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시합에 있어 인간이나 말이나 적정거리가 있다. 인간의 경우 100미터 선수가 마라톤을 우승할 수 없고 마라톤 선수가 100미터를 우승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극단적인 비교가 아니어도 100미터의 1인자가 400미터의 1인자가 되기 어렵다.

과거에 필자는 한국마라톤의 보배 이봉주선수가 현역으로 있을 때 그를 지도한 오인환 감독과 함께 몇 차례 식사를 같이한 적이 있다.

이봉주 선수는 필자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한 후배이기도 하지만 그를 지도한 오인환 감독 역시 필자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직속 후배였기 때문이다.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이봉주 선수의 몸은 군살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야 42,195km를 내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100미터 선수의 허벅지는 보디빌딩 선수처럼 근육질이어야 성적이 나온다. 그 이유는 100미터를 달릴 때 무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때 근육 속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을 뽑아서 열량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거리에 특성화된 말을 찾아라ⓒ말산업저널

 

경주마도 마찬가지다. 단거리 말들은 장거리 말에 비해 근육이 두껍다. 장거리 말들은 늘씬하고 미끈한 편이다. 인간이나 말이나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있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동일하다는 조건에서 적정거리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혈통이다. 부계와 모계가 어느 정도 적정거리에 적합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부분 적정거리는 유전적인 부분이 크다.

둘째, 속근섬유와 지근섬유의 양이다. 단거리 말은 장거리 말에 비해 속근섬유가 많다. 반대로 장거리 말은 단거리 말에 비해 지근섬유가 많다. 속근섬유는 스피드와 관련이 있고 지근섬유는 지구력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결과로 근섬유를 분석해 보면 그 말이 단거리에 적합한 말인지 장거리에 적합한 말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말은 단거리에 강한 말이 있고 중거리와 장거리에 강한 말이 있다. 다시 말해서 경주마에 맞는 적정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적정거리가 얼마인지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경마고객이 말의 체형만을 보고서 적정한 경주거리를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말이 경주에서 얻은 거리에 따른 성적을 잘 살펴야 한다.

 

과거에 서울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햇빛바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1200~1400미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1700~2000미터까지 여러 차례 출주했지만 우승은 1800미터에서 단 한차례였다. 11승의 우승가운데 8승이 1200미터와 1400미터에서 우승을 했다.

필자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말들 중에서 “영웅루이스”와 “일념통천”은 1400미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말이다. “영웅루이스”는 총 12번 경주에 출주하여 6승을 했는데 그 중 1200미터에서 2승, 1400미터에서 4승을 했다. “일념통천”은 총 21전 5승을 했는데 그중 1200미터에서 1승, 1400미터에서 4승을 했다.

백광열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닥터카슨”은 총 28전 중 8승을 한 말이다. 그중 1000미터에서 1승을 했고 모두가 1200미터에서 7승을 했다. 이 말은 1200미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즉, 1200미터에 특화된 말이다.

 

또 다른 예로 필자가 관리했던 적이 있었던 “금포스카이”는 총43전 10승을 했는데 그중 1800미터에서 3승을 했고 2000미터에서 4승을 했다. 이 말은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맞춤형 말이다. 이렇듯이 경주마는 간혹 전천후 거리에서 고르게 성적을 내는 말도 있지만 대다수의 말들은 일정한 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적정거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경마고객은 각 말에 맞는 적정거리를 찾아내어 마권구매에 참고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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