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마공원에서 최근 들어 더욱 더 관심을 끄는 2명의 기수가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김혜선, 박재이 부부 기수다.

이들은 경마 팬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2020년 1월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기수출신 1호 부부는 제주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영민. 김다영 커플이다.

필자는 김혜선. 박재이 기수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그리고 결혼식장에 전시해 놓은 웨딩 예비부부의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의 응원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영상=권승주의 경마산책 유튜브(바로가기)

 

그 후 김혜선 기수는 아기엄마가 되어 육아휴직을 마치고 기수로 복귀했다. 새벽훈련을 마치고 두 부부가 구내식당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이 정다워 보였다. 부부의 금슬은 나이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이기도 했다. 김혜선 기수가 박재이 기수보다 8살 연상이다. 김혜선 기수는 여성기수이지만 승부욕이 남다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슈퍼땅콩이다. 골프에서는 김미현 선수가 슈퍼땅콩으로 불리었다.

작년 박재이 기수는 27승을 거두어 기수성적 순위 8위였고 김혜선 기수는 23승을 하여 10위에 랭크되었다. 또한 김혜선 기수는 한국에서 여성기수로는 최초로 300승을 달성했다.

이들 부부는 요즘 핫한 기수다.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보여준 성적은 상승세 그대로였다. 박재이 기수가 16승으로 2위, 김혜선 기수가 13승으로 4위를 달리고 있다.

부부의 우승경쟁이 극렬하게 드러난 경주는 지난 주(22년 1월 7일) 4경주였다.

경주에 출전한 모든 마필들의 경주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경주마들의 편성이었다. 스타트 문이 열리자, 김혜선 기수는 힘을 저축하면서도 선행으로 달렸고 박재이 기수는 후미그룹에서  위치하면서 조금씩 위치를 앞쪽으로 옮겼다. 4코너를 접어들면서 박재이 기수는 선입권에 가깝게 따라 붙었다. 결승선에서도 김혜선 기수는 선두로 달려 나갔고 뒤이어 안쪽에서 박재이 기수가 무섭게 추입을 시작했다. 결승선 전방 100미터 까지도 김혜선 기수의 우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결승선 50미터를 앞두고 부부의 맹렬한 말몰이로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각축전이 펼쳐졌다. 결국 안쪽에 있던 박재이 기수의 신승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조교사 대기실에서 환호성이 일어났다. 어느 조교사가 외쳤다.

 

부산경마공원에서 최근 들어 더욱 더 관심을 끄는 2명의 기수가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김혜선, 박재이 부부 기수다. ⓒ권승주

 

“박재이 기수 오늘 저녁은 다 얻어먹었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핸드폰의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경기를 마치고 지하 마도로 들어오는 이들 부부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먼저 박재이 기수에게 영상을 들이대며 한마디 물었다. 오늘 부인인 김혜선 기수를 이겼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그는 미소를 함빡 머금은 얼굴을 하고는 “무조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임동창 조교사가 이런 멘트를 날렸다. “재이야 너 집에 가서 혼나는 것 아니냐”

다음은 김혜선 기수에게 영상을 돌렸다. 필자의 질문은 이번 경주에서 신랑에게 아깝게 패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저도 절대 안 지려고 탔는데 아유, 짜증나네”였다.

나는 조교사 대기실에서 어느 조교사가 외쳤던 멘트가 생각났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김혜선 기수에게 던졌다. “오늘 박재이 기수 저녁밥 주지 마”라고 했더니 그의 대답이 “네”라고 했다.

과거 어느 선배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경주에 타게 되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것이 경마야”라는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있다.

과연 오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들 부부는 어떠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박재이 기수가 저녁밥을 얻어는 먹었을까?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