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중 경북대 말/특수동물학과 교수

말산업 교육인력, 매년 1300여 명 배출···마사회 신규채용 취소 등 고용 감축 우려

‘말(馬)’로 특화된 학과 특성상 졸업 후 말산업 분야에 취업을 준비하는 제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취업을 준비하는 제자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마사회는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초 예정되었던 신규채용을 취소했다. 게다가 최근 한국마사회는 직원의 10% 이상 감축, 3주 간 전 직원 무급휴직 등의 구조조정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한국마사회를 포함한 말산업 관련업계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전문대학교, 대학교를 통틀어 23개의 교육기관에서 말산업 관련 커리큘럼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1,3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말산업은 경마산업을 필두로 1·2·3차 산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영위기는 국내 말산업 전 분야에 경영위기이고 이는 곧 말산업 분야 신규채용 감소 및 기존 고용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19년 통계 기준 말산업 관련 산업체 수는 2,478개이고 국내 총 말산업 종사자는 16,366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불안사태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정부는 말산업 분야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특단 조치 필요···우려 있으나 ‘온라인 마권 발매’ 필요

‘경마=도박’이란 인식 전환 있어야

말산업 전 분야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 악화의 기로에 서있는 한국마사회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국내 말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여 국내 말산업 전 분야를 지탱하고 있다. 경마수익은 한국마사회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 감염 위협을 담보로 경마를 정상적으로 재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안은 온라인발매시스템의 재가동이다. 온라인발매 시스템 가동 시 여러 가지 우려되는 사항들이 있지만, 이에 따른 대책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현 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은 온라인 발매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부딪치는 우려 사항들도 있다.

첫 번째로 공기업의 사행성 조장이라는 국민적 반대 여론이다. 온라인발매 시스템의 재가동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경마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임에도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산업의 특성을 이해 못한 가운데 반대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경마산업의 순기능을 적극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민원이 속출한 장외발매소의 단계적 감축을 시행한다면 오히려 온라인발매 시스템을 옹호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발매 시스템 운영 시 마권 구매한도 및 구매수단 제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무분별한 베팅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사항은 미성년자 접근 및 타인명의 도용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은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실명 확인제(본인명의 휴대폰 인증 또는 공인인증서)로 간단히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우려되는 사항은 불법경마 확산에 따른 부작용이다. 하지만 형사정책연구원 연구결과(2016년)에 따르면 온라인발매 도입 시 불법경마 이용자의 70%가 불법경마를 중단하고 85%가 합법 온라인발매를 이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구매한도 제한이 없는 사설경마장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온라인발매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경마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내에 만연되어 있는 ‘경마는 도박’이란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경마를 경험해 본 바 경마는 ‘도박이 아닌 문화’이다.

예를 들어 2002년 한·일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멜번컵 시즌 호주 경마장, 할아버지, 아버지와 아들 삼대가 핫도그를 먹으며 출전한 말의 족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미국 경마장, 온 가족이 주일 예배를 마친 후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경마장에 방문해 베팅하며 가족행사를 하는 프랑스 경마장의 모습은 경마가 도박이 아닌 그 나라의 레포츠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베팅 목적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말과 기수, 조교사를 응원하기 위함이다. 국내 경마산업이 사행산업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전마와 기수, 조교사, 마주, 생산자의 팬덤(fandom)을 구축하는 데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축산발전기금을 통한 축산업 지원, 레저세와 교육세를 통한 지역 발전, 농어촌특별세를 통한 농어촌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복지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하루 빨리 온라인발매 시스템이 재개되어 이러한 한국마사회의 국가적 사명이 지속되길 바란다. 또한 미래 말산업 분야에 이바지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준비하고 있는 제자들의 기쁜 취업 소식을 접하길 고대한다.

윤민중 경북대 말/특수동물학과 교수
윤민중 경북대 말/특수동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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