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
   윤한로

나는 닭띠
마누라는 오팔 개띱니다
마누라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나는 삼류대학을 나왔습니다
나도 작은데 마누라는 더 작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애들도 좀 작습니다
아무튼 서로가 비스무레 우리는
부부면서 친구 같습니다
그래 어느새 말도 틉니다
먹는 거 입는 거 말하는 거
기쁜 거 슬픈 거 괴로워하는 거까지
언뜻, 여늬 사람들이랑 비교해 보니
평범합니다 그러던 흰눈 나리는 날
흰눈 쌓여 발목까지 푹푹 빠진 날
둘 산에 가서 망년회하자
막걸리 한잔 하면서 알았습니다
자식새끼에 부모에 성당 일에
쏟아내는 고생 고생,
들어보니 모두 그럴듯합니다
거기에 대니 나란 사람
할 얘기도 없습니다 그러구러
세상에 참 평범이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 옛날에 술 엄청나게 마셨는데
요즘 삼갑니다 한두 잔 먹으면
도통 자미가 없고 싫어
두 팔 짚곤 뒤로 까져 버립니다만
언제부턴가 마누라는 제법
나보다 한잔쯤 더 셉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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