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붕괴 마주하는 두려움>

 

망아지를 껴안아주고

울분을 토하며 성명서를 낭독한 어제를 뒤로 하고

오늘은 반려견 구름이와 눈감아도 떠오르는 산길 걷는다

굽이 돌 때마다 한움큼의 추억이 떨어지고

뜨거웠던 시간 서늘히 식으며

코로나19 긴 터널 가을이 깊어간다

생존의 피켓들은 과거에도 모였고 지금도 모이는구나

콩 한쪽이라도 서로 배려하며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

낙엽처럼 돈이 소진되는 거리

과로를 견디지 못한 택배 노동자가 죽어가고

울긋불긋 단풍같은 자본주의가 춤추는데

거룩하게 마감하는 생명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는 현실의 아귀다툼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산다

우르르 산업이 붕괴되는 소리 높아지고

나도 그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간다

산업의 붕괴를 마주하는 서글픔 사이로

아직은 생명줄 놓지 못하는 나뭇잎들

안타까이 나뭇가지에 매달린다

마지막 숨 몰아쉬며 몸부림친다

힘들어도 살아야지

끈덕지게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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