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사순
  윤한로

더 낮게
더 작게
더 아프게
더 슬프게
더 쓰게
더 춥게

덜 재미있게
덜 배부르게
덜 달게
덜 꿀같이
덜 밝게
덜 높게

덜 기쁘게
그러나 그러나
덜 슬프게

덜 많이
그러나 그러나
덜 조금

덜 나처럼
그러나 그러나
덜 너처럼

 


시작 메모
 
고려 때 문인 이규보는 소박해서, 괴상하거나 기이한 것들을 썩 즐거워하지 않았다. 화려하게 아로새기거나 꾸미는 것들 따위도 아주 싫어했다. 그래서 호 또한 백운, 그저 흰 구름일 뿐이다. 내가 짚어 보는데 백운 이규보의 마음은 늘 덜 많이, 그러나 덜 조금일 것이다.
 
오종종 박으로 병을 만들어 / 술을 담았다 / 긴 모가지에 불룩 나온 배 / 막히지도 않고 기울지도 않는다 / 그래서 내 그만 칠을 칠해 보배 삼았으니’ (이규보, 칠호명) , 저 마지막 구절은 참으로 엄청난 질박’, 굉장한 평범이다. 그걸 칠을 칠해 보배로 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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