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 풀잎
윤한로
저를 더 밟아 주세요
저를 더 때려 주세요
저를 더 깔아뭉개 주세요
우리 같은 나부랭이들
가난하게 무지하게 비굴하게 비겁하게
철사처럼, 철사처럼
휘어지며, 옆구리 미어지며
이제 갑니다
홀라당 암것두 없이
슬픈 이들이여
그대들에겐 우는 듯 웃으며
기쁜 이들이여
그대들에겐 웃는 듯 울며
적은 이들이여
그대들이겐 없는 듯 많이
많은 이들이여
그대들에겐 터질 듯, 그러나 더 많이
저에게 칵, 침 뱉어 주세요
저에게 더 비웃어 주세요
저에게 더 지랄떨어 주세요
시작 메모
오늘 아침 성무일도 청원 기도는 풀잎 기도. 정의와 평화가 땅에 가득 차도록, 온갖 조물의 깊은 본성과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그 조물의 노래와 우리의 노래가 어울리도록, 가난한 이들과 불쌍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알아보고, 그이들에게 봉사드리지 못한 우리를 용서하도록. 풀잎 기도를 바칩니다.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