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김문화로 여겼던 경마, 산업 발달과 함께 여성과 아이의 문화적 동참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

여성이 경마장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필자처럼 경주마를 좋아하거나, 경마장에 같이 가는 사람이 좋거나, 경마장에 가는 “나”라는 사람을 반겨주는 무언가 있거나 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본 경마장에는 UMAJO라는 여성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있다.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에 남성의 입장을 금지하는 금남(禁男)의 공간이다.

UMAJO란 UMA(馬)와 JO(女)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이다. 한문을 풀어 한글로 얘기하자면 “마녀(馬女)”라고 발음할 수 있다.

JRA에서 마녀(馬女)라고 불리는 이 UMAJO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馬를 만나고 馬를 접하고 馬를 응원하는 경마를 즐기는 여성”들이라고 칭하고 있다.

남성들만의 “즐김문화”로 여겨왔던 경마가 일본 경마산업의 발달과 함께 여성들과 아이들의 문화적 동참을 위해 계획적으로 이끌어낸 새로운 경마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JRA에서는 이 UAMJO에게 경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경마는 말의 스포츠다. 자기가 응원하는 말이 경주를 할 때,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질 것이다. 파란하늘 아래 친구와 함께 큰소리로 응원을 하면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장식이 1도 없는 그냥 말(馬)과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간단명료한 납득어가 아닌가 싶다. 필자도 이 문구가 좋아 경마장을 방문할 때마다 UMAJO를 찾지만 너무나도 큰 인기에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어서 입장 실패라는 쓴맛을 볼 때가 많았었다.

왜! 이렇게까지 UMAJO를 찿는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우선 그 공간에 들어가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 말에 관한 굿즈가 너무나도 예쁘게 구성되어 눈이 한없이 뜨이게 되고, 맛나는 음식과 음료들로 인해 한시도 입을 멈출 수가 없다. 그 덕에 레이스가 끝날 쯤이면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구입한 말 굿즈로 인해 양손은 행복으로 가득차기 때문에 가벼운 지갑과 양심적 타협을 해보기도 한다.

UMAJO 공간의 제일 좋은 메리트는 그 무엇보다 경마장 데뷔 초심자 원드링크 서비스에서 시작되는 무료라는 맛 좋은 음료라 할 수 있다. 음료와 함께 달짝지근하게 먹을 수 있는 말 모양 케익, 샌드위치 등의 비주얼에서 오는 포만감 때문에 그저 배가 불러 웃음만 나오는 풍경이다(사진= https://umajo.jra.jp 갈무리).
UMAJO 공간의 제일 좋은 메리트는 그 무엇보다 경마장 데뷔 초심자 원드링크 서비스에서 시작되는 무료라는 맛 좋은 음료라 할 수 있다. 음료와 함께 달짝지근하게 먹을 수 있는 말 모양 케익, 샌드위치 등의 비주얼에서 오는 포만감 때문에 그저 배가 불러 웃음만 나오는 풍경이다(사진= https://umajo.jra.jp 갈무리).

UMAJO 공간의 제일 좋은 메리트는 그 무엇보다 경마장 데뷔 초심자 원드링크 서비스에서 시작되는 무료라는 맛 좋은 음료라 할 수 있다. 음료와 함께 달짝지근하게 먹을 수 있는 말 모양 케익, 샌드위치 등의 비주얼에서 오는 포만감 때문에 그저 배가 불러 웃음만 나오는 풍경이다. 먹기 위해서 보다 사진을 찍기 위해 UMAJO 들은 각기 다른 것들을 시키고, 먹을 것이 나오면 여기저기 “와~~”라는 탄성으로 처다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 UMAJO 공간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경마장마다 UMAJO 공간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방의 특색을 살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센스있는 어필을 하는덕에 “UMAJO 투어”를 하는 새로운 그룹들도 등장했고, 이러한 UMAJO 그룹들은 각자의 경험을 SNS에 경쟁하듯 개제하고 있다. 물론 이때 #UMAJO는 필수 조건이다. 이런 UMAJO들의 활동에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대리경험에서 오는 만족감은 경마장을 가고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버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경마장에 갈 수 없는 요즘, 필자가 자주 찾는 곳이 있는데 바로 UMAJO 공식 인터넷 사이트이다.

잔디를 연상케하는 그린색 베이스에 말과 관련된 일러스트로 시작되는 사이트는 메인 화면부터 부드러운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경마 뉴스나 UMAJO 가이드 등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는 “Enjoy UMAJO”라는 부분이다. “Enjoy UMAJO”에는 말 굿즈를 소개하는 UMAJO 펙토리와 기수나 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부분, JRA공식 광고모델 등이 출연해 경마장과 경마상식에 대한 것을 스토리텔링 구성으로 소개하는 스페셜 무비, 그리고 작은 파트이긴 하지만 나만의 서러브레드 캐릭터 만들기 부분이 있다.

“Enjoy UMAJO”에는 말 굿즈를 소개하는 UMAJO 펙토리와 기수나 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부분 그리고 나만의 서러브레드 캐릭터 만들기 부분이 있다(자료 제공= 김기현).
“Enjoy UMAJO”에는 말 굿즈를 소개하는 UMAJO 펙토리와 기수나 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부분 그리고 나만의 서러브레드 캐릭터 만들기 부분이 있다(자료 제공= 김기현).

JRA공식 광고모델의 영향력은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1990년대만 해도 무거운 이미지의 중년 모델이나 잘생긴 오빠와 같은 남성 연예인 위주였다면 근래에는 다카하다미츠키(高畑充希)나 쯔지야타오(土屋太鳳)와 같은 인기 절정의 여자 연예인들을 기용해서 여성들도 가볍게 경마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유도 전략을 쓰고 있다.

아! 그리고 필자가 요즘 홀릭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캐릭터 만들기 파트인데, 8개의 말 타입을 베이스로 13종류의 안장, 리본이나 가면 등 7개의 아이템과 안녕 등의 단어를 첨가할 수 있는 10개의 메세지 조합을 마음대로 구성하여 나만의 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무관객 경마로 경마장에 갈 수 없는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이 그저 위안이 되고 고마울 따름이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얼마 전 한국 경마가 중단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전쟁으로 경마산업 전체가 위기적 측면에 있다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했고, 그로 인해 산업 전체에 관련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말의 즐거움은 달리는 것인데 달려야 할 곳을 잃은 말들을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경마를 좋아하는 경마팬으로서 온라인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는 바다 건너 일본이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하는 타임이었다.

하루빨리 경마장에 가는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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