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의 스마트폰과 같은 책, 도서출판 현대문화에서 이일주의 '음악기초이론과 음악작품으로 배우는 서양음악사' 출간

제목이 거창하다. 일단 이론, 작품, 서양음악사라는 명칭만 들어가니 대학의 교재나 전문 이론서적 같다. 전공자들이나 심화 학습을 위한 서적 같다. 책 한 권에 음악기초, 서양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대표 작품, 탄생 배경과 사조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음악사까지 포함해서 줄여서 '음음음'이라고 칭하고 싶다. 저자인 음악학 박사 출신, 현 대학교수인 작곡가 이일주 개인적인 성향일 듯. 책 제목은 아카데미 하지만 내용은 부담 없고 입문서 같고 친절하다. 전화, 인터넷, 사진촬영 등 모든 게 가능한 음악의 스마트폰같다. 이 한 권만 읽으면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에 한결 다가갈 수 있다. 제목만 아카데미 하다.

도서출판 현대문화(대표 최영선)에서 최근 발간된 이일주 저 / 음악기초이론과 음악작품으로 배우는 서양음악사
도서출판 현대문화(대표 최영선)에서 최근 발간된 이일주 저 / 음악기초이론과 음악작품으로 배우는 서양음악사

실습 문제가 풍부해서 좋다. 요즘은 컴퓨터가 대신해 준다고 간과하긴 쉬운 수공예적(Handwerk)적인 음악의 ABC에 요소에 집중한다. 연마와 수련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말 그대로 음악 기초이론이다. 모든 학문과 장르에 통틀어서 기초이론만큼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재미없는 것도 없다. 방송에서 매일 나오는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 대중들의 갈채에만 목말라 시창, 청음이나 피 토하는 발성과 딕션 연습도 없이 노래만 부르고 싶어 하는 가수지망생, 손가락 돌리는 연습을 하지도 않으면서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하는 피아니스트, 드리블 연습은 안 하고 덩크슛만 쏘길 원하는 농구선수와 같이 반복적인 루틴이 없다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 할 수 없다. 몸에 익고 반응할 때까지 꾸준함은 성공의 열쇠다. 이 책에선 그 꾸준함을 유지시켜줄 음정, 음계, 관계조 등에 대한 문제를 10페이지 이상 할애하고 있다. 배음의 원리를 통해 음정, 음계, 화음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 뿌리를 제대로 박고 가니 거기서 나온 열매들은 술술히 이해하고 풀리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 이일주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구전으로만 전해졌던 음악이 기보가 되어 기록물로서 남겨지게 되면서 결정적인 발전의 전환점이 생겼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음악은 전달을 통해 피치 못할, 필연적인 변형과 파생이 생겨 원형이 훼손될수도 있고 의도치 않았던 결과물로 변이될수 있다. 그런데 악보에 기입하게 되면서 작곡가는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공통의 약속의 수단으로 올바른 재연의 수단이 생긴 거다. 그럼으로 악보를 제대로 읽고 파악하는 게 음악의 시작이요 끝이다. 저자인 이일주는 악보를 길을 안내하는 지도라 표현했다. 그럼 제대로 독도법을 익혀야지 올바른 방향과 목표점에 도달할 것이 아닌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자기 멋대로 부르고 연주한다면 그건 즉흥연주요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의 분출에 불과하다. 소리를 악보로 그리를 기보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된다. 가천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나오고 미국 보스턴 콘서바토리와 텍사스 테크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작곡가 이일주는 한국의 민요를 바탕으로 세계화된 음악 언어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음악으로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며 때로는 진한 눈물을 흘린다. 작곡가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을 위해 더불어 사는 자연을 위해 노래하고 또 노래하는 작곡가이다. 현재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서 투철한 교육관과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딱 적임인 자이다. 또한 작곡가로서의 왕성한 활동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표제로 세 번의 개인 작품 발표회까지 개최하며 샤미임출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찬양곡을 출판하고 있다. 

이일주 저/ 음악기초이론과 음악작품으로 배우는 서양음악사

책의 제목처럼 2부의 서양음악사는 저자가 뽑은 90곡의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면서 작품을 통해 해당 시대, 장르, 작곡가, 특성, 사조 등을 알 수 있도록 전개하였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음악작품 제목 하단에 큐얼코드를 삽입하여 해당되는 작품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글로 배우는 음악사가 아니라 음악의 본질인 들으면서 깨닫게 하는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중간중간 저자가 예전에 다른 매체에 기고한 듯한 음악사 관련 칼럼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책 속의 책 같은 느낌이다. 다만 곡 제목들이 어떤 건 원제로 나오고 다른 건 다 영어 번역본으로 나오고 빠지기도 하는 등 (179페이지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서는 Fantastique만 있고 Symphonie는 없으며 197쪽의 독일 진혼곡의 영어 번역은 Germany Requeim이 아니라 a german Requiem이 되어야 옳다.) 소소한 오류가 있는 게 옥에 티다. 특히 그런 실수는 책의 말미로 갈수록 심한데 251쪽은 코플랜드의 <애팔래치아의 봄>인데 보체크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뒤의 쇼스타코비치, 케이지, 라이히의 작품엔 한글명이 빠졌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적인 곡으로 교향곡 5번을 꼽는반면 저자인 이일주는 4번을 소개하고 있어 어떤 연유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음악기초이론과 음악작품으로 배우는 서양음악사(이일주 저) 목차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생산적인 활동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의 시간 한복판에 이런 저서가 출판된 건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 소지하기 적당한 크기와 무게로 인해 이 한 권만 소지하면 거뜬히 음악에 대한 비밀의 문을 열 수 있다. 음악전공 학생들 뿐인 아니라 클래식 음악 감상의 폭을 확장하고 알아가려는 일반 애호가들에게 적합하다. 전문적인 학문 활동으로서의 지식생산 작업에 국한하지 않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적 내용을 폭넓게 담아 좀 더 넓은 범위의 지식을 다수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저자인 이일주의 시도가 음악을 좀 더 알고 음악이 주는 감동에 빠지고픈 독자들을 만날 거라 확신하다. 2주나 늦춰진 대학 개강, 거기다가 첫 2주는 원격강의가 시행되는 혼돈의 2020년 1학기 대학 또는 중, 고등학교의 음악수업에 이 한 권만 있으면 큐얼 코드로 음악을 듣고 수록된 문제를 풀고 검토할 수 있으니 원격강의용으로도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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