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경마대회로 알려져 있는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이 프랑스 시각으로 10월 2일 열리자 세계 경마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 프랑스 갤럽 제공)
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경마대회로 알려져 있는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사진= 프랑스 갤럽)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개선문대회”는 매년 10월 첫째주 일요일에 열리고 있는 세계 경마인의 축제와 같은 호스레이스 행사이다.

정확히 “개선문상” 타이틀은 제4레이스 메인 경기로 1971년 유럽에서 경주의 등급제가 창설된 이래 1등급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경기이다.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한 프랑스 경마 재흥을 위해 탄생한 국제적 경주로,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호스맨이 영국 더비, 켄터키 더비와 나란히 동경하며 승리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고봉 경주의 하나로, 유럽에서 경마 시즌 종반에 개최되는 관계로 그 해 유럽 각지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말(馬)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을 하는 중장거리 유럽 챔피언 결정전으로 간주 되는 레이스이기도 하다.

축제와 같은 레이스! 필자가 이러한 문구로 “개선문 대회”를 비유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개선문상” 전날 1개의 G1 그리고 4개의 G2 레이스가 있고, 당일 “개선문상”을 메인으로 6개의 G1 레이스가 시행되고 있어서 그야말로 빅레이스 집합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회가 경마인들에게 10월의 첫째 주말 이틀간이 “개선문상 위크앤드”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일본의 말이 처음 “개선문상”에 도전한 것은 1969년 “스피드심보리(Spped Symboli)”로 1969년과 70년 아리마기념(有馬記念)을 2년 연속 우승하는 등 43전17승 성적의 일본의 대표 말이었지만 개선문에서는 10등이라는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비록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스피드심보리”의 출전은 일본경마가 “개선문상”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일본 경마가 끈임없이 도전을 하고 있는 꿈의 레이스로 자리잡게하였다.

그 후 3년이 지난 1972년 “개선문상”은 일본 경마산업에 기억에 남을 레이스가 되었다. 일본인 마주가 소유하는 말 3마리가 출전을 했는데 프랑스더비를 레코드로 이긴 “하드투비트(Hard to Beat)” 와 텐노유쇼(天皇賞)를 우승한 “메지로무사시(MejiroMusashi)” 그리고 애스콧 골드컵과 굿우드 컵을 이긴 “에리모 호크(Erimo Hawk)”였다. 하드투비트는 8등, 메지로무사시와 에리모호크는 착외라는 씁쓸한 결과를 남겼다. 사실 일본으로부터 원정을 간 메지로무사시 외에는 외국에서 활약하는 말로서 마주(馬主)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당시 일본 국내에서는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86년 시리우스심보리(Sirius Symboli)가 도전을 하였지만 14등으로 참패를 하면서 세계 경마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영상 출처=https://www.youtube.com/user/nhkydie2507

그리고 맞이하게 된 역사적인 순간 1999년 10월3일 에비나마사요시(蛯名正義) 기수와 콤비를 이룬 그 이름도 유명한 수마 “엘콘도파사(El Condor Pasa)”의 도전은 일본 전열도를 흔들어 놓은 레이스로 만들었다. 마지막 직선코스까지 시종일관 선두를 달렸고 일본경마팬들은 “엘콘도파사”의 우승을 기도하는 순간이었지만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못하고 프랑스의 3세 수마 “몬쥬(Montjeu)” 에게 역전을 당하며 2등의 성적을 남겼다.

그 당시 경마라는 문화스포츠에 빠지지 시작한 필자도 그 순간만큼은 “엘콘도파사”가 이겨주길 바랬다. 국가간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적하면 우리나라가 이기길 바라지만 아시아 국가가 유럽이나 미국 등과 같은 나라와 대적하면 아시아가 이기길 바라는 것과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엘콘도파사”의 역사적인 도전의 2등이라는 결과는 일본경마산업이 “개선문대회”를 꿈이 아닌 현실의 도전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꿈을 목표로 전환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33년이란 도전의 시간에 일본의 대표 명마들을 “개선문상”이라는 꿈의 무대로 원정을 시켰지만 아직까지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잡지 못한 상태이다.

2006년 금지약물 검출로 인해 순위에서는 실격되었지만 위대한 명마 “딥임펙트(Deep Impact)”가 3등을 했고, 2010년 “나카야마페스타(Nakayama Festa)”가 2등, 2012년과 2013년에 “오르페이버(Orfevre)”가 2년 연속 2등을 하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 외에 딥임펙트의 못다한 꿈을 위해 자마들인 “기즈나(Kizuna)”와 “하프스타(Harp Star)”, “마카히키(Makahiki)”, “사토노다이아몬드(Satono Diamond)”, “피에르맨(Fierement)” 의 열정 어린 도전이 있었고, 세계랭킹 1위였던 “저스트어웨이(Just a Way)”와 일본국내 5개의 GⅠ 타이틀을 보유한 회색빛의 풍랑마(風浪馬) “골드쉽(Gold Ship)”의 포부에 찬 도전도 있었다.

“그 무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야마토의 혼(大和魂)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르페이버를 육성한 조교사 이케에야스토시(池江泰寿)가 2016년 경마북 잡지 인터뷰에서 개선문상에 대해 한 말이다. 어느덧 “개선문상”은 일본 경마의 혼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의 “개선문상”에는 5월 듀바이 원정 경기를 위해 출국한 후 입국을 하지않고 프랑스로 이동해 경기를 뛰고 있는 암마 “디어드라(Deirdre)” 와 순수 일본산 말은 아니지만 오브라이언(O'BRIEN)과 일본인 마츠시마(松島)씨가 공동소유하고 있는 “재팬(JAPAN)”이 출전에 이름을 올렸다. 레전드 기수 다케유타카(武豊)는 제팬을 기승하기위해 14일간의 힘겨운 자가격리를 고뇌하며 프랑스로 향하였다. 유타카기수에게도 “개선문상”은 역시 야마토의 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유타카기수의 힘든 원정에도 불구하고 10월5일 “개선문상” 하루를 남기고 “재팬”을 비롯한 오브라이언 소속의 4마리의 말이 약물검사에서 양성을 받아 출전이 취소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이제 남은 건 유일한 일본말 “디어드라”다. 일본의 모든 경마팬들은 “디어드라”의 경주에 집중할 것이다.

이글이 연재 될쯤이면 2020년 “개선문상”의 결과는 나와 있을 것이고, 어떤 말이 우승을 할지 기다려지는 두근거리는 시간이다.

2017년 필자는 “사토노다이몬드”의 응원을 위해 프랑스 샹티경마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위대한 “개선문상”에 대한 스토리를 할 기회가 다시 있다면, 그 당시 느꼈던 “샹티 개선문” 대한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보려 한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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