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갔다. 현역 육군 상병이 야전삽으로 중대장을 폭행했다. 그것도 지시 불이행에 따른 면담 과정에서 타이르는 중대장을 병력 통제가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터트리면서 미리 준비해온 야전삽을 꺼내 내리치고 목을 졸랐다고 한다. 여군 대위인 중대장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정 모 상병은 상관 특수상해 협의로 긴급 체포한 뒤 구속했다. 

연합뉴스 방송 갈무리
연합뉴스 방송 갈무리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 사격장 정비 작업이었다. 정 상병은 작업 도중 "너무 힘들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이후 따로 불러 타이르는 중대장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병 상호간의 구타와 주먹다짐도 아니고 하극상, 그것도 병사가 장교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고 군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군대의 생명은 상명하복이다. 군대 내에서 가장 힘든 건 자유를 박탈당한 통제와 아무리 부당한 명령이라도 무조건 복종하고, 선임병이나 상급자가 무리한 요구와 행위를 해도 참아햐 하는 부조리다. 참을 인자를 하루에도 몇번식 새기고 불합리와 불이익을 겪으면서 몇번이나 욱 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반항과 항명을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억누르면서 군대, 더 나아가 공동체 사회 생활을 하는 거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위아래 분간 못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일삼는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불과하다. 통제와 규율로 돌아가는 군대에서도 그런 행동을 저지른 작자가 사회생활인들 올바로 하겠는가.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이럴지인데 입대 전후 사회에서는 어떻게 생활을 하였을지 불 보듯 뻔하다. 낙인 찍기가 아니다. 일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벌어진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어서 그렇다.

필자 역시 군대에서 수십번 부당한 명령과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선임병, 후임병, 동기, 부사관, 장교들, 군대를 이루는 모든 걸 증오하고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하며 하늘을 원망했고 내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군대에서나 할 만한 걸쭉한 욕을 내뱉으며 독한 담배 한 모금을 날렸다. 뒷담화를 하고 쌍욕을 퍼부었지만 면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표정관리를 했었고 (하여야 했고) 맞춰가려고 노력했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검찰, 사진 제공: 연합뉴스

병사들이 예전과 달라 자유분방하다.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을 가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가정에 한 두명 밖에 없는 자녀들이라 전부 고생을 해보지 않았다. 다들 귀하게 자라 단체생활에 서툰다 등등의 옹호론과 분석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귀에 못을 박히도록 반복된다. 점점 인권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군대가 흘러가 이제는 보이스카웃이 되고 교회수련회를 온 듯하다. 강한 훈련과 정신으로 무장한 정예용사 양성이 아닌 혹시나 사고가 날까 전전긍긍하고 조금만 힘들면 상관에게 분풀이하고 병 상호간에는 선임과 후임의 구분이 없어져 자율이라는 보기 좋은 포장 아래 방종과 태만, 무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면서 군기 빠짝 든 '군인다운 군인'이 아닌 그저 시간만 떼우다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바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시행하자. 군대나 사회 부적응자는 과감히 배재하고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강력한 군대를 만들자.  

하긴 훈련이 힘들다고 청와대 게시판에 지휘관을 교체해 달라고 청원을 하지를 않나, 오죽하면 대학의 교수가 “앞으로 성적에 불만 있는 놈들은 직접 연락하고 찾아와. XX 싸가지 없게 밤이고 주말이고 주제파악 못하고..” “그냥 웃어주니까 날 빙다리 핫바지로 만만하게 생각하는 XX들이 보이네”라고 일갈을 하지을 않나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악플다고 문제 삼고 툭하면 고소하고 경찰에게 전화나 한다. 자기에게는 조금이라도 피해와 불이익이 오면 참지 못하는 세태, 모두다 공주왕자님으로만 떠 받들려 자라 고마움과 귀중함이란 자체를 모르는 불공감, 권위와 예의, 존경과 존중이 사라진 오죽 이기심으로만 돌아가는 인간관계...일벌백계는 커녕 심신미약이네 초범이네 무르딘 무른 법집행과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소중히 하는 나라. 현재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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