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Japan Racing Horse Association 유튜브 채널)

세계는 물론 일본에서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과 14일 홋카이도(北海道) 노던호스파크(Northern horse park)에서 이틀간 말 경매의 연례 행사인 2020년 셀렉트세일이 진행되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올해는 경매 좌석수를 대폭 감소시키기도 하고, 사전에 등록한 구매자들과 약간의 동반자로만 입장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매스미디어의 셀렉트세일에 대한 결과 리포트를 보면 경매에 등록한 마주도 예년에 비해 약 10%정도 감소했고, 매해 화려한 자리를 빚내던 외국 바이어들도 일본내 주재하고 있는 관계자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만1세마 경매에서만 1억엔이 넘는 고가 낙찰가 말이 18두였고, 반수를 차지하는 9두가 '딥임팩트(사진)' 자마였다(사진 제공= 김기현).
만1세마 경매에서만 1억엔이 넘는 고가 낙찰가 말이 18두였고, 반수를 차지하는 9두가 '딥임팩트(사진)' 자마였다(사진 제공= 김기현).

2020년! 올해 셀렉트세일은 코로나19로 화려한 막을 올릴 수는 없었지만, '씨수말 세대교체'라는 중요한 역사의 길목임에는 틀림없었다.

왜냐고 꼬집어 얘기하자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서 같은 시기에 빛나는 현역 활동을 하고, 은퇴 후에는 씨수말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었던 '킹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와 '딥임팩트(Deep Impact)'가 2019년 킹카메는 8월 9일 18살로, 딥은 7월 30일 17살로 각각 운명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열흘 사이에 일어난 두 마리의 죽음은 현역 때부터 운명의 라이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만큼의 일이 아니었나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씨수말로서의 가치는 당말의 활약과 혈통 그리고 자마들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킹카메는 2004년 일본 더비를 비롯한 생애 7승의 성적과 일본이 경마산업의 계획적 발전을 위해 미국에서 수입해 온 1989년 캔더키더비 우승과 함께 미국 연도 대표말이었던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Sunday Silence)'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유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딥임팩트'는 '선데이사일런스'의 대표 자마로 클래식3관을 비롯해 은퇴할 때까지 GI 7승을 포함한 13전 12승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각말의 씨수말 가치는 역사의 한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게 이 두 마리 자마들도 현재진행형으로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가치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필자를 비롯한 경마팬들의 올해 셀렉트세일에 대한 관심은 킹카메와 딥의 남은 자마들의 낙찰 행방과 포스트 킹카메&딥의 씨수말이 과연 어떤 말일까라는 궁금증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기대는 “역시!”라는 답을 내린 결말이 되었던 경매였던 거 같다. 만1세마 경매에서만 1억엔이 넘는 고가 낙찰가 말이 18두였고, 반수를 차지하는 9두가 '딥임팩트' 자마였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고낙찰가 순위1위에서 3위의 말이 딥의 자마였는데 1위의 숫말 '쉬브(Sheave)19'가 "언빌리버브!!" 5억1000만엔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건강 문제로 씨수말 휴식 기간을 가졌던 '킹카메하메하'는 자마들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에서도 암마 '마르시아노(Marusiano)2019'가 1억7000만엔 등 8두가 고가에 낙찰을 받은 결과를 남겼다.

건강 문제로 씨수말 휴식 기간을 가졌던 '킹카메하메하(사진)'는 자마들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에서도 암마 '마르시아노(Marusiano)2019'가 1억7000만엔 등 8두가 고가에 낙찰을 받은 결과를 남겼다(사진 제공= 김기현).
건강 문제로 씨수말 휴식 기간을 가졌던 '킹카메하메하(사진)'는 자마들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에서도 암마 '마르시아노(Marusiano)2019'가 1억7000만엔 등 8두가 고가에 낙찰을 받은 결과를 남겼다(사진 제공= 김기현).

필자의 경주마에 대한 소견은 사람과 같이 각양각색의 성격을 보유하고, 그런 성향에 따라 말의 경주 성격이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딥임팩트'는 평소 정이 많고 얌전해서 마구간에서는 “도련님”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딥을 관리했던 이케에(池江) 조교사는 “딥은 매우 순한 말”이며 “사람을 좋아하는 착한 말"이었다고 표현했다. 또한 경주마 시절 담당 수의사도 '딥임팩트'는 “성격이 소탈하다”, 이 정도 성격이 좋은 말은 별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씨숫말이 된 후 담당 관리자인 모리타 케이지(森田敬治)는 자신이 인간보다 앞선 입장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다른 씨수말과 달리 인간과 대등한 입장에서 접하게 된다고 딥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필자는 첫 번째 글에서 2013년 홋카이도 샤다이스타리온스텐션에 있는 '딥임팩트'의 방문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의 느낌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관계자들이 말한 그대로인 명마였다.

방목 중인 딥에게 관리자가 “딥~이리와”라고 부르자 밝은 미소로 환하게 달려와서 마치 필자를 반겨주는 행동에 '딥임팩트'라는 명마에 “홀릭”하는 순간이었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킹카메하메하'를 죽기 전까지 만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무덤에라도 찾아가 원을 풀어볼 생각이다.

다음 글에서는 킹카메와 딥의 자마들의 활약상과 '딥임팩트'의 생애 13전 12승 중 한번의 패를 안겼던 올해의 셀렉트세일 인기 넘버원 씨수말 '하츠크라이(Heart's Cry)' 등의 차세대 씨수말들의 스토리로 이어가고자 한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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