관료 전액 환불해주기로 지침은 내려왔는데 차기 대관에 전혀 혜택이 없다 보니 개인 연주자들은 취소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경우는 남은 날짜가 거의 없어서 연기는 힘들고 대관 공연의 취소 후 내년이라도 인센티브 반영을 해줘야 한다. 심한 경우는 수십 번 신청 후에 대관 승인되는 음악가들의 상실감 또한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인데 일치단결하여 어서 빨리 이 국난을 무사히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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