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엔 상습 정체로 1시간 족히 걸리던 구간을 15분 만에 주파했다. 지하철과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은 피치 못할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니 앉을 자리가 널려 있다. 밤마다 북적거리던 시내 중심가와 유흥가, 상업 지구는 파리만 날린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 춘래불사춘이 이럴 때 딱 들어맞는 말이로다. 평상시 같으면 이번 주는 오랜 겨울의 움츠러듦에서 비상하여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학교의 개학/개강 주다. 새내기들의 재잘거림, 신입생들의 긴장과 설렘, OT네 MT네 대면식이네 등등 정신없이 열리는 행사로 활기에 가득 차 있어야 할 캠퍼스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곳곳에 붙어 있는 출입 금지와 건물 폐쇄 안내문은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사람 간의 대면 경제는 급속도로 위축되어 버렸고 유통 업체들을 울상이다. 확진자들의 방문으로 잇따라 휴점한 곳도 속출했다. 물론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확산과 방지 그리고 예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우리 모두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조, 어서 빨리 이 재난을 이겨내야 한다. 지금의 고통은 뼈를 깎는 아픔과 인내가 요구되며 전 국민이 인고의 시절을 겪고 있다. 코로나 감염 공포보다 더욱 무섭다. 현재의 얼어버린 내수 경기와 집단 무기력증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사회, 경계와 의심, 조심하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인간들끼리의 활동, 코로나 사태 이후의 우리 경제와 일상을 대비해야 한다.

건물 출입 통제와 학내 이용 자제를 권고하는 현수막

언제 내게도 이런 불행이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 주변에 누가 바이러스 유포자인지 몰라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힘든 때일수록 사람들은 영육 간에 치료받길 원한다. 과도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이런 시국일수록 전전긍긍하고 과잉반응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뉴스와 정책을 시행하면 어떨까?

1980년대 제5공화국 때 시행되었던 S로 시작하는 세 단어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에서 머리글자를 딴 3S정책이 있다. 독재 정권이 국민의 관심사를 정치에서 레저로 돌리기 위해 위 3가지를 의도적으로 장려했던 건 매우 흔하고 손쉬운 방법이었다. 정치적, 사상적, 민주적인인 평가를 차치하고 사회적으로 그 결과 지금의 프로 스포츠가 태동하였으며 비록 야간업소들의 활성화로 이어지긴 했지만 밤거리는 불야성을 이루었었다. 이와 같은 경제의 발전은 자연스레 민주화와 맞물려 사람들은 스스로 주머니를 열어 대중문화를 만들었다. 즉 규제와 제약이 아닌 활력과 변화로 사람들이 먹고 살만하니 민주화도 가속화되었다.

3월22일까지 잠정적으로 휴장을 결정한 마사회,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국마사회가 경마를 22일까지 중단하겠다고 한다. 안 그래도 한국에선 경마가 스포츠가 아닌 사행성 도박이란 인식이 강하고 비판받는 마당에 근 한 달간 경마장을 문 닫아 버리면경마 시행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조교사와 기수, 말 관리사의 수입 감소로 물론이고, 사업장 주변 식당 등도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경마공원 및 각 지사를 찾는 경마팬들도 줄어들고 있는 판국에 엎친데 덮친 격이다.

2월 23일 일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인 '심각'으로 올리면서 범정부적 국가재난사태로 규정하면서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학도 3주나 미뤄지고 공공기관은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사람 모이는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 음악, 공연업계의 타격은 심각하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레저, 문화예술이 필요하다.이럴 때일수록 잠시나마 코로나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게 순진무구한 사람들의 바람이다. 비록 치료받지 못하더라도 뭔가에 의지하고 몰입해 심신이 평안해지고 기분이 좋다고 믿으면 만족의 플라세보 효과가 발생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도 선명히 기억한다. 만화책은 유해하다 해서 분서갱유를 방불케 하는 만화책 화형식이 있었으며 그것을 누가 어떤 집단이 주관하고 선동했는지..... 그리고 사회의 흉악한 범죄만 일어나면 만화책, 게임, 오락실 등에서 원인을 찾아 마녀사냥을 하던 것을...... 그런데 지금은 만화와 게임이 우리나라 주요 사업 중의 하나이고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이 가장 집대성되는 IT 산업이 자 한류의 원천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앞뒤가 안 맞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 이런 문화의 씨앗이 피어졌다는 것이 기적과 같다.

이럴 때일수록 경마, 게임, 문화활동을 제약하지 말고 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인식이 전환되길 바란다. 경마장이여! 문을 열어라! 이번 주 고비를 넘기고 다음 주부터는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때이다. 문을 열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젊은 손님, 가족 위주 손님으로 스포테인먼트를 지향하라.

춘래불사춘...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는 요즘...어서 빨리 코로나를 극복하고 봄 기운 가득한 렛츠런 파크에 함성이 가득하길, 사진 제공: 정치평론가 김홍국
춘래불사춘...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는 요즘...어서 빨리 코로나를 극복하고 봄 기운 가득한 렛츠런 파크에 함성이 가득하길, 사진 제공: 정치평론가 김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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