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꺼비 윤직원
    윤한로

우리 문학 가운데 보물 같은 소설이 있는데
바로 채만식태평천하입지요
거기 주인공 이름하여 윤두꺼비 윤두섭은
한때 노름꾼 아버지가 물려준 집과 재산을
억착같이 불리고 늘리고 닥닥 긁어모은 덕으로
그 잘난 만석꾼이 됐으며 그러구러
이제 한창 구한말 나라가 무너져 가고
탐관오리, 화적패가 날뛰던 개판 시절
직원을 돈으로 삽니다만
(‘직원이라 함은 교장선생님쯤 되는데
거의 옛날 시골 훈장님쯤입니다
)
아무 날 느닷없이 화적을 맞은지라
저 피 같은 재산과 재물
몽조리 불타고 빼앗기고 맙니다요
그리하여 우리 주인공 윤직원 영감님
땅을 치며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오오냐
, 우리만 빼놓고 어서 다 망해라
애오라지 악에 바쳐
남이야 굶든 말든
, 헐벗든 말든
내만 잘 먹고
, 내만 잘 살고 내 마누라, 내 새끼들만
잘 되면 그만인 이눔 세상
그런 사람들
, 그런 맘보, 절창이십니다그려
옜다!

 


시작 메모
채만식은 이야기를 이야기식으로 썼다. 순 우리들 밑바닥 뉘런 얼굴, 뉘런 마음을 뉘런 이빨의 뉘런 말발로다 참 잘 그렸다. 이 아무개, 김 아무개, 박 아무개처럼 골치 아픈 문장, 심각한 문장, 주제넘게 위압하거나 가르침을 주려는 문장, 더 나아가 일본식 문장, 파르라니 창백하게 두들겨 쓴 문장은 거의 없다. 채만식 정말 좋더라. 이런 게 문학 아닐까. 저 잘난 양 소설, 양 시, 왜 소설, 왜 시, 양반 소설, 양반 시, 학자 소설, 학자 시, 천재 소설, 천재 시도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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