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경마장(사진= www.sapporo.trave 갈무리).
삿포로 경마장(사진= www.sapporo.trave 갈무리).

일본은 10월부터 시작되는 GⅠ타이틀 슈카쇼(秋華賞), 기카쇼(菊花賞)를 앞두고 가을 경마의 잔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뜨거웠던 여름의 홀스레이스 축제를 무사히 마친 삿포로경마장은 여름 경마의 힘든 임무을 완수하면서 2021년을 준비하는 기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필자가 삿포로경마장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14년 8월 24일 제50회 삿포로 기념 레이스 관람을 위해서였다. 사실은 삿포로 기념 경기도 보고 싶었지만, 내심 궁금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새롭게 단장한 경마장을 방문하고 싶어서였다.

1907년 개장후 113년의 역사를 간직한 삿포로경마장은 1971년 준공한 후 41년간 사용했던 메인스탠드를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축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바로 삿뽀포로 기념 레이스 한달 전인 2014년 7월 26일 그랜드오픈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석이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도 좋은 찬스였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50회라는 기념적 행사인터라 관람객 수는 걸을 공간이 없을 정도의 밀집도를 유지할 만큼 빽빽한 상태였고, GⅡ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로고타입(Rogotipy)’, ‘도케이하로(Tokei Halo)’, ‘골드십(Gold ship)’, ‘할프스타(Harp Star)’ 등 당대의 명마들이 레이스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14년 JRA공식 광고모델 토키오(TOKIO)의 메인 보컬인 나가세도모야(長瀬智也)와 마츠오카마사히로(松岡昌宏)가 참석해서 기념적인 레이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여기서 필자의 운 좋은 얘기를 조금 하자면 지인 중에 마주(馬主)분이 계셔서 마주석은 물론이고, 우승말와 기수의 히로 인터뷰 장소까지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었는데, 50회 삿포로기념 우승 수여식을 바로 옆에서 관람했던 럭키 같은 운을 맛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딥임펙트의 자마인 암마(牝馬) ‘할프스타’가 우승을 했고, 토키오의 잘생긴 두 맴버가 수여식을 했다. 바로 옆이라 그런지 리얼 200%의 느낌을 만끽하는 순간이었고,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떨린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미소를 머금게하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 감성적인 얘기에 치중하다보니 경마장에 관한 얘기를 잊는 순간이다. 삿포로경마장의 새롭게 건축된 메인스탠드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의 총 6층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일본의 그 어떤 경마장보다 자연스러운 구조라고 평을 받고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물의 흐름과 같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카야마(中山)를 비롯해 간사이(関西), 교토(京都) 경마장 등은 패독(Paddock)이나 공원 등이 중앙 스탠드와 메인 레이스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어서 장소 이동을 하는 목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면 삿포로경마장은 전체를 연결시켜 놓은 듯한 원안에서 물이 흐르는듯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터프파크’라고 불리는 공원을 예를들면 스탠드 지하층에서 경마장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는 공원까지의 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동반해 경마장을 찾은 어른들이 레이스 관람을 하기 위해 빠르게 돌아올 수 있게끔 거리를 단축시켜 놓은듯한 설정이었다.

그리고 제일 인상 깊었던건 패독이었는데, 패독에서 레이스 장소를 이동하는 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다른 경마장과는 달리 메인레이스 장소까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었다. 말(馬)들이 경기장을 밟는 순전까지 상태를 볼수 있다는건 필자와 같은 UMAJO(馬女)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이러한 구조는 삿포로경마장을 엄지척을 하게하는 일순위로 자리잡게 하는데 공헌을 하게 되었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또 하나의 배려 넘친 구성이 있다면 관람석인데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 일반적인 경마장의 구성이라면 삿포로경마장은 푸른 잔디로 마치 편안한 카펫를 깔아놓은 듯한 정원과 같은 느낌을 갖게한 것이다. 드넓은 대지(大地)의 왕국 홋카이도(北海道) 다운 퍼펙트한 풍경이다.

메인 레이스코스는 다른 경마장과는 달리 커브가 큰 데 비해 직선이 짧은 코스로 되어있다. 코스 전체에서 차지하는 커브의 비율이 많아 바깥쪽을 도는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함이 커진가고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안쪽을 달릴 수 있는 선행마가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메인 코스는 추운 겨울날씨와 많은 적설량으로 홋카이도에서는 자연 들잔디 생육이 불가능해 추위에 강한 마장생육법 방식의 구미(欧米) 잔디를 들여와 100% 양식잔디로 만들었는데, 이 방식은 JRA가 추구하는 ‘잔디의 연중녹화(通年緑化)’ 즉 ‘1년 내내 푸르른 잔지’를 실현하는 첫 단추를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연중녹화’ 참으로 멋진 기획이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해야할 일이 많아진 요즘이다. 무엇보다 삿포로경마장을 찾을 생각이다. ‘터프파크’안에 위치한 퀸즈테라스라 불리는 ‘UMAJO SPOT’에서 옥수수를 들고있는 ‘홋카이도 터피’를 이번에는 꼭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10월에는 즐거운 얘기가 많아질 예감이다. 슈카쇼(秋華賞), 기카쇼(菊花賞)에서 무패의 3관왕 기록에 도전하는 무적의 암말, '달링텍(Daring Tact)'과 수말 '컨트레일(Contrail)'이 어떠한 결과를 알려줄지 기대되는 날들이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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