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화상
    윤한로

그러구러
제 귀를
자른
정말 착한 사람
고흐
원숭이 같은 고동색 얼굴엔
붕대를 감고
쓸쓸함에 물든 영혼이여

그만
코 끝이 찡하다

 


시작 메모
제 귀를 자르고 나서 얼굴을 붕대로 감은 다음에 그린 고흐의 <자화상>은 너무 쓸쓸하고 아프다. 그러나 <감자 먹는 사람들> 또한 쓸쓸하기 그지없다. 얼마나 늦은 시간일까. 찌그러진 궤짝 집 딱딱한 나무 의자, 나무 식탁 위에 고된 일을 끝내고 다섯 식구들 감자를 먹는다. 얼굴 주름살 잡으며 감자 앞에 구부린 사람, 굵고 거친 손가락 더미 접시에 가득 펼친 사람, 쏟아질 듯 초롱초롱 맑은 눈을 한 사람, 왠지 먹을 생각도 없는 사람, , 단순히 감자를 손에 쥐고만 있는 사람. 말똥 냄새나는 당나귀 닮은 사람들이 너무 외롭다. 조용히 소리 한마디 없다. 노을 같은 고동색 영혼들. 그러나 하나하나 고흐 자신이리. 코 끝을 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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