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피아>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100%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야구가 야단법석,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30여 권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지난 2월 1일부터 호주의 블랙 타운에서 1차 해외 전지훈련을 마친 LG 트윈스 선수단이 2월 26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의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 마치 휴식일이어서 류중일 감독과 몇몇 선수들이 숙소 아래층에 있는 커피숍에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류중일 감독(사진= LG트윈스 구단).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류중일 감독(사진= LG트윈스 구단).

류중일 감독 ; (오)지환이는 동남아 사람 다 됐네. 얼굴이 새카맣게 탔어.

오지환 ; 올해는 정말 각오가 남다릅니다. 팀 분위기도 그렇고 말에요.

류중일 ; 오늘은 야구 얘기 하지 말자. 너무 야구, 야구 하면 시즌도 개막되기 전에 질린다 질려.

정근우 ; 이 팀에 오니까 기부 얘기를 많이 하던데요, ‘수호천사 기금’을 마련해 지금까지 1억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서울대학교 어린이 병원에 전달했다면서요.

오지환 ; 형! 지난해는 저와 함께 (박)용택이 형, (차)우찬이 형이 LG전자와 함께 치료비 기부에 동참했었어요.

정근우 ; 이 게 다~ 감독님의 기부 정신 때문이에요, 제가 적어왔어요....보자...... 류 감독님은 선수 시절부터 청소년선도위원회에 홈런 1개당 10만 원씩 기부를 해왔었고, 2013년 삼성 라이온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후 재계약금 21억 원(계약금 6억 원·연봉 5억 원) 가운데 2억 원을 떼서 기부했었어요, 충주성심학교에 1천만 원(박상수 감독)을 기부했었고, 2017년 12월 LG 트윈스와 3년간 21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5억 원)에 계약을 한 후 중증장애시설에 1억 원을 내놓았었어요.

류중일 ; 야, 야구뿐만 아니라 이제 기부 얘기도 하지 말자......

정근우 ; 딱 한 번만 더 할게요, 올해 우리 팀이 꼭 우승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면서요?

고우석 ; 네, 우선 (박)용택이 형이 2년 계약 마지막 해예요, 용택이 형이 2년 계약을 하면서 계약이 끝나면 은퇴를 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용택이 형한테 꼭 우승컵이 필요하고 또 우리가 모두 협력해서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정근우 ; 또 올해가 우리 팀 창단 30주년이라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승을 한 게 1994년이니까 26년이 다 되었고 말에요. 저도 SK 와이번스 팀에서 한화 이글스 그리고 LG 트윈스 팀으로 옮겨 왔는데, 올해는 딱 2가지 목표밖에 없어요. 잃어버린 2루수 자리를 찾는 것과 팀 우승이에요.

정주현 ; 내 이거 원~ 참~ 동성상잔의 비극이 LG 트윈스 2루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지난해까지 무주공산이었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40살이 다 된 형(정근우)이 우리 팀으로 올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형이 한화 이글스팀에 있을 때 라이벌이었던 (정)은원이는 이제 22살이에요, 그런데 저는 30살이에요, 형한테 밀리면 갈대가 없어요, 저도 이판사판이에요.

LG트윈스는 2월 22일 호주 시즈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LG전자 호주법인과 함께 ‘호주 산불 재해 지원을 위한 팬 사인회 및 기부금 전달 행사‘를 실시했다(사진= LG츠트윈스 구단).
LG트윈스는 2월 22일 호주 시즈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LG전자 호주법인과 함께 ‘호주 산불 재해 지원을 위한 팬 사인회 및 기부금 전달 행사‘를 실시했다(사진= LG츠트윈스 구단).

 

정근우 ; 그러고 보니까 한화에 있을 때도 (정)은원이, 여기서도 (정)주현이 그리고 나 정근우...... 계속해서 정 씨 동성상잔의 비극의 주인공이네 나는.

류중일 ; 우리 팀이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어.

고우석 ; 참~ 감독님도 올해가 LG 트윈스 3년 계약 마지막 해예요, 올해 우승하지 못하면 뒷방노인......아 아니, 뒷방 어른......이것도 아닌가.

류중일 ; 아무래도 좋아 뒷방이 아니라 옆방이라도 좋아, 그런데 너희들 내 휴대폰 번호 알지.

정근우 ; 감독님이 저한테 전화 하셨을 때, 보자 어디......어~ 그러고 보니까 감독님 전화번호 끝자리가 2020으로 끝나네.

오지환 ; 거~ 봐요, 또 야구 얘기로 돌아왔잖아요, 우리는 어차피 야생야사 인생이에요.

정근우 ; 야생야사?

오지환 ; 네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지난해 12월 11일 LG트윈스가 LG전자와 함께 개최한 ‘사랑의 수호천사’ 기금 전달식 모습(사진= LG트윈스 구단).
지난해 12월 11일 LG트윈스가 LG전자와 함께 개최한 ‘사랑의 수호천사’ 기금 전달식 모습(사진= LG트윈스 구단).

 

P.S

LG 트윈스는 지난 1989년 12월 12일 “럭키금성이 MBC 청룡을 인수 했다”라는 민주일보의 보도로 인수인계가 확정되었다.

198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MBC 청룡이 럭키금성 등 몇몇 회사와 접촉을 벌이고 있는 보도가 있긴 했는데, 결국 무산된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민주일보에 기영노 기자가 단독 보도를 하는 바람에 MBC 청룡의 럭키금성 인수인계가 확정되었다.

당시 MBC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물밑 작업 중에 보도가 나가는 바람에 150억 정도를 받을 수 있었던 판매금액이 130억 원으로 20억 원 줄었다고 한다.

※ 기영노의 스포츠 콩트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픽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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